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사랑…어려운 시절 이겨내는 미덕
37 오 헨리 「마지막 잎새」
2015-10-01 강은미
독서의 계절 어울리는 권장 도서
화가 지망생과 가난한 화가 등장
담쟁이덩굴 마지막 잎 생명 암시
목숨과 바꾼 노인 걸작 감동 전달
가을하면 떠오르는 작품
가을이다. 추석 명절을 보내고나니 성큼 가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이제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나면 한 해가 다 가고 있음을 느낄 차례다. 하루하루가 시간 가는줄 모르게 가고 있음이 가끔은 아쉽다.
흐르는 시간이 아까운줄 모르게 책이라도 실컷 읽었으면 하는데, 요즘 청소년들에겐 이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이다. 이래저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다.
시기적으로 좀 이르긴 해도, '가을' 하면 떠오르는 작품 중 하나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이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게 하는 미덕으로 지혜와 사랑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정서에 이러한 작품이 어울릴까 자꾸 따지게 된다. 그만큼 세태는 어떤 진실이나 순수 같은 것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진 듯하다. 이 또한 슬픈 일이다.
용기를 불어넣은 그림
뉴욕의 예술가촌 그리니치 빌리지에는 화가 지망생 존시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폐렴에 걸려 나날이 병세가 악화돼 가고 있었다. 삶을 포기한 채 창 밖 담쟁이의 잎만 세며 지내고 있었다. 5개밖에 남지 않은 담쟁이덩굴의 잎이 다 떨어질 때 자기 생명도 끝난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의 친구 수우는 존시의 살려는 의지를 돋워 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들의 아래층에는 화가 베어만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화가로서 필생의 걸작을 꿈꿔보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싸구려 광고물이나 그리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밤새도록 세찬 비와 사나운 바람이 불던 다음날 아침, 수우가 창문을 열어보니, 벽돌 담벽에 담쟁이 잎새 하나가 그대로 붙어 있다. 이틀째 마지막 잎새가 여전히 붙어 있자 존시는 생명을 포기하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살려는 의지를 가진다.
의사가 존시의 완쾌를 알려주던 날 수우는 존시에게 베어먼 노인의 죽음을 알린다. 마지막 잎새는 베어먼 노인이 그려넣은 것이었다. 비바람 몰아치던 그 밤에 베어먼 노인은 존시를 위해 마지막 잎새를 그린 것이다. 그날 밤, 노인은 지병이었던 폐렴으로 죽었다고 수우는 전한다.
작품속 존시와 수우의 대화
그 날 오후 수우는 존시가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존시는 짙은 푸른색 털실로 별 쓸모도 없이 보이는 어깨걸이를 느긋한 자세로 뜨고 있었다.
"글세, 내 말 좀 들어 봐"
수우는 존시를 부둥켜안으며 말했다.
"베어먼씨가 오늘 병원에서 돌아가셨어. 병이 난 첫 날 아침에 그 노인이 몹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문지기가 발견했대. 그의 신발과 옷이 온통 젖어서 몸이 얼음장같이 차더래. 그렇게 춥고 무서운 밤에 그가 어디에 갔었는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던 거야. 그런데 아직 불이 켜진 램프와 늘 놓아두던 장소에서 꺼낸 사다리, 흩어진 붓 몇 자루와 함께 녹색과 노란 색 물감이 섞인 팔레트가 발견되었대. 잠깐 저 밖을 좀 내다 봐. 저 벽에 남은 마지막 잎새를 보란 말야. 바람이 그렇게 몹시 불었는데 저 잎새가 어떻게 흔들리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았는지 이상하지 않았니? 글쎄, 그게 베어먼씨의 걸작품이었거든!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던 날 밤에 그 잎새를 그려 놓았던 거야" 제주대 평생교육원 강사
■ 오 헨리 작품에 대한 이해 - 서민·빈민 애환 속 유머·위트 눈길
오 헨리의 작품은 미국 남부나 뉴욕 뒷골목에 사는 서민과 빈민들의 애환을 주로 그리고 있다. 그의 문체는 리드미컬하고, 후반부의 반전으로 독특한 묘미를 발휘한다.
오 헨리는 10여년의 작가 생활 동안 무려 300편의 단편을 발표했다. 거의 열흘에 한편씩 쓴 셈이다. 그는 가난한 작가였고, 원고료로 겨우 생활을 연명했다고 한다.
오 헨리는 한때 <몰링스톤>이라는 신문을 발행했었다. 그는 은행을 그만두면서까지 이 신문에 매달렸으나 적자가 누적되면서 몇 해만에 그만두게 된다. 한 설에 의하면 그 신문을 발행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지자 은행의 공금을 유용했다는 말도 있다. 결국 감옥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일에 대해 오 헨리는 "인간의 생명이 여기에서처럼 값싸게 여겨질 줄이야 상상도 못해본 일이다. 여기에서는 인간이란 영혼도 감정도 없는 동물로 간주되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감옥생활 3년 만에 모범수로 석방되었고, 이때 얻은 풍부한 체험을 소재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의 단편집 <사백만>이 출판되면서 작가로서 확고한 지위를 얻게 된다. 그 단편집 안에는 <크리스마스선물>, <브로커의 사랑> 등 그의 대표적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들이 담겨져 있다.
유머와 위트는 오 헨리 작품의 독특한 맛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삶의 밑바닥을 경험한 자만이 유머스러울 수 있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발표한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과 <마지막 잎새>, <20년 후> 등은 고독하고 가난한 자아의 숭고미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