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고유정 사건’ 대법원 판단은
전 남편 성폭행 시도 주장 “신빙성 없다”
졸피뎀 검출·청소용품 구입·범행방법 검색 등 증거 인정
의붓아들 사망원인 증명 부족…다른 가능성 배제 못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계획적 범행’을 인정하면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성폭행에 저항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고유정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다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와 사망원인이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계획적 범행 입증 충분
고유정은 그동안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5월 25일 전 남편을 살해한 후 사체를 손괴하고 은닉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계획적 범행은 아니라며 법정공방을 이어갔다.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에 대항하는 과정에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은 범행도구, 범행방법을 검색하고 미리 졸피뎀을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계획에 따라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사체를 손괴하고 은닉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고유정의 상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고유정이 범행 전 식도와 락스 등 다량의 청소용품을 구매하고 고유정의 그랜저 승용차에서 발견된 붉은색 담요에서 피해자 유전자와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이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5월 10일부터 16일 사이 인터넷을 통해 졸피뎀, 키즈펜션, CCTV, 대용량 믹서기, 혈흔, 호신용 전기충격기, 니코틴 치사량, 수갑, 뼈 강도, 제주바다 쓰레기 등을 검색한 사실도 증거로 제시했다.
△의붓아들 사망원인 ‘미궁’
전 남편 살해와 달리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사망원인이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3월 2일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원인을 계획적 살해로 판단해 기소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고유정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2월 사이 두 차례 유산을 반복하는 과정에 의붓아들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생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검찰은 또 의붓아들이 숨진 당일 고유정이 PC와 휴대전화를 검색하고 제주행 항공권을 구입한 사실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고의에 의한 압박행위가 아닌 함께 잠을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해자가 고의에 의한 압박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그 압박행위를 피고인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망원인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의붓아들 사망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이 마무리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됐다. 김경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