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정이미지' 자산이자 성장동력"

2016 사람이 자원이다 6. 윤승준 서울대학교 교수

2016-04-20     정성한 기자
윤승준 서울대 교수는 
1956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태어나 오현고를 졸업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에서는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1980년 제16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후 대통령 비서실 사회정책수석실 행정관,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장·정책기획관·물환경정책국장, 국립환경과학원장,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초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 대학원 국제농업기술학과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표창과 홍조근정훈장,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한-EU 협력상 최고효율화상 등을 수상했다.

28년 국내 환경정책 이끌어온 선구자
공직 마치고 후진양성·연구에 헌신
2차산업 육성 한계 "청정환경이 답"
"제주 출신, 기댈 곳 없어 오히려 강점"

우뚝 솟은 한라산과 군데군데 자리 잡은 야트막한 오름, 노란 유채꽃 물결에 탁 트인 바다까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은 제주. 하지만 외국자본의 유입과 부동산 광풍에 따른 난개발이 잇따르면서 환경보전으로 제주의 잠재적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거세지고 있는 요즘이다. 28년 동안 환경부에서 환경정책을 이끌어온 윤승준 서울대학교 교수를 만나 제주의 미래발전 방안에 대한 제언을 구했다.

국내 '친환경' 정책 밑그림 그려낸 전문가
윤 교수는 28년간 환경부에서 우리나라 환경정책을 이끌어온 환경전문가다. 현재는 공직생활에서 얻은 전문성과 정책 노하우를 활용해 서울대학교에서 후진양성에 헌신하고 있다. 학자로서 연구 활동도 한창이다. 농업과 환경 분야에 대한 산학협력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서울대 그린에코공학연구소에서 실용적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과 환경오염방지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인 환경부만 해도 지난 1980년 보건사회부의 외청으로 환경청을 설치한데서 시작했을 만큼 역사가 길지 않다. 윤 교수가 환경청의 개청멤버로 공직을 시작해 내리 28년을 근무했으니 국내 환경행정의 산증인이자 친환경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낸 선구자인 셈이다.

"공직생활은 보람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80년대에는 흰색셔츠를 하루 이상 입을 수 없었습니다. 공기가 오염돼서 하루를 마칠 때 쯤 이면 시커멓게 변했으니까요. 지금은 서울 곳곳의 내천에도 물고기가 산다지만 그 시절에는 폐수처리시설이 없어 하천 오염도가 심각했습니다. 그런 환경을 지금의 환경으로 바꿔놓은 것은 분명히 환경 분야에서 일한 사람들의 보람입니다"

'철밥통' 아닌 합리적 행정가 업적 빛나
윤 교수는 공직생활에서 쌓은 업적에 대한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사실 환경부와 경기도에서는 꽤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가 지난 2009년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을 맡고 있던 당시 한센인촌 불법 염색·나염업체들을 합법화시킨 일이다. 한센인촌은 생계수단이 없어서 무허가 염색·나염산업에 종사했는데,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형사처벌을 받아 지역주민들이 전과자로 내몰리는 상황이었다.

"한센인촌에서 자신들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염색·나염업체를 합법화해달라고 요구하는 민원이 매년 환경부에 전달됐는데 당국에서는 허가를 내줄 경우 무허가 공장들이 더 늘어나고 환경오염은 더욱 심해질 것을 우려해 이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불법 영업은 지속될 것이고 환경오염도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천에는 1973년 한센인들이 집단 정착해 생계를 위해 소규모 염색 및 나염업체를 운영하면서 무허가 공장이 난립했다. 폐옷감과 폐윤활유, B-C유 등 저급기름을 사용하다보니 폐수 무단방출과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심각했다. 

무허가 공장에서는 공무원들의 눈을 피해 공장을 돌렸다. 불법 영업으로라도 생계를 이어가려는 노동자와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줄다리기가 수 십년동안 이어지는 사이 시민들은 악취에 코를 막고 눈쌀을 찌푸렸다. 이에 윤 교수가 총대를 멨다. 폐수종합처리시설 설치를 조건으로 한탄강 유역에 섬유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 것이다. 이는 한탄강 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던 무허가 공장 난립지가 포천의 지역경제를 선도할 섬유메카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현장조사에서 만난 한 주민의 '우리는 왜 전과자로 살아야 하는가. 우리도 자식들에게 떳떳한 부모이고 싶다'는 항의 아닌 항의가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다행히 환경부와 민원인, 관할 자치단체인 경기도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보존 통한 부가가치 창출 "옳은 방향"
최근 국토개발과 환경보존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문제가 심심치 않게 불거지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성숙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슈의 중심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가 있다. 제주에서도 환경 우위의 정책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꾸려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데, 환경정책 전문가인 윤 교수의 의견도 이 같은 시대적 요구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제주가 가지고 있는 청정이미지가 가장 큰 자산이자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가 가지고 있는 청정이미지는 가장 큰 자산이자 성장 동력입니다. 현재 제주는 가지고 있는 고유의 청정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향 제주' 축복이자 삶의 전부
윤 교수는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이다. 대학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 1980년 제16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 환경청 대기제도과 사무관을 시작으로 국립환경과학원장을 거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할 때까지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육지부에서 이어온 그에게 고향 제주는 '축복이자 가장 큰 강점'이다.

"제주인으로 태어났다는 자체가 축복이자 삶의 전부입니다. 제게는 힘들 때 더욱 간절히 떠오르는 고향, 제주도입니다"

그는 육지부에서 반평생을 보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제주출신 이라고 해서 위축되거나 주눅 든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켜준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기댈 곳이 없었다는 것이 강점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큰 약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중앙에 진출한 대부분의 제주출신 공무원들에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유대관계 형성 10년은 적극 투자해야

중앙부처 초청 스포츠 교류 효과적
담당 바뀌어도 꾸준한 인맥관리 필요
입도세 도입 세밀하고 투명한 접근을

윤승준 서울대 교수는 제주의 중앙 절충력 향상방안으로 '스포츠 교류'를 제시했다.

윤 교수는 "TK의 경우는 중앙과 유대관계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전화 한통으로도 협의가 이뤄진다"며 "도세가 취약한 제주도의 경우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 10년은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2000년대 초 제주도지사배 야구 시합이 있었는데 도내 공무원끼리 이뤄지는 것을 보고 중앙부처로 확대해라고 건의해 당시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등이 참여했다"며 "이런 행사를 마련해 중앙과 도의 유대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교수는 "중앙부처마다 마련된 체육시합을 도지사배 행사로 전환해 전국단위 행사로 확대해야한다"며 "매년 제주가 국고예산 확보에 애를 먹고있는데 제주도에 대한 입소문이 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행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향후 가져올 예산에 비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고를 끌어와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현재도 열심히 하지만 중앙인맥을 '꾸준히' 관리하는게 중요하다"며 "담당자가 자리를 뜨면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최근 관광객 급증에 따라 제기된 '입도세'에 대해서는 "자연환경 보존비용 등은 수긍이 가지만 입도세는 명칭부터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접근방식이 중요하다. 자연환경적인 보존 계획과 현황을 홍보하고 결과로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또 중앙에 진출한 제주출신 공무원 모임인 '제공회'나 명예도민에 대한 제주도의 관리방안에 대해 "제주도 차원의 관리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제주출신 공무원들은 굳이 관리하지 않아도 도와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