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적 콘텐츠산업 가치사슬 육성 차별화

지역을 살리는 힘 문화경쟁력 8. 전라북도

2015-09-22     고 미 기자
   
 
  ▲ 왼쪽부터 영화 '살인의뢰', '마이웨이'의 한 장면.  
 

전통문화자산 넘어 '이야기 산업' 성장동력 낙점
10년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중심 '광역 클러스터' 
경제 효과 미미… '지역쿼터제' 등 자생력 무게

'군도'…'역린'…'사도'…. 최근 충무로를 긴장시켰던 사극영화의 공통점이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거쳤다. 역사물만이라면 재미가 없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마담 뺑덕' '살인의뢰' '스물'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들도 찰영소 리스트에 올라있다.

창조 연계 분위기 역전


전라북도는 올해만 문화콘텐츠 공모사업에 잇따라 선정되며 '창조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 전통 문화자산과 상징 소재인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진흥시킨다는 계획은 불과 1.2년 전만해도 구상에 불과했다. 사실 전북은 2012년 10개 분야 문화 콘텐츠 산업 매출액을 모두 합쳐도 2912억원 수준에 그치는 등 전국대비 0.6%의 미미한 실적을 올렸었다. 서울.수도권 중심의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상황은 '창조'를 연계하며 바뀌었다.

올들어 문화체육관광부 역점 프로젝트인 지역기반 게임산업 육성과 지역 기반형 콘텐츠 코리아 랩 조성 등 2개 사업을 유치했는가 하면 지역스토리랩 운영 지원사업과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개발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연말 부산.대구와 더불어 광역시 중 유일하게 글로벌 기능성 게임센터도 유치했다. 콘텐츠산업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이야기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문화콘텐츠 창작과 창업을 위한 자생적인 콘텐츠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 육성을 앞세웠다.

영상산업 집적화 눈길

전북은 또 '소리창조산업'을 연결하는 것으로 타 지역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추진하는 '한국형 효과음원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국가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이처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산업을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상산업'이 있다. 전주시가 영화영상 후반부 제작 분야에서 월등한 위치를 차지한 점이 가산됐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쯤 되면 전북에 '영상산업'관련 기구가 있을 만 하지만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은 '전주영상위원회'다. 2001년 구성된 전주영상위원회는 전주 상림동에는 영화종합촬영소를 만들고 제작자들이 촬영 뒤 후처리를 할 수 있는 영화제작소를 설치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2004~2007년 국비 등 64억원을 들여 세트제작실 등을 갖춘 2066.65㎡ 규모의 J1스튜디오를 확보했고, 2012년 1311.05㎡의 J2스튜디오를 보강했다. 스튜디오 외에도 야외세트장(2004~2007년)과 야외 촬영센터(2009년)를 갖추면서 매년 줄잡아 5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주시가 매년 영화와 드라마를 유치해 얻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직접 효과 50억~60억원, 생산유발 60억~70억원, 고용유발 200여명에 이른다.

   
 
  ▲ 영화 '마담뺑덕'의 촬영 장면.  
 

지속적 역할 발굴

1시간 거리 내에 국내에서 가장 큰 '근정전'(부안영상테마파크)와 우리나라 유일의 교도소세트장(익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촬영지 클러스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전주시의 영상산업과 역시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특화된 촬영공간'외에도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전과 부산 등 대도시의 촬영소와 어깨를 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만 드라마와 영화 등 30편이 전주를 거쳐 갔다. 이들 촬영팀이 직접 쓰고 간 비용만 57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북의 고민 역시 '경제효과'창출에 있다. 자치단체 중 로케이션 유치를 위해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곳은 대전(최고 1억원)이다. 경기도의 경우 촬영팀이 영수증 등으로 공증을 받아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주촬영소의 경우 전문인력의 판단 아래 필요 자금이 현장 지원된다. 하지만 이 것은 촬영 과정에 유익한 것이지 이를 지역 경제효과로 연결하는 부분은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지역내 각종 영화와 영상물, 드라마 세트장이 해당 영상물이 종영된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영화 클러스터 광역권 확대 외에도 지역 영화제작 초석을 다지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주영화기획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지역쿼터제'를 신설한 것도 그 일환이다. 강도 높은 심사를 통해 1억 원을 지원하는 '전북 영화제작 인큐베이션'에는 김광복 감독의 '사월의 끝'이 선정돼 현재 시나리오 수정과 작품 캐스팅 준비에 들어갔다. 새로운 지역형 영상콘텐츠를 찾고자 전북 무대에서 초연된 대본을 모집 중인 '문화콘텐츠융복합사업 PLAYxMOVIE'에 대한 공모도 현재 진행형이다. 고 미 기자 

'영상 산업'에는 자치단체 만이 아니라 정부까지 공을 들인다. 지난해 정부는 할리우드 영화에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 계약'을 통해 39억원을 썼다. 하지만 홍보비로 1분에 4억8750만원, 1초에 810만원을 사용한 효과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제작 지원 경쟁 속에 어떤 효과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 걸까.

전주영상위원회 정진욱 사무국장은 '사람'을 꼽았다. 정 사무국장은 "영상위의 기본 구성상 로케이션 지원 이상의 사업을 하기 어려운데다 일종의 '투자'이다 보니 지역 순환 구조로 연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목적사업을 분명히 하고 조직 구성원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효과가 있냐고 묻지만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경제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고유 영역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사무국장이 특히 신경 쓰는 것도 다름 아닌 '맨파워'다. 정 사무국장은 "로케 지원이라는 투자에 있어 영화.영상산업의 전반을 읽고 산업군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꾸준한 연구 사업을 통해 백데이터를 구축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때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