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지역 자긍심의 통로로
제주 '해녀'를 향유하다 21. 유산 관리 방안과 방향 ⑨
유산 가치는 다음세대에 역사·전통·문화 전달 역할
'제주해녀문화'해석·접근 방법 따라 활용 방안 달라져
전체론적 관점에서 '다르게 보기' 통한 영역 확장 필요
다음 세대에 지역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특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은 박물관 하나를 짓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
문화유산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가르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긍지를 느끼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들이 국가 역사와 어떻게 연관되고 또 세계사적 차원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초연결'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과제다.
△고정된 이미지의 함정
제주해녀문화란 과연 무엇인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후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이다.
제주해녀문화는 일반적으로 제주해녀들이 물질 작업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생겨난 유형과 무형의 문화 유산으로 정리한다. 불턱, 물질도구, 해녀배, 해녀복, 해신당 등 유형 유산과 해녀노래, 설화, 속담, 영등굿, 잠수굿, 해녀회, 입어관행, 나잠기술, 해양지식, 어로민속지식 등 무형 유산으로 나뉜다.
이를 다시 역사학, 복식학, 경제학, 관광학, 인류학, 문학, 민속학, 법학, 사회학, 인류학, 음악학 등 여러 분야로 확대해 접근하는 추세다.
다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유네스코가 살핀 '제주해녀문화'는 이보다 훨씬 포괄적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특수성을 경쟁력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보고 있느냐다.
제주 해녀를 말할 때 대부분의 경우 연상되는 이미지와 정체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삶의 의지가 강하고 억척스럽게 가정을 일군 강한 여성과 바다에서 물질을 해 해산물 따위를 채취하는 나이가 많은 여성, 장비 없이 잠수를 하는 일반인은 하기 힘든 수중 작업을 하는 독특한 방식과 전통 수준을 살핀다.
하지만 해녀 문화의 장점은 '경제적 공동체'가 중심이라는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생업에서 파생한'이란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기후 변화와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존 환경 자원에 의존했던 경쟁적 자본주의가 무너지면서 자립과 생존에 대한 고민이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수직적인 듯 보이지만 수평적인 해녀 공동체가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개인의 경제 활동과 공유 자원 관리의 조율이 지속가능성을 빚어내는 과정을 살피고 의미를 찾지 않는다면 해녀문화를 지역 경쟁력으로 키울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해녀와 해녀문화에 대한 접근을 '학문' 그리고 '연구'라는 영역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글로컬리즘(glocalism), 홀리스틱 접근(holistic approaches)과 변혁적 교육(transformative education)으로 접근방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체론적으로 보는 홀리스틱 접근(holistic approaches)은 해녀문화가 가지는 경관적 가치, 지질학적 가치, 생태학적 가치와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 유산이 지닌 독특함(uniqueness)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주민들이 그 자연환경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주민들의 정신, 종교, 사고, 역사, 문화 등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아 정체성을 낳는다고 할 때 앞으로의 접근은 연구자와 더불어 연행자, 학습자를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 '호혜' 영역 확장 절실
제주가 '해녀 문화'를 전승 보존하고 홍보하는 장치로 해녀 합창단 운영과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에 공을 들이는데 반해 타지역은 '교육'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라는 단체는 '공연'동아리이면서 교육부 교육기부 진로체험 우수기관 인증을 받고 해녀문화지도사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한서대, 아라마린, 지구보존회 등과 업무 협약을 맺었는가 하면 고용노동부 한서대 산학협력단 나잠전문가 양성 교육도 협력기관이기도 하다.
제주의 해녀문화 활용은 이에 비해 소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모자란 것이 아니라 지역 협업이라는 그림에서 아직 여백이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국가적 여성지성공동체 네트워크에서 제시한 '호혜적 배움'과 제주해녀문화의 연관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4대 아시아여성학회장인 김은실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는 2019년 12월 6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여성학회 학술대회에서 "아시아여성학회는 여성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문제 해결의 인용이 되고 준거가 되어주는 장"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시혜적 배움이 아닌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호혜적 배움'이 가능한 공동체의 중요성을 짚었다. 대표적인 모델을 제주해녀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은 앞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올해 열린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4주년 기념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자연과학문화운동을 이끌고 있는 박문호 박사는 "왜 제주해녀문화를 연구하고 키워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는가"하고 반문했다. 그리고 '채집·수렵 공동체'와 크로시오 난류와 연결한 동아시아 삶의 부표로 제주해녀문화를 살필 것을 제안했다. 앞으로 해야할 것,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났다. 고미·한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