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머리'친구가 세상 보는 눈을 바꿨죠"

제민일보·사랑의 열매 공동기획 희망나무 9.제주순복음종합사회복지관

2020-08-04     박시영 기자

지역 관계망 활용 1인 중년가구 돌봄
고독사 예방과 사회 복귀 등 지원


"누가 날 살핀다고, 오늘 죽어도 모를 걸?" "왜요 제가 알죠"
평범한 대화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각별하다. 다양한 사정들로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사나는 사람들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선택 여부를 떠나 1인 가정들 사이에서 조금씩 관심 사각이 늘어난다.

한창 때 20대는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혼자사는 노인들은 주변의 잦은 도움으로 버틴다. 그 사이 혼자 생계와 가정을 책임지는 중장년들의 고립은 심화하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된 '고독사'라는 단어 가장 취약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을 위한 작은 움직임이 지역사회를 밝히는 희망이 되고 있다.

제주순복음종합사회복지관(관장 조영숙)이 지난해부터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남식)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는 1인 중장년 가구 안전망 확충 프로젝트 '주민희망 돋보기 ZOOM IN'이다.

돌볼 사람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 고립가구 15명이 대상이다. 핵심참여자 교육을 받은 지역 주민들이 '이웃'이 됐다.

기존 지역 돌봄 프로그램이 밑반찬을 제공하거나 안부를 묻는 형태에 치우친 것과 달리 '돋보기 ZOOM IN'은 주변을 살피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준다.

'노란 머리'친구가 대표적이다. 이들 가구에는 정서지원키트가 하나씩 제공됐다. 콩나물 재배기다. 시간에 맞춰 물만 주면 되는 간단한 원리지만, 때가 되면 눈을 맞추고 필요하면 소중한 양식이 되는 것들이 이들을 살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돈이나 먹을 것을 요구하던 대상 가구들에서 잘 자란 콩나물을 자랑할 만큼 반응이 좋다.

대상자들이 서툰 솜씨로 손뜨개 수세미나 마스크 등을 만들어 지역에 나누기도 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눠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는 과정이다.

완성도 여부에 관계없이 줘서 기쁘고 받아서 고마운 과정이 지역사회 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하고 있다.

장영필 팀장은 "사람들이 피하는 것이 두려워 은둔형 외톨이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먼저 말을 걸 만 만큼 마음이 열린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작은 변화지만 다시 사회로 한 발짝 나섰다는 희망이 지역을 건강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