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산업 '해양바이오'…클러스터로 제주 가치 극대화
제주'해양시대'를 연다 9. 해양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생산력 높고 생물종 다양·청정성 제주바다 강점
용암해수 활용 연구·생산·판매 등 유치노력 관심
취약한 해양바이오 분야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가 필수적이다. 특히 제주는 해양생물종다양성이 국내 어느 지역보다 높고,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들도 속속 문을 열면서 클러스터 기반 구축의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구좌읍 한동리 용암해수단지는 물론 인근 행원리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국제해양과학연구·지원센터가 개소해 제주권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해양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또 이 일대에는 제주도 해양수산연수원의 수산종묘센터 등 수산연구의 인프라가 마련돼 있어 향후 클러스터를 유치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 '해양생물'의 가치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하 KIOST)이 바다생물 화보를 담은 「현재와 미래의 해양생물자원」을 펴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책에 소개된 바다가 '제주'와 '부산' 뿐이라는 점이다. 자원으로서의 다양한 생물종들의 정보를 담아 '해양생물 도감'이라 할 수 있는 책에 2개 지역만 담긴 것은 그만큼 제주바다의 중요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국내 해양생물자원의 51%가 제주에 있고, 부산과 합하면 95%로 대부분의 해양생물들이 몰려 있다.
특히 해양생물은 일반적으로 육지에 비해 5~7배에 이르는 생산력을 갖고 있어 많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바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해양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활용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대체에너지, 의약품, 산업용 소재, 기능성 식품 등 '해양바이오산업'의 시장규모는 세계적으로 2010년 219억700만달러에서 2021년 615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해양바이오산업의 연평균 성장률도 7.2%(한국의학연구소, 2011년)로 2011년 수산업(1.9%), 해양기기장비산업(4.4%), 선박·해양플랜트제조업(0.0%), 해양토목·건축업(5.0%), 해운산업(4.1%), 해양기술서비스산업(6.7%), 항만산업(4.1%), 해양연구개발(3.3%), 해양관광(4.4%) 등 전통산업의 4%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기술수준 아직 '갈길 멀다'
이같은 사정에 비춰 국내 해양바이오 기술은 아직 갈길이 먼 실정이다.
KIOST는 국내 해양바이오산업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69.5%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며 에너지·기후변화 위기와 첨단과학기술의 융복합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해양수산 신산업의 신성장동력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해양수산 R&D 사업에 대해서도 공공·기초기반 성격의 과제비중이 높고, 산업화 목적의 과제에 대한 투자와 민간의 참여가 타 분야에 비해 저조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기술개발 위주의 R&D관리에만 치중하면서 신산업 육성을 위한 R&D 성과의 실용화, 사업화 지원 시스템도 미흡하다. 즉 기술을 개발하기만 하고 이를 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시킬 '사업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특허기술을 확보해 시제품을 제작했다 하더라도 기업들의 영세성·자본부족 등으로 판매가 부진하고, 제품 개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도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또 품질시험인증까지 체계가 잘 갖춰진 공학분야와 달리 해양바이오기술 분야의 기술사업화 전략이 미진하고 사업화를 위한 원료의 안정적 공급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권 클러스터 유치 노력
이에 따라 제주시 동부지역에 연구와 산업화를 연결하는 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클러스터 구축 계획 중 가장 구체화된 사업으로 제주시 동부지역에 풍부한 용암해수를 이용한 '살아있는 해양생물산업 원료관(LMB, Live Marine Biotechnium)' 구축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정부의 기획 연구과제로 선정됐다.
LMB는 용암해수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물질생산이 가능한 희소·고부가가치 해양생물자원을 대량으로 배양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식의약품의 고기능성 원료로 이용하는 동시에 아쿠아리움 형태의 대형 배양시설을 소비자와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기능도 갖춘다는 구상이다. 연구개발과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판매, 관광 등이 클러스터 한 곳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사업계획상 연면적 3500㎡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인프라 구축 예산은 129억1500만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규모는 기본 타당성 조사연구에서 산정될 예정이다.
부채꼴 형태의 LMB는 가장 바깥쪽에 대형 수족관(원료생산시설)부터 연구시설, 기업지원 시설, 제품판매장 등이 차례대로 들어선 콘셉트로 이뤄질 예정이다. LMB 구축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다른 사업도 부지 빈 곳에 들어설 수 있게 된다. KIOST는 클러스터 부지로 센터와 인접한 자체 소유 토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4월에는 용암해수와 LMB를 기반으로 한 연구사업도 제출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정부에 '용암해수 기반 청정원료소재 기술개발' 연구사업을 제출해 현재 2017년도 예산이 반영된 상황이다. 규모는 향후 2017년부터 5년간 8개 분야·200억원 가량이다.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는 물론 올 하반기나 내년까지 LMB 실시설계와 경제성 분석을 위한 기본 타당성조사연구 등 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끝>
강도형 제주국제해양과학연구·지원센터 책임연구원
"유전체 연구부터 바이오신소재, 바이오연료, 미래식량 등 해양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기술개발과 산업화까지 제주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클러스터' 유치가 필수적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국제해양과학연구·지원센터의 강도형 책임연구원은 제주의 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유치에 경쟁관계인 부산 등 타 지역과 비교해봤을 때 제주는 아직까지 연구원 수나 기술 수준, 대기업, 협업기관 등 연구인프라는 부족한 편"이라며 "하지만 원료의 청정성은 그 어느 지역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제주산' 제품들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신산업 창출을 위한 원천연구를 위해 KIOST 제주센터가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후, 당면한 수많은 과제들 중에서도 용암해수를 이용한 해양생물 복합배양시스템(LMB)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는 제주의 독특한 용암해수가 해양생물 배양을 위해 일반 해수보다 안전성이 높고 미네랄이 풍부한 것은 물론 세계 어느 지역의 심층해수보다 뽑아내기 쉽고 고갈 위험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특히 제주시 동부지역은 용암해수단지내 기업들이 들어와 있고 기존 연구도 많이 진행돼 이를 활용한 클러스터를 우선 구축하고, 향후 다른 해양바이오 분야로 확대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건강식품 글로벌 기업 ㈜제이크리에이션과 진행한 용암해수를 활용한 스피룰리나(조류) 배양실험에서 65% 이상의 뛰어난 단백질 함량을 보이는 등 클러스터를 뒷받침할 연구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또 "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는 제조업 열세인 제주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제주의 특성을 살린 지역전략산업 분야에서 고용 창출과 지역관광을 결합한 독특한 수익구조를 가진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