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산업 '가능성' 일군 구름빵 홍비·홍시 남매

지역을 살리는 힘 문화경쟁력 9. 강원도

2015-10-13     고 미 기자
▲ '구름빵' 홍비·홍시 남매.
10년 넘게 애니메이션 집중 지역 콘텐츠 비중 확대
해외 시장 진출 계속 타진 및 창작 플랫폼 '상품화'
특정장르 쏠림 한계…창작 기반 구축 등 후속작업도
 
의인화된 고양이 홍비와 홍시 남매가 부르는 "엄마가 구름으로 구워주신 구름빵"하는 경쾌한 노래와 자극적이지 않은 파스텔 톤 색감이 강점인 애니메이션 '구름빵'은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44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불과 3년 전 강원도 전체 콘텐츠 산업 규모(3805억원)를 넘어서는 수치다.
 
잘 만든 '애니' 효과 톡톡
 
강원도의 '문화 콘텐츠 산업'은 크게 '구름빵'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구름빵에는 꽤 많은 수식어가 달린다. 지금이야 창조경제의 성공 모델 중 하나이자 한국형 창작 콘텐츠 1순위로 꼽히지만 2008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10분 분량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CT-누리사업단의 한국형 창작기획 시스템 개발 사업 일환으로 반죽을 시작했던 것이 제법 좋은 맛을 냈고 베이커리가 만들어지며 몸집을 키운 다음 5대양 6대주에 진출하는 성공 신화를 썼다.
 
그 중심에는 (재)강원정보문화진흥원(원장 박흥수)이 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2007년 1월 (재)강원정보영상진흥원과 (재)춘천문화산업진흥재단을 통합해 만들어졌다. 지역의 IT/CT지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 문화 클러스터의 거점으로 지금은 애니메이션 산업을 특화 산업 분야로 운영되고 있다.
 
구름빵 시리즈 외에도 피들리팜, 두리둥실뭉게공항, 레츠고MBA, 파워마스크, 토리고고 등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사업화하고 있다. 창작 애니메이션은 국내 주요 공중파 방영과 해외수출, 부가상품 개발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지원 집중 영향으로 강원도의 애니메이션 매출액은 2003년 10억원 안팎이던 것이 2013년 350억원으로 불과 10년 새 35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애니메이션 기업 수가 6개에서 50개로, 관련 종사자도 100명에서 520명으로 증가하는 등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노래와 율동…부가가치 창출 고민
 
2003년 국고 지원으로 지어진 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애니메이션 박물관이 '구름빵'흥행 이후 비로소 제 위치를 찾았다는 말도 있다. 2004~2006년 지역특성화사업, 2007년 스톱모션관 구축을 제외하고 창작개발센터와 창작마을, 캐릭터공원, 로봇박물관 등 기반 조성 사업은  2012~2014년 집중됐다. '구름빵'이 히트상품 대열에 오른 것이 2010년,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2012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대상을 수상하고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이런 성과는 '애니메이션'에만 집중됐다. 부가상품 개발부문은 지역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생산기업…유통사와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사업화가 되고 있다.
 
'구름빵'을 통한 수익 대부분이 '노래'와 '율동'에서 나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애니메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익원인 캐릭터 및 머천다이징 부분에 있어 구름빵은 기대치만큼 약진하지 못했다. 대신 2009년 만들어진 뮤지컬은 5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구름빵, 쥬크박스 플라잉' '동요콘서트' '픽처플레이 구름빵'등 다양한 버전도 만들어졌다. 이중 소극장 버전인 '픽처플레이 구름빵'은 2013년 8월 공연을 시작한 이후 롱런하고 있다.
 
'구름빵'은 최근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과 애니메이션 작품 개발 및 제작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대형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 진행하고 있는 미국 프레드레이터 스튜디오와 손을 잡고 세계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유튜브(YouTube)를 포함한 200여개 전 세계 방송채널에 구름빵과 피들리팜이 방영될 예정이며 미주(북미)지역과 중남미, 대양주(오세아니아) 및 아시아 지역의 미디어 배급 및 방송권 판매를 함께 진행하게 된다.
 
'애미메이트' 도전장 
 
이 작업에는 '피들리팜'이 동행할 예정이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투자를 감안한다면 만족하기 어렵다. 실제 100편 정도 투자를 해서 반향이 있는 작품은 3~4편에 불과하다. 투자원금 회수까지 최소 2~3년 정도가 든다. 콘텐츠 시장의 변화 속도를 감안할 때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꾸준한 후속작업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창작기반'이다. 2005년부터 창작기획공모전을 정례화, 현재 400여개의 창작기획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6개 창작기획실을 구축하는 등 연간 국제적 수준의 창작기획안 12편을 산출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췄다. 특성화고(춘천실업고 만화애니메이션과.춘천기계공업고 전산학과-3D애니메이션.춘천애니메이션고)에서부터 지역 대학교 관련 학과를 연계한 인력 양성시스템도 강점이다.
 
올 3월에는 중국 상주시창의 산업기지와 찬기과학기술발전유한회사와 공동으로 한-중 문화창의플랫폼 개발 및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이란 완성품 대신 이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애니메이트) 자체를 상품으로 만든 결과다. 고 미 기자

 


"애니산업은 육아와 같다"
     
김종곤 강원정보문화진흥원 전략사업팀장

"'구름빵'이 성공한 것이지 강원도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김종곤 (재)강원정보문화진흥원(GIMC) 전략사업팀장은 '애니메이션 산업'을 아이를 키우는 일로 설명했다. 아이가 자라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잘 자라게 도울 수는 있다는 얘기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단'이 콘텐츠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김 팀장은 "'재단'이기 때문에 투자 유치 등에 있어 신뢰도가 담보되기는 하지만 콘텐츠 산업 변화 속도에 비해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는 점은 한계"라며 "수익 배분 후 새로운 프로젝트 투자 등 순환시스템을 전문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특화에 대한 생각도 분명하다.

김 팀장은 "애니메이션은 흔히 캐릭터산업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토리지 이미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구름빵'이 좋은 예다. "스토리에 대한 공감과 재미가 없으면 아무리 멋진 캐릭터라도 살릴 수 없다"며 "지역색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구름빵'과 강원도를 연결할 고리는 없지만 누구나 '강원도'를 연상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팁도 귀띔했다.

GIMC가 주력하고 있는 부분 역시 '스토리'다. 이를 위해 스토리 분석과 판단, 투자심사 등에 있어 대중 투표와 전문가 평가를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