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계 넘을 발빠른 대응능력 갖춰야"
2016 사람이 자원이다 5. 정경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1957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서 태어나 대정초등학교, 대정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어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방대학원 안보과정, 숭실대 대학원 IT정책경영학과를 수료했다.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후 정보통신부 기획예산담당관과 정보기반심의관, 우정사업본부 충청체신청장·우편사업단장·본부장,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등을 역임했다.
홍조근정훈장과 근정포장, 대한민국 경영품질대상 최고경영자상, 대한민국 글로벌경영인상 ,한국경제를 이끄는 CEO상 대상, 대한민국 신뢰경영 CEO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 로봇시장 개척 핵심역할 맡아
"도내 1·3차 산업과 접목 고려해야"
도·의회, 산·학·연 모든 역량 결집
뒤처지지 않는 '패스트팔로워' 강조
최근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알파고'가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승부의 결과와 상관없이, 인공 지능의 발전이 눈앞에 나타난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날들은 멀지 않아 보인다. 치열한 세계 로봇산업 시장에서 국내 로봇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경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에게 제주의 미래전략산업 마련에 대한 제언을 구했다.
창조경제 실현할 융복합산업의 선봉장
사실 명칭부터 일반인에게 낯선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지능형 로봇산업 진흥을 위한 사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0년 설립된 대한민국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자랑스럽게도 제주출신 정경원 원장이 이끌고 있다.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정책 수립 지원, 로봇기업의 창업 및 제품화·사업화 지원, 국내·외 마케팅 지원 등 로봇기업 지원활동, 로봇보급 시범사업, 로봇분야 인재 양성, 로봇분야 표준화 및 로봇제품의 시험평가·인증 등을 통해 로봇으로 '더 강한 대한민국, 더 높은 삶의 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로봇을 상상할 때는 사람의 모습을 한 조형물 내부에 기계장치를 조립해 넣고, 손발과 그 밖의 부분을 본래의 사람처럼 동작하는 자동기계를 가리켰다. 현재 자동차 생산과 같은 기계가공 공업에서는 사람의 팔이 하는 작업을 한 번만 가르쳐 주면 몇 시간이든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산업로봇이 이미 가동되고 있고 의료용 분야에서도 팔이 없는 사람의 운동신경으로부터 보내오는 명령을 모터를 구동시키는 의수가 실용화돼 있다.
"로봇은 사전적으로는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라고 정의되고 있지만 제조, 의료·재활, 문화, 교육, 건설, 농·수·축산, 해양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되면서 지능화된 서비스를 창출하는 '로봇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차 산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제주에서도 로봇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제주의 생명산업인 농·수·축산 등 1차 산업과 관광 서비스 중심의 3차 산업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로봇기술의 접목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을 이용한 농약·비료 살포, 감귤 집하장에서의 물류이송 로봇, 양식장 수조 청소로봇, 공항이나 호텔에서의 안내 해설 로봇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로봇들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제주발전, 역량 결집과 '추종능력' 필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보니 진흥원 차원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산업부와의 접촉도 빈번하다. 제주도 역시 정부의 규제프리존에 제주의 '카본프리 아일랜드'이 포함된 바 있다. 제주에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를 100% 보급해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예산, 규제 등을 놓고 산업부와의 절충과제가 산적해 있다.
"제주지역이 도세가 약하다고는 하나 국내·외의 전반적인 흐름, 중앙 정부와 타 지자체의 동향 등에 마저 '약하게' 대응해야 될 필요는 없습니다. 도세가 약한 관계로 오는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대내·외 제반 상황을 먼저 파헤치고 나가는 선도 계층(first mover)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타 지역에, 타 지자체에 뒤처지지 않도록 발 빠르게 대응하는 추종능력(fast follower)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정 원장이 적극적인 제주역량의 강화를 요구하는 데에는 지난 공직시절 경험한 아쉬움 때문이다.
정 원장이 과거 정보통신부 근무 시절 2002년 월드컵 이후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의 사후 활용 증대 방안으로 서귀포시와 협의해 '사이버월드컵 경기장 구축계획'을 수립한 적이 있다. 정보통신부에서 정보화촉진기금을 활용해 대부분의 사업비를 국비로 지원하는 지방비 매칭 조건 방식이었는데 중앙부처에서 그해 사업계획으로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비 부담 부분이 당시 시 의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해 취소됐던 것이다.
"당시에는 잘 짜여진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서 중앙 부처 및 각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사이버 박물관·도서관·학습관·쇼핑몰 등을 경쟁적으로 구축할 시기였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보화 열풍 속에 궤를 같이 하려던 기초자치단체의 노력이 빛을 발휘하지 못했던 한 사례입니다. 제주 지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방 정부와 의회,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 지역의 모든 역량 결집과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제주인으로 태어났다는 그 자체가 축복"
정 원장은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출신이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고향을 떠나 1979년 대학 재학시 23회 행정고시에 합격, 체신부를 시작으로 우정사업본부장직을 마지막으로 퇴직할 때까지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육지부에서 이어온 그에게 고향 제주는 '자부심'이다.
"제주인으로 태어났다는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독특한 식물, 한라산과 천혜의 자연, 제주만의 문화 등 제주인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자 행운이죠"
최근 제주인구도 늘고 국·내외 관광객과 투자 유치규모도 늘어나면서 제주의 가치가 향상되고 있지만 개발 붐 속에 훼손되는 곶자왈, 중산간 지대와 청정 해안, 막혀버린 숨골과 메말라 버린 용천수, 유네스코로부터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받을 정도로 잊혀져가는 제주어 등 제주만의 강점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실이 정 원장은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우리들의 고향, 제주를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할 책무가 있습니다. 제주 미래비전의 핵심 가치로 제시되고 있는 '청정과 공존' 아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구현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의무인 것 같습니다"
제주 지식산업 육성...'먹거리'산업 연계를 |
| IT·BT·CT 등 가치창출 효과 크지만 정경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제주지역의 지식산업 육성전략에 대해 "전·후방 산업 효과 노려야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지역주력 산업과의 연계를 강조하며 "IT·CT·BT 등 신기술이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창출 효과가 크고, 4차 산업혁명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역의 지식산업 육성 대상 선정시에는 우선 지역에서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골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원장은 "지식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과 자금이 원활히 공급이 되고 창업과 창업 이후의 기업 활동 지원 인프라 확충이 선결돼야 하지만 제주의 지역경제 규모, 관련 산업의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출향 인사관리에 대해서는 "타 지자체의 관리체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타 지역은 향우회는 물론, 정계, 학계, 청년, 고령층 등 분야·계층별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정례적인 소통을 통해 소속감을 심어주고 필요시 자문과 지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원장은 "제주 역시 지역·계층·분야별 자문단 등 소통 체계를 갖추고 지역의 동향, 특정 이슈 분석정보 등의 메일링 서비스, 정례적인 정책 설명회 등을 통해 정보 소통과 제주에 대한 동질감, 애향심 고취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정 원장은 또 정부의 규제프리존 도입에 따른 제주 스마트 관광, 전기차 인프라 산업육성에 대해 "참여 기업들의 활동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규제개선 과제 발굴, 민간 기업의 참여와 투자 유발 효과, 일자리 창출 효과 등 중앙 정부의 관심사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객관적인 데이터 제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