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문화·IT가 연결된 '실리콘 비치' 완성
지역을 살리는 힘 문화경쟁력 12.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2015-11-03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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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문화 콘텐츠와 ICT융합효과를 관광산업에 적용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 ||
'일·휴양·문화' 결합 즐거운 실험…사람도서관 등 가시화
기회 확대 관심, '무형 네트워킹=성과' 설득력 확보 과제
제주에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지난 6월 문을 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목표다. '일·휴양·문화'를 결합하는 시도도 시작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제2창조경제혁신센터(아모레퍼시픽)까지 가동되는 등 제주 무대가 '즐거운 실험'으로 분주해지고 있다.
선순환 생태계 조성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는 전국에서 13번째로 시작 신호를 알렸다. 주요 협력사인 카카오의 '연결'을 바탕으로 제주를 '문화와 소프트웨어가 융합한 창조 허브'로 조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앞세웠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위치정보 송신기(비콘)를 통한 개방형 관광 콘텐츠 플랫폼 구축과 관광창업·사업화 지원을 위한 창업사관학교 운영, 제주공항·중문관광단지·동문시장에 특화된 스마트관광 시범사업 등이 우선순위에 있다. IT·문화, 스마트관광 벤처 창업·육성에 1569억원(투자 669억원·융자 9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인큐베이터 역할도 맡겨졌다.
센터 역시 문화 콘텐츠와 ICT의 융합 효과를 관광 산업에 적용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이 가운데 문화 콘텐츠는 센터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문화적 요소를 부각시키려는 과제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사람'을 잇다
첫 프로젝트로 소셜벤처 기업 위즈돔(공동대표 한상엽·김종석)과 손잡고 '제주 크래비터 사람도서관'을 열었다.
'새로운 연결'의 실험이다. 크래비터(Cravitor)란 창의(Creative)·중력(Gravity)·사람을 합성한 신조어로 주변 사람들의 창의력을 끌어내는 이를 뜻한다. 제주센터는 지식·정보·경험을 가진 이들 크래비터를 '사람책'으로 명명했다. 반대로 '도서관'은 공간 대신 네트워킹으로 해석했다. 정리하자면 다양한 지식,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일반인을 공통 관심사나 아이디어로 연결해 창업 등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멘토링 네트워킹'이다. 사람도서관(http://www.wisdo.me/human-library/list) 에는 지역, 분야 별로 다양한 사람책이 등록돼 있다. 센터는 '창의적 확장성'과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130명의 사람책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의 힘을 키워라
ICT를 주축으로 한 문화콘텐츠산업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주력 라인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카카오의 문화마케팅 담당자가 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의 장난감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창작물을 더한 '아트토이' 공모전과 '캐릭터' 공모전에 통해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들의 기획을 오프라인 상품화부터 디지털 서비스인 웹툰,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부가가치 산업으로 확대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OSUM'시스템이다.
업과 어업 등 전통 산업 종사자는 물론 타 지방에서 건너온 문화예술작가, IT개발자 등의 협업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창작물과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추진해 스타트업 창업을 유도하고 모바일을 통한 유통과 마케팅 등 밸류 체인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제주판 SXSW 도전
두 번째 프로젝트는 제주판 SXSW, '제주 더 크래비티 # 크리에이티브 비즈(Jeju the Cravity # creative Biz)'다. 음악.영화 축제로 시작해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융복합 창조 페스티벌인 미국 SXSW(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를 모델로 했다. 실제로 지난해 SXSW 행사 동안 텍사스 오스틴을 찾은 관광객만 87개국 15만 여명에 달하고, 이 지역의 경제효과도 3억 1530만 달러에 이른다. 중소 스타트업 기업들로 '실리콘힐'(Silicon Hill)이라는 산업단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등 센터가 목표로 하는 제주형 산업 생태계 조성과 부합된다. 앞서 지난달 23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주최한 '스타트업코리아X제주'은 제주 더 크래비티의 시뮬레이션으로 성공 기대감을 높였다.
카카오, 넥슨 지주회사인 엔엑스씨, 엑엑스씨엘, 네오플, 넥슨네트웍스, 이스트소프트 연구소 등 이주기업 효과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제주의 장점으로 꼽힌다.
기회의 폭 확대
센터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물론 예비창업자를 포함한 개인에게도 열려있다.
문화에 관심 있는 창작자에겐 문화콘텐츠 데이터베이스, 문화창조융합벨트와 연계한 화상 멘토링, 센터 내 공방과 3D프린터 등의 장비를, 관광 서비스 관련 창업자에겐 관광 관련 빅데이터, 스마트관광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SDK, 앱개발 교육, 관광창업사관학교 커리큘럼 등을 지원한다.
화장품 산업 육성에 특화한 제2센터는 지역 내 화장품 기업과 창업 희망자, 유관기관, 대학 등과 화장품 원료 추출·분석·제형 연구설비 등 시설 일체를 공유하는 한편 화장품 제조와 판매에 관한 특화 교육을 진행한다. 고 미 기자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라다. 막상 센터 문을 열고 보니 '해야 할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다.
전 센터장은 "앞으로 기회.사람.바람(ICT)가 제주의 '삼다(三多)'가 될 것"이라고 조망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일종의 인큐베이터이자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풍부한 문화원형과 다양성 외에도 이주민 증가로 새로 만들어지는 '공동체'란 이름의 모든 것들을 제주 자원으로 꼽았다.
전 센터장은 "어떤 것이든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들"이라며 "기존 주체들의 연결을 통한 잠재 에너지가 많고 크다는 것이 제주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가치를 입히고 상품으로 만드냐는 것이다. 사람을 연결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외에도 ICT를 통해 파급시키는 것까지 하나 같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전 센터장은 "센터는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센터를 통해 창의적 자극을 공유하고, 자기주도적 동기 부여를 이뤄갈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