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중요어업유산 1호 지킬 자존감 키워야
대하기획 '제주잠녀' 7부 문화융성의 핵심으로
3. 국가어업유산 가치
'제주 해녀'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희소가치가 있는 '어업자원'으로 해양 중심의 여성 공동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지난해 최초로 도입된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로 '제주 해녀'가 선정된 것 역시 희소성과 보전가치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들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다 단단한 논리와 충분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
지정신청서 활용·현대적 의미 강조 눈길
경제 역할 이어 여성성·공동체문화 평가
'입체적 활용 시스템' 역할 분담 등 주문
'여성'부각 한계
해양수산부에 제출된 '제주해녀 나잠어업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신청서'는 과거 흐름에서부터 시작해 '현대적 의미'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전통기술과 지식체계를 지니고 있어 유산 가치가 충분하고 식량확보와 생물다양성 보전, 독특한 경관 창출 등 '어업 유산'조건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 아쉬운 것은 '해양 중심의 여성 공동체'라는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양성평등' 측면의 접근을 하며 '여성성'을 강조했다고 하지만 2호로 지정된 보성 뻘배어업이 '여성'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 유지의 중요한 수단이 됐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을 감안하면 차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제주해녀 나잠어업이 획득한 '1호 어업유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작업이다.
3호인 남해 죽방렴 어업은 '삼국시대 이래'라는 역사성과 더불어 지난 2010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 제71호로 지정받은 배경까지 탄탄하다.
물론 제주 잠녀·잠녀 문화의 가치는 분명 크다. 지정신청서 역시 그 부분을 십분 부각시켰다.
식량확보 측면에서 제주 어업종사중 잠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로 높고, 수출 수산물의 평균 80% 이상을 잠녀들의 어획물로 충당하고 있는 점을 들어 경제적 역할을 강조했다.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자연친화적 채집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성'을 강점으로 꼽았다. '개닦이' 등 공동 정비 작업과 마을어장에 소라와 전복 종패를 뿌리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바다밭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과 마을 어장 자율 관리와 잠수회 조직이 이를 지탱한다고 언급했다.
호혜적 조직의 모범
국가어업유산 등재에 있어 의미가 있는 부분은 '여성성'과 '공동체 문화'에 대한 인정이다. 사실 직업 등 경제적 가치만 놓고 볼 때 '제주 잠녀'와 물질은 고령화 등으로 사라져 가는 존재이자 가장 원시적인 어업 방식이다. 문명 발달이라는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시대 조류를 역행하는 것들이 분명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유산 등재 이유로 설정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한 호흡조절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여성'으로 반농반어의 전통 생업의 중심으로 가정경제의 주체적 역할을 했던 것은 물론 적극적인 바깥물질로 제주 경제 영토를 확대한 개척자로 평가했다.
잠수 기술 역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랜 기간 수련과 경험을 통해 몸에 익히고 그를 기준으로 '상·중·하군'의 구분을 한다는 점, 바다에서의 효과적인 체력운용과 작업과 관련한 지식을 바다와 불턱에서 확장하는 '민속 지식'도 중요하게 봤다.
무엇보다 강조된 것은 '공동체 문화'다. 잠수회로 대표되는 어업공동체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지지 시작해 생태와 평화, 생명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호혜적 조직으로 모범이 된다는 점에도 무게를 실었다.
잠녀 역할 부여 필요
어업유산이자 전통문화자원으로 제주 잠녀·잠녀문화가 주목받은 이유는 '활용'에 있다. 정작 지정신청서에는 잠녀와 관련한 문화 자원을 연계한 '관광상품화'를 언급했다. 물질 공연 외에도 이를 내용을 한 상설 공연과 물질 외 소득 향상 및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방안에 대한 노력도 포함했다.
제주문화의 세계화에 있어 핵심적 역할도 부여했다. 분명 '어업유산'지정이 아니라 지정 효과를 통한 것이다.
제주잠녀문화 보전과 전승을 위한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실천을 '약속'했지만 그 방법은 △신규 가입 절차 간소화 △마을어장 자원회복사업 추진 △잠녀 복지 향상 및 작업환경 개선 등에 비중을 뒀다. 잠녀 문화 보전에 있어서는 현재 진행형인 '잠녀문화 연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추진' '해녀박물관 건립 및 해녀축제' 등을 정리하는데 그쳤다.
분명 후속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입체적인 활용 시스템'을 전제했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물론이고 잠녀 스스로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지가 분명해야 한다.
※ 이 기획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와 함께 합니다.
부산 등 생활공간 기준으로 존재 부각
원조 아닌 '시작점'…공감대 만들어야
제주 잠녀에 있어 서둘러야 할 작업에는 '대표성'이 있다. '해녀'하면 제주를 1순위로 꼽는 것은 지극히 제주적 사고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접근이 가능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만 봐도 '해녀'를 입력했을 때 바다와 인접한 모든 자치단체에서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제주'라고 그 대표성을 강조한 것은 꼬집어 '제주도'를 선택했을 때야 찾을 수 있다.
'주로 제주에서 볼 수 있다'(두산백과) '각 해안과 섬 특히 제주도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향토문화전자대전 경상북도) 등의 언급으로 제주 잠녀를 부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해녀'에 대해 '발상지는 제주도로 보인다'는 언급을 한다. 물론 그 기원이 자연발생적인 생업수단의 하나로 비롯되었으리라 추측된다는 점에서 봤을 때는 단정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잠녀의 대부분이 제주 출신이란 점, 어렸을 때부터의 수련에 의해 그 기량을 배워 익힌다는 점에서 '제주'라는 언급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실제 부산향토문화백과에서는 해녀를 '부산광역시 연안에서 바다 속에 자맥질하여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자'로 정의하고 있다.
해녀들의 어로법이 대체로 신석기 시대에 식량을 얻기 위해 행하였을 자맥질에서 유래됐다고 전제하고 패총 연구를 근거로 영도구 동삼동 패총과 송도와 영도구 영선동 유적 등에서 발견한 암초성 패류를 해녀의 시작으로 들었다.
또 현재를 기준으로 '부산의 해녀'를 출신지가 아닌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게재하는 등 적극성을 띈다. '원조'싸움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대표 브랜드'라는 부가가치를 감안했을 때 국가 차원에서 제주 잠녀의 위치를 보다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