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지 응원하는 복지 119"
제민일보·사랑의 열매 공동기획 희망나무 12. '2020사랑의 열매 긴급지원사업'
도내 복지사각지대 기초생활수급자 등 대상
갑작스런 질병으로 병원 입원시 간병비 지원
치매를 앓고 있던 80대 A할아버지는 '고맙다'는 기억의 끈만은 꼭 붙들고 있다. 간혹 자신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지금이 2020년 어느 날인지 분간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고맙다"는 말 만큼은 분명히 한다.
노년을 홀로 보내는 사이 몸과 마음이 병들었을 때 이웃이 자신을 찾아 준 것과 갑자기 쓰러져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20일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준 사실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이 일은 사례 관리를 하는 사회복지사와 공무원에게도 중요한 스위치가 됐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남식)가 지난 1월부터 도내 수급자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2020 사랑의 열매 긴급지원 사업' 얘기다.
위기 상황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도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당황하고 또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긴급지원 사업은 의료비가 없거나 임대료 체납 등으로 강제 퇴거 상황에 처하는 등 공공부조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에게 생계비, 복구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해 주는 내용으로 설계됐다.
AI까지 등장한 21세기에 갑작스런 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거나 입원하는 경우에는 간병비도 지원한다. 최소 퇴원 7일 전 해당 읍·면·동을 통해 '긴급지원'을 신청하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심사를 거쳐 의료비는 최대 300만원, 간병비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복지 사각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오랜 가뭄 끝 단비와 같다.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이나 '송파 세 모녀' '성북동 세 모녀' 사건처럼 생활고로 목숨을 잃는 취약계층들에 긴급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 하나가 더 마련된 셈이다.
당장 손 쓸 방법이 없어 발만 구르는 사이 괜찮다고 손을 잡아주고, 힘내라고 등을 두드려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기초생활수급자들 사이에서는 '긴급지원사업'이 119로 통한다. 급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가장 빨리 찾아오는 것이 119와 같다는 의미다.
이나라 건입동주민센터 긴급지원사업 주무관은 "10여년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고 '그냥 죽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만큼 슬플 때가 없다"며 "긴급지원으로 10여명 정도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만큼 힘이 센 것이 없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