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 사는법-박정숙·정애 자매

2001-12-26     현순실
 5분 간격으로 출생, 일란성 쌍둥이로 자랐던 박정숙(39)·정애 자매는 노래 하나만은 똑 부러지게 하는 자칭 ‘카수’다.

 어릴 적부터 타령에서 가요까지 모르는 노래가 없을 정도였기에 갈치의 본고장 성산에서는 지금도 ‘쌍동이자매’하면 특산물로 품목화(?) 될 지경이다.

 76년 제주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사건 ‘상어떼, 해녀 잡아먹다’로 엄마를 잃은 두 자매는 밑으로 3형제의 엄마노릇과 홀로 된 아버지를 도우면서 어렵게 집안 일을 꾸려갔다.

 그런 그녀들에게 유일한 취미가 바로 ‘시도 때도 없이 노래 부르는’ 것이었으니.

 마을잔치에 빼놓을 수 없는 고정출연자로 ‘마도로스연정’,‘엄마, 엄마 돌아와요’등을 부르며 최루역할은 도맡아 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유채 캐면서 밥 지으면서도 쉴새없이 부르는 노래를 그녀들의 아버지는 질색을 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노래를 잘 부르는데 정작 아버지는 일찌감치 “딴따라처럼 살 거냐”면서 회초리를 들고 다니며 호통을 쳤다.

 그런 그녀들이 처녀 때 상경해 서울의 한 기업에 다니면서 모 방송국 가요대전에도 참가했고 자신이 부른 노래는 꼬박 녹음을 해두면서 간직했다.

 이제는 둘 다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살지만 자매의 노래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요리집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들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못 듣던 가수인데 가수가 대체 누구냐”, “밥 먹는데 좀 끄면 안되냐”등등 손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손님이 요구”할 정도란다.

 “운전하면서 듣게 테이프 달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렇게 가져간 뒤 종무소식, 가져올 줄 모르지만 그래도 내 노래를 다른 분들이 듣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죠”

 그녀들의 노래를 듣고 한 작곡가가 선 듯 가수지망 운운했지만 ‘남에게 드러나게 살고 싶진 않다’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노래 없는 세상 어디 상상이나 하겠느냐”며 “시절가요에도 나름의 인생철학이 들어있어 많이 음미하게 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