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사이 돌담 아픈 역사 담은 상흔

[곶자왈 문화유산]
[마을과 살아 숨 쉬는 곶자왈] 1. 화순곶자왈<1>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2016-06-01     한 권 기자, 고경호 기자
화순곶자왈 서쪽 생태탐방 숲길에서 일본군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참호 3기가 발견됐다. 입구는 계단식 형태로 돼 있으며, 반대편 석축의 인위적인 빈 공간은 일본군이 보초를 서며 망을 보거나 총구를 겨눌 때 사용했을것으로 추정된다. 특별취재팀

생태탐방 숲길 속 탄약고·막사 등 원형 잘 보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공격 대비해 진지 구축
우거진 숲·암석 많은 곶자왈 특성 전략적 이용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곶자왈은 다양한 생활문화유적이 분포하는 다른 곶자왈과 달리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된 점이 특징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주둔했던 일본군의 군사시설이 여럿 확인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발견 시기와 실제 얼마나 많은 군사유적들이 분포하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아픈 역사이기는 하나 근대유적이 지닌 역사·교육적 가치를 고려할 때 보전·관리는 물론 추가 발굴과 학술조사가 요구된다. 

△1개 소대 이상 주둔

화순곶자왈 지구 동쪽 생태탐방 숲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1개 소대 이상이 주둔했을 것으로 보이는 일본군 진지터가 남아있다.

생태탐방 숲길 '평상지구' 인근에는 군 장비를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창고시설이 있으며, 규모는 길이 9.9m, 폭 3.5m, 높이 1.9m로 측정됐다.

평상지구를 지나 '순환로'에 다다르면 탄약고로 추정되는 석축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 길이 4.4m, 폭 1.5~1.9m, 높이 1.6m 규모의 탄약고는 낮은 지대에서 높은 지대로 파고 들어가 가장자리를 돌로 쌓아올린 '굴' 형태로 입구에 개폐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순환로를 따라 더 들어가면 원형으로 돌을 쌓아 만든 참호 3기가 모여 있다. 인근에 탄약고가 위치해 있고 참호 사이로 좁은 길도 확인돼 소대의 입구 혹은 중심부로 추정된다. 

2기는 원형이 잘 보존돼 있지만 1기는 내부에 종가시나무가 자생하면서 함몰됐다.

순환로 내 '쉼터4' 부근에서는 30명가량이 이용할 수 있는 막사시설이 확인됐다. 길이 13.4m, 폭 3.9m로 비교적 큰 규모며, 이중 겹담으로 견고하게 조성돼 있다. 동쪽과 남쪽에 입구가 1개씩 나 있으며, 폭은 60㎝로 좁다.

막사시설 동쪽 경사면 아래에는 취사공간으로 추정되는 아궁이터 2기와 식재료 보관터, 식당터가 자리하고 있다. 모두 돌이 쌓여 있으며 식당 우측면 일부는 붕괴돼 있다.

탄약고는 낮은 지대에서 높은 지대로 파고 들어가 가장자리를 돌로 쌓아올린 '굴' 형태로 입구에 개폐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취재팀

△참호 3기 추가 발견

화순곶자왈 지구 동쪽 생태탐방 숲길에 이어 서쪽 탐방로 일대에서도 참호 3기가 추가로 발견됐다.

현장 답사 과정에서 이들 군사유적은 탐방로 입구에서 직선거리로 약 1㎞ 떨어진 홈밭동산 전망대 가기 전 100m 지점 탐방로 주변에 모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호 3기 중 2기는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반면 나머지 1기는 대부분 붕괴돼 형체 정도만 알아볼 수 있는 상태다.

참호 2기는 땅을 판 뒤 가장자리를 따라 직사각형 모양으로 돌을 쌓아올렸으며, 각각 폭 1m60㎝·높이 1m10㎝, 폭 2m·높이 1m60㎝로 성인 3~4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참호 입구는 계단식 형태로 돼 있는데다 반대편 석축의 인위적인 빈 공간은 일본군이 보초를 서며 망을 보거나 총구를 겨눌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쪽 숲길을 이용했던 소대가 아닌 또 다른 소대가 주둔했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나 도로 조성으로 동·서로 나뉘기 전에는 하나의 숲이었던 만큼 같은 소대의 방어시설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우거진 숲에서의 은폐와 많은 암석으로 만든 진지 등을 미뤄볼 때 일본군은 곶자왈의 특성을 철저히 이용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창화 제주고고학연구소장은 "1944년에서 해방 전 주둔 시기에 만들어진 군사시설로 보인다"며 "동·서쪽 생태숲길 탐방로 주변 이외에도 군사시설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어 관련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사회부 한 권·경제부 고경호 기자 / 자문=강창화 제주고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