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태양

[책 읽어주는 남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2021-01-04     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코로나 19'라는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지난해는 모든 면에서 뒤죽박죽이 된 힘든 해였다. 한 해 동안 일상이 파괴되는 고통과 혼돈의 시간을 보냈지만, 어김없이 또다시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헤밍웨이의 두 번째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와 함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오늘날 우리가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에 고통받고 있듯이, '세계 대전'이라는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던 전쟁을 치르고 난 후 사람들은 어둠과 고통 속에서 헤메고 있었다. 기존의 도덕이나 윤리는 송두리째 부서져 버리고 전쟁에 대한 환멸, 삶의 방향 상실 등의 상황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 헤매게 된다. 어느 평론가의 표현대로 이 시기는 "만취 상태로 보낸 기나긴 주말"과 같았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헤밍웨이는 자신과 주변인들이 겪었던 혼돈과 방황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속에 그려 내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출간 후 미국 문단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미국 문단을 이끌어 갈 최고의 젊은 작가로 부상했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작품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과 같아서 8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만이 수면에 떠있고 나머지 8분의 7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후 헤밍웨이의 문장은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라 불리는 간결한 표현 속에 다양한 의미를 숨겨 두는 것, 즉 일체의 수식을 배제하고 묘사로 일관하는 독특한 문체로 평가되었다. 

헤밍웨이는 삶을 즐긴다는 것은 지불한 값어치만큼 얻어 내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그것을 얻었을 때 얻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구든지 돈을 지불한 값어치만큼은 손에 넣을 수 있고, 이 세상은 무언가를 얻기에 좋은 곳이다. 따라서 인생은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배우는 과정이며,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알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약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를 알아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다. 진실로 우리가 인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 어떻게 사는냐를 깨닫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삶에 대한 태도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근본적인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헤밍웨이는 말한다. 인간에 대한 따듯한 관심은 사랑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소유하기를 원하며 언제나 명확한 반응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랑과는 전혀 다른 마음이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랑이며, 그들을 지배하려 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서로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 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헤밍웨이는 인생은 철저하고 열심히 살아야 정복된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우리에게 행복은 아무런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아갈 때 행복은 우리의 품 안으로 들어온다. 새해에는 부디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마스크가 사라지고 빛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