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막, 신비로운 모습 되찾다

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무너지는 '제주해안' 살리자 2.충남 태안반도 신두리 해안사구

2015-11-02     김지석 기자

▲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3.4㎞, 폭이 0.5~1.3㎞로 국내에서 가장 큰 모래언덕으로 2001년에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돼 보호 받고 있다. 관광객들이 '신두리 해안사구' 탐방로를 걷고 있다.
난개발 외래식물 유입 등으로 사구 훼손 심각
태안군 2012년부터 모니터링 강화 등 회복 추진
식생 제거 등 사업 난항…CCTV 설치 방안 마련

사구(砂丘)는 풍랑에 풍화된 모래입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낸 거대한 예술품으로 경이롭고 장엄하다.

사막과 같이 드넓게 펼쳐진 사구의 모습은 사막의 막막함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각종 개발로 예전의 아름답던 해안사구는 크게 훼손되면서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인 '신두리 해안사구'가 있는 태안군은 해안사구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분주하다.

▲'한국의 사막' 신두리 해안사구

'한국의 사막'이라 불리는 태안반도의 '신두리 해안사구'가 희귀생태계의 보고로 인기다. 특히 웅장해진 모래언덕의 이색적 모습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300리의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섬들과 깨끗한 해수욕장과 수나무가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는 태안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사구'는 이름에 들어간 '해안사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해안에 있는 모래 언덕이다.

해안사구는 파도에 운반된 모래가 신두리 해변에 쌓여 사빈으로 불리는 모래해안이 형성된다. 사빈의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는 겨울철 강한 바람에 날려가다 모래언덕을 만든다. 그래서 겨울에 이 사구는 성장한다.

그렇게 쌓이고 날아오고 또 쌓이고 날아오기를 1만5000년이 지나 현재 최대 높이 19m를 정점으로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사구가 장관이다.

길이 3.4㎞ 폭은 약 0.5~1.3㎞로 국내에서 가장 큰 모래언덕으로 2001년에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돼 보호 받고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신기하게 습지도 공존한다. 육지와 바다 사이의 퇴적물의 양을 조절해 내륙과 해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완충지역으로, 사구지역의 습지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맹꽁이, 금개구리, 구렁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해안사구' 옛 모습 되찾기

사구식물로 뒤덮여 초원처럼 보이던 신두리 해안사구가 사막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3년 남짓이다.

태안군은 2012년 사구의 본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모래언덕이 발달한 남쪽 지역 40만㎡에서 생태를 어지럽히던 아까시나무 등 외래식물을 제거하고 모래언덕의 표면을 걷어냈다.

생태계 복원 사업을 계획하던 초기에는 신두리 해안사구에 침입한 비사구성 외래식물을 해안사구 지역 전체에서 제거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경우 3단계에 걸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구지역 전체에서 식생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1차연도 생태계 복원사업이 완료된 이후에 사업의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각계의 의견을 반영, 우선적으로 식생이 제거된 1단계 지역에서 생태계 복원 사업의 효과를 충분히 검토한 후 나머지 2단계와 3단계 지역에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태안군이 추진하고 있는 사구 되살리기 사업이 오히려 사구를 망가뜨린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복원작업이 이뤄지자 사구는 웅장하고 신비로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신두리 사구 탐방로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는 거대한 '사막'이 펼쳐진다. 모래언덕 입구에 오르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사구의 물결과 그 사막 너머에는 푸른 바다가 탐방객들을 맞는다.

언덕을 내려와 왼쪽 탐방로로 접어들면 사막 같은 풍경은 사라지고 허리 높이로 자라난 풀숲이 이어진다.

▲신두리 해안사구 복원 사업 문제점

태안군이 신두리 해안사구 복원 과정에서 식생 제거 시기와 방법이 부적절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구지역으로 침입한 외래식물은 사구식물과는 달리 대부분 씨앗을 통해 번식하기 때문에 사구지역에서 외래 식물을 제거할 때에는 식물이 결실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지난 3년에 걸쳐 이루어진 식생제거 사업에서는 대부분 식생의 결실이 끝난 후인 가을철 이후에 식생이 제거됐다. 그 결과 사구식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반면에 외래식물은 더 많은 수의 개체가 출현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또 사구식물의 정상적인 번식을 유도하고 비사구성 외래식물의 번식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식물의 생리적인 특성을 고려해 탄력적인 식생제거가 필요하지만, 태안군은 정해진 시기 단 한 번에 제거 하면서 다양한 종을 모두 제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관광객 통제 미비도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광객의 출입이 가장 빈번한 현재의 식생제거 지역 일대에 외래식물 분포가 두드러졌고, 관광객의 동선 따라 외래식물 침입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관광객의 실질적인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형철 태안군 관광마케팅 팀장은 "복원과정을 정밀히 모니터링 해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한편 모래언덕의 유실과 외래 식물 유입을 막기 위해 CCTV 등을 설치해 관광객 출입 통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신두리 해안사구가 1만5000년 동안 만들어져 대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제주와 관련된 순비기언덕
박순옥씨 등 11명 해설 병행
제주 관련 순비기언덕 눈길

복원사업 추진으로 거대한 모래언덕의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해설사들이 해안사구 홍보대사와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태안군은 신두리사구센터에 박순옥 해설사를 포함한 11명의 태안사구 해설사를 육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11명의 해설사들은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해안사구의 생성과정과 복원 과정 등 해안사구를 자랑한다.

박순옥 해설사는 "고운모래 위를 천천히 걷다보면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보기 힘든 언덕 하나가 나오는 데 바로 '신두리 해안사구'로 주말에는 하루 1500여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 등 관람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관람객들이 해설사들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 해설사는 "신두리 해안사구는 1만5000년 전부터 파도에 밀려온 고운 모래가 바닷바람에 날려 한줌씩 쌓아온 모래성이 거대한 모래언덕을 이룬 것"이라며 "그만큼 보호와 관리가 중요하지만 일부 관람객들이 모래 언덕에 올라 훼손시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복원사업과 함께 훼손시키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며 "이를 알리기 위해 동료 해설사들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제주도와 관련된 '순비기 언덕'은 물론 사구 곳곳에 재미있는 이름을 지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순비기나무가 자라고 있는 '순비기 언덕'은 물질로 두통에 시달리던 제주도 해녀들이 순비기나무의 열매를 먹기 시작했고 제주도 사람들은 '숨비기나무'라 불렀으며 이것이 '순비기나무'로 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