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호수'서 '생명의 땅'으로 복원

창의와 도전의 더 큰 제주
무너지는 '제주해안' 살리자 4.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2015-11-09     김지석 기자
▲ '죽음의 호수'라 불리던 경기도 안산시의 시화호는 담수를 포기하고 갑문을 개방하면서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복원되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김지석 기자
정부, 시화지구개발사업으로 대규모 간척사업 추진
1994년 준공 후 인공호수 수질 오염 등 부작용 속출
갑문 열고 해수유통·조력발전소·인공갈대습지 조성
 
석양에 물든 황금빛 물결이 호수 위에 잔잔한 너울을 그리는 갈대의 군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생명의 땅' 습지의 모습이다.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로 불린다. 쓸모없이 버려진 황무지가 아니라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시작되는 출발점이자 엄청난 양의 오염정화 능력을 지닌 천혜의 자원이다.
 
하지만 다목적 댐을 쌓거나 간척사업 등으로 습지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환경오염 등으로 '생명의 땅'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혹독한 대가도 치르고 있다. 

이처럼 생태계 파괴가 문제로 지적되자 해수유통을 통해 개선하고 있다.

'죽음의 호수'라 불리던 경기도 안산시의 시화호도 담수를 포기하고 갑문을 개방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물길을 터놓는 작업만으로 생태계는 자생적으로 복원되는 성과를 거두며 수질오염의 대명사였던 시화호가 살아나고 있다. 
 
▲ 생태계 파괴 불러온 '국토 확장의 꿈'

시화호의 본래 이름은 '군자만'이다. 

안산 대부도와 시흥 오이도 사이에 말발굽처럼 움푹 들어간 해안가로 어족자원이 풍부한 바다였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소금 생산지였고, 바다와 농경지가 맞닿아 농·어업과 대중국 교역이 성했다. 

시화호는 1987년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형성됐다. 시화지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간척사업은 수도권 지역에 밀집된 인구를 분산시키고 공업용지 확보, 농지조성, 농업용수를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됐다. 

'동양 최대 간척 사업', '국토 확장의 꿈'이란 구호와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새로 생긴 호수에는 시흥과 화성의 앞 글자를 따서 '시화(始華)'란 이름이 붙었다.

1994년 완공됐지만 방조제가 완공되자 본격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조제 건설을 마치고 마지막 물막이공사가 끝나자 거대한 인공 호수의 수질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것이다. 공단과 도심지의 오·폐수가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시화호로 흘러들었다. 죽어서 밀려온 조개와 어류가 무덤처럼 쌓였고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호수'로 변했다. 

당시 시화호 수질은 농업용수 기준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 8ppm을 훨씬 초과해 평균 17.4ppm에 달했고, 일부 지점은 50ppm이 넘는 곳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조제를 건설하기 전 수질은 COD 3~4ppm 수준이었다.
 
▲ 갑문 열고 담수화 포기 

시화호의 오염이 진행되자 정부는 배수 갑문을 막은 지 1년 만에 갑문을 열어 물길을 텄다.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가 이어졌고, 10여명의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 

1998년 11월 정부는 시화호 담수화를 포기했고, 2001년 2월 정부가 시화호를 해수호로 공식 인정하면서 시화호 담수화 계획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해수유통으로 인해 애초 농업용수로 사용하려던 시화호의 기능은 포기됐고 농림부는 인근 농민들을 위해 별도의 용수원 확보 사업을 벌이는 대안을 마련하면서 지역의 공감대를 이뤄냈다. 

1994년 방조제가 건설된 이후 COD가 17.4ppm까지 치솟았던 시화호가 현재의 모습으로 되살아나기까지 조력발전소의 역할이 가장 컸다. 2011년 준공된 조력발전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해수유통의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조력발전소는 해수유통을 활성화 시켜 수질개선과 함께 친환경 대체에너지 확보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썰물에는 시화호 내부 물을 바다로 빼내고 밀물에는 새로운 바닷물을 받아들이면서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얻고 있다. 조력발전을 통해 얻은 전력은 인근 주민들과 수도권에 공급되고 있다. 
 
▲ 시화호 조력발전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화호 전경. 사진=김지석 기자
▲ 인공갈대 습지 생태계 복원·관광자원 

해수유통과 함께 호수 상류인 안산시 사동·본오동과 화성시 비봉면·송산면 일대의 공유수면에는 인공갈대 습지를 만들었다. 

안살 갈대습지는 사업비 330억원을 들여 103만7500㎡ 규모로 시화호로 유입되는 반월하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갈대를 이용한 자연정화처리방식에 의해 조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다.

습지가 자리를 잡자 시화호를 떠났던 생명체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20년 전 방조제에 물길이 막혀 자취를 감췄던 참게 떼가 갈대습지에서 서식하는 게 확인됐다.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돌아왔고, 고라니와 너구리들이 습지를 보금자리삼아 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원앙과 황조롱이, 저어새, 참매, 수리부엉이 등 떠났던 희귀 조류도 다수 목격되고 있다. 

여기에 생태 관광자원으로도 제 몫을 톡톡히 하면서 갈대습지공원은 연간 20만 명의 탐방객들이 찾는 안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다.

수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2001년 '시화호종합관리계획'을 수립, 본격적인 생태계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시화하수처리장을 확장하고 오접관로 조사 보수, 산화지 설치 운영, 차집관로 설치 운영, 공단간선수로 개선 등 시화호를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철수 한국수자원공사 시화지역본부 차장은 "수도권 지역에 밀집된 인구를 분산시키고 공업용지 확보, 농지조성, 농업용수 확보 등 국토를 넓히기 위해 시화호를 조성하게 됐다"며 "하지만 수질 오염 등 각종 문제점이 나타나자 '시화호 종합관리계획' 6개 분야 58개 개선사업을 추진 등을 통해 자연 생태계가 많이 복원됐으며 조력발전소 조성 등 모범적인 인공호수 사업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석 기자

 

인터뷰 / 환경정책과 시화호지킴이

"시화호의 오염과 개선은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음을 주는 중요한 교훈입니다"

최종인 안산시 환경정책과 시화호지킴이는 "간척을 통해 농지를 만들고 공단을 유치해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말에 지역주민들은 시화지구개발사업에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방조제가 건설되고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안산환경운동연합 환경 감시단으로 활동했던 최종인 시화호지킴이는 "시화호를 조성하고 물길을 막으면서 수질이 악화돼 '죽음의 호수'로 불렸지만 물길을 다시 열고 갈대습지를 조성하자 죽은 것으로 알고 있던 갯벌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시화호 주변으로 공장이 들어서고 있어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인 시화호지킴이는 "갈대습지를 조성한 후 새들이 날면서 바지락을 바닥으로 떨어뜨려 속살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시화호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화호 주변 습지의 생태학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 각종 개발행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력발전소를 이용한 해수유통으로 시화호가 원상태로 회복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도 생산되고 있다"며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할 경우 정부 주관으로 환경영향평가 등 공정한 추진으로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시화호 개발 실패가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