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고급 화장실의 논란

2000-02-26     제민일보
제주시가 아름답고 깨끗한 화장실을 설치한다는 방침아래 시청사 안에 건설한 평당 335만원짜리 최고급 공중화장실을 놓고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의 화장실은 제주시가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둬 수립한 화장실 정비 2개년 계획의 하나로 시청 민원실 뒷편에 마련된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일반건축비를 훨씬 웃도는 고가(高價)의 시설비 때문이다.

제주시청의 주장으로는 좋은 재료를 쓰다보니 단가가 오를 수 밖에 없었다고한다. 그러나 주민 가운데에는 공중화장실의 건설비가 터무니없이 높은데다가 아직도 돌보아야할 결식아동이나 생활보호대상자가 많은 실정임에도 화장실 개선에 예산을 과다하게 투입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에 포근하고 깨끗하여 너무 좋다면서 이제는 화장실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우리는 이것을 보면서 두 가지 측면을 말하고자 한다. 하나는 화장실이 생리현상을 처리하는 단순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최고급 자재로 꾸며야 한다는 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늑하고 깨끗하다는 의미는 화려하다는 것과 다르다. 악취가 없고 편안하며 언제 찾아도 기분이 좋은 곳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이런 최고급 화장실을 설치하면서 하필 관공서의 구내 화장실부터 먼저 시작했느냐는 것이다.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면서도 환경이 불결한 공중화장실에 우선 순위를 두었더라면 호응이 한결 나았을 것이라고 본다. 이같은 사소한 부분을 외면했기 때문에 일부 시민의 저항을 아니 받을 수 없었다.

공중화장실의 개선은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도 주민 서비스 또는 관광의 새로운 부가가치로 본다면 대대적인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만 화장실의 자재를 최고급으로 써서 특급호텔 수준으로 끌어 올리라는 말은 아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제주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20억원을 들여 관내 공중화장실을 개선한다고 한다. 언제나 찾아도 기분좋은 화장실을 기대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