제주 명품도시 키워드는 정체성·문화·친환경

[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명품도시가 미래 경쟁력이다]9.에필로그

2015-08-24     김용현 기자
▲ 제주도시는 1970년대부터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외적팽창에 치우치다 보니 정체성과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이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천송도국제도시, 세종시인공호수, 감천문화마을 골목, 옛 군산세관.
송도·세종시·군산시·부산 감천동 도시재생 성공사례
고밀도 개발 탈피…역사·문화·환경 접목한 변화 중요
 
도시는 건물이 밀집한 공간이 아닌 삶과 역사, 문화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져 내려온 터전이다. 제주도시는 1970년대부터 외적팽창에 치우치면서 정체성과 경쟁력을 잃어갔다. 혁신적인 신도시개발사업과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 제주도시가 명품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건물 아닌 녹색중심 도시
 
인천송도국제도시와 세종행정복합도시 등 새롭게 개발된 도시의 공통점은 숲과 공원·습지 등 녹색의 공간을 도심중심에 배치시키고, 주거·사무·상업 등의 지구를 적절히 배치시키는 친환경적인 도시로 계획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도심중앙에 마천루를 건설하고 남은 부지에 공원과 숲을 조성하는 등 어떻게든 건물을 최대한 배치시키려는 기존의 도시개발 방식과 정반대의 개념이다.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전체 면적의 27%가 공원과 수로, 공공녹지로 조성돼 있으며, 특히 도심중앙에 4.1㎢규모의 센트럴공원이 조성돼 있어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동체 형성을 위한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행정복합도시 구축을 위해 개발된 세종시는 1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 환경과 행정이 최적화된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세종시의 경우도 도시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시 됐던 것은 녹색도시의 중심축을 만드는 것이었다. 세종시는 도심중심부 134㎢ 규모에 중앙공원이 조성됐고,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인 세종호수공원도 69만8000㎢에 달한다. 
 
세종시는 1인당 공원면적은 50㎡로 서울 9.9㎡, 부산 4.6㎡, 인천 7.4㎡ 등 다른 대도시와 비교에 월등히 넓다.

△낙후도시에 새생명 불어넣기
 
제주를 비롯한 전국의 도시의 공통적인 문제는 원도심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고, 고유의 도시문화가 사라지면서 독창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북 군산시 장미동과 월명동 중앙동 등은 군산항 내항을 중심으로 관공서 등이 몰려 있어 최고의 중심지였지만 1990년대에 관공서가 신도심으로 이전되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군산시는 원도심의 도시시설을 철거한 후 새롭게 건물을 짓는 뉴타운방식도 검토됐지만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으로 부활의 몸짓을 하고 있다.
 
군산시청과 주민들은 옛 군산세관과 조선미곡창고, 일제강점기 무역회사, 당시 은행, 일본식 사찰인 동화사 등 수십년간 방치됐던 일제강점기 170여채의 건물과 유산을 활용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군산시 원도심은 근대역사 관광지로 부각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에 있는 감천문화마을도 가난한 달동네에서 문화와 주민의 힘으로 지역정체성을 지키며, 다시 살아난 곳이다.
 
감천문화마을은 천마산 산비탈에 좁고 낡은 집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고, 욕조나 하수도시설 등 도시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낙후된 곳이었다. 뉴타운개발 방식이 추진될 경우 기존 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내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09년부터 문화를 테마로 한 도시재생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단순히 건물을 알록달록하게 도색을 하거나 벽화를 그리고 골목을 정비한 것을 뛰어넘어 다양한 탐방코스를 개발하고, 스템프투어 등을 통해 문화체험기회를 제공하면서 연 30만명이 넘는 부산의 관광명소가 됐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최대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수익에서 상당부분을 마을운영기금으로 적립하는 등 복지사업으로 환원하고 있다.
 
이처럼 군산시 원도심과 부산시 감천마을 등의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주시에 있는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예술마을은 전국의 출판인과 예술인들이 의기투합해 공동의 조합이나 단체를 만들어 늪과 습지만 있었던 황무지를 테마도시로 만들었다.
 
특히 출판도시와 헤이리마을의 경우 주민 스스로가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 출판과 예술이라는 테마에 맞게 건물을 규제하고, 자연경관에 최대한 어우러지게 만들어지면서 명품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제주도시는 주민의 삶과 문화적 가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공간 확장에 치우쳤다. 
 
이 때문에 현대도시들은 주거와 사무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고밀도 건물배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도시의 정체성을 잃어갔고, 녹색 및 문화공간은 부족해졌으며, 원도심이 급격히 쇠퇴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의 도시개발 및 재생계획이 필요하다. 
 
앞으로 제주가 명품도시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개발방식에서 탈피, 큰 변화가 필요하다. 김용현 기자
 
▲ 독일 뮌헨 림 지구 의 공동체 주택.
공동체 형성을 위한 신개념 공동주택 도입
패시브하우스 등 친환경적 주거공간 조성
 
독일의 뮌헨 인근에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도시인 '림 지구(Messe Stadt Riem)'가 조성돼 있다.

림 지구는 1980년대 옛 뮌헨공항이 이전하면서 남겨진 부지를 개발, 현재 18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와 박람회장, 호수공원 등이 조성되는 등 환경 친화적인 주거단지다.
 

림 지구는 전체 개발면적의 50%에 달하는 지역을 녹지로 보존하고, 바람길 계획으로 400m 폭의 녹지공원 조성해 오픈스페이스(도시내 여가을 위해 만든 공터나 녹지)에는 바람이 멈추지 않도록 설계됐다.
 

특히 50가구가 거주하는 석조공동주택은 도시계획 및 건축가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개인주거면적은 최소화하는 대신 공공활용면적을 확대하는 콘셉트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만든 이 건물에는 공동도서관, 컴퓨터실, 옥상바비큐장, 공동공구함 등을 운영하면서 주민간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땅 밑의 지하수를 이용한 지열히트펌프를 이용해 에너지비용을 최대한 절감시키며,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생활비 부담도 줄이고 있다.
 

림 지구에는 태양광과 지열, 목재팰릿 등으로 친환경에너지만으로 생활이 가능토록 만들어진 패시브하우스 중심으로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다.

30가구가 거주하는 목조공동주택의 경우 태양광과 태양열을 사용하고 중앙식 목재펠릿 보일러를 사용해 ㎡당 연간 15㎾h만 난방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주변 지열발전소에서 난방열을 공급받는 근거리 지역난방을 이용해 탄소에너지를 줄이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난방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