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씨감자 수매 불투명

"파쇄후 투기"요구에 "농안기금 어렵다"

2002-08-21     이재홍
TRV(담배얼룩무늬바이러스) 감염 씨감자에 대한 정부의 수매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21일 농림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농림부는 TRV에 감염된 씨감자를 수매, 가공처리키로 하고 농산물안정기금에서 1kg당 265원을 투입키로 했으나 제주도가 수매된 씨감자를 파쇄 후 투기하는 방향으로 처리지침 변경을 요구하자 농안기금 투입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 관계자는 “도가 TRV 감염 씨감자를 식용으로 수매하겠다고 요청해 농안기금 투입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식용수매가 아닌 파쇄 후 투기에는 농안기금을 사용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안기금은 농산물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씨감자를 파쇄하는 것과 기금목적은 어긋난다”며 “그러나 제주도가 적극 요청하고 있는 만큼 실무차원을 떠나 장관의 지침을 받아야만 투입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농안기금이 어렵다면 다른 기금이라도 투입될 수 있도록 농림부를 계속 설득하고 있다”며 “그러나 설령 농림부 지원이 힘들더라도 당초 약속대로 수매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부의 농안기금 또는 별도의 기금투입이 이뤄지지 않아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수매할 경우 도가 추가 투입해야 할 자금은 9억2700만원(3500t 기준)으로 전체적으로 18억5000만원을 확보해야될 상황이다. 여기에다 파쇄비와 처리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25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돼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TRV 씨감자 문제가 애당초 식물검역소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면도 있는 만큼 정부가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수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TRV가 타 작물로 확산돼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농안기금이 아니더라도 별도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농림부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