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제주 배송 불가 제품은 없다"…물류계 판도 바꾼 '제주박스'
제주미래 여는 JDC혁신성장센터=제주박스
"제주라서 안 된다고?"
다른 지역보다 더 붙는 특수배송비에 할인쿠폰까지 받아 결제창을 열었지만 제주지역은 배송 자체가 불가하단다.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낭그늘 1기에 참여한 제주박스(대표 이현경)는 이런 문제점에서 출발해 제주도민 배송 격차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제주박스는 배송불가 제품과 과도한 물류비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물류 스타트업이다.
사업 초기 화물차 유휴공간에 주목했다. 월 차량 1만5000대 이상이 물품을 싣고 제주에 오지만 평균 30%는 빈 칸이었다. 시간에 쫓겨 화물차 공간 100%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제주박스는 이 유휴공간을 '제주도 배송 불가 품목'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화물차는 매일 발생하는 유휴공간을 줄일 수 있고 도민은 그간 구입하지 못한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깨지기 쉬운 전신거울 등 가구부터 텔레비전, 모니터 등 가전제품까지 제주라면 애초에 주문을 포기했던 물품 배송이 제주박스를 통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마켓컬리 상품 배송대행도 늘고 있다. 신선을 생명으로 하는 식품들을 제주박스를 통해 이제는 제주에서도 배송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품을 보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배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류 전문인력인 전담 매니저를 투입, 대응까지 나서며 고객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다나와 컴퓨터와 협업해 우도와 마라도를 포함해 제주도 전역 학교에 컴퓨터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납품하는 주문도 수행했다.
누구도 풀지 못한 도서지역 공차율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제주박스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유스 스타트업 피칭 데이(Youth Startup Pitching Day)'에 참여해 우승을 차지했다. 제주박스가 내놓은 해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도서지역 공차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제주박스는 공유 물류 플랫폼 개발을 꾀하고 있다. 제주에 들어오는 차 외에도 나가는 차량은 3대 중 2대가 빈 차로 나가는 문제점을 파악했다. 화물차 유휴공간을 공유해 화주는 저렴하고 빠른 배송을, 차주는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현경 대표는 "가전제품, 가구, 냉동식품까지 제주박스를 통해 배송할 수 없는 물품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화물 운송, 항공 택배 등 다양한 부문 배송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지 사람은 모를 제주도민의 오랜 고민에서 시작해 소비자 권리 회복, 공차율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화주와 차주 모두 이익을 얻는 공유 물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