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형 스타트업 생태계 탐구(하)

"지역다움 끌어주고 기술 받치고 건강한 상생 추구"

2021-02-15     김봉철 기자

지난해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전국 최다 발굴 성과
올해 그린·디지털 등 기술 스타트업 활성화 중점
"경쟁보다 시너지, 협업의 사회적 자본 형성 중요"

최근 '눈 떠보니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이야기가 부쩍 많아진 것처럼 제주도가 어느 순간 스타트업의 선진지로 주목받으며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현상이다. 열정으로 무장한 청년 창업가들과 제주에서 가능하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스타트업의 씨앗를 뿌리고 투자하며 키워온 공공의 역할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세계적인 스타트업의 도시 제주를 위해 10년, 20년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전정환)의 지난해 걸어온 길과 올해 주요 사업 추진 방향을 듣는다.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전국 최고

2020년 한 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제주센터)가 중점적으로 발굴한 스타트업은 로컬크리에이터 분야였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전통과 문화 등 지역가치를 갖춘 제주에 적합한 영역에 집중한 결과 전국에서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발굴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으로 첫 손에 꼽히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사업을 만들고 확산시킨 계기도 제주가 시작점이었다.

제주센터는 원도심 유휴공간 기반 사업화를 위한 '리노베이션 스쿨'과, 제주 장인과 크리에이터간 협업 모델 발굴을 위한 '로컬브랜딩스쿨'로 로컬 크리에이터 발굴에 나섰다. 그 결과 중기부가 지난해 상·하반기로 나눠 처음 시작한 '2020년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사업'에서 도내 기업이 전국 최다인 27곳이나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민간투자유치를 통해 높은 성장 가능성이 인정된 투자연계형 19개사중 제주에서 9개사가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투자연계형 선정사는 최대 5000만원의 사업화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들 9개팀은 해녀 콘텐츠 공연 및 소셜 다이닝으로 유명한 '해녀의 부엌'을 비롯해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당신의과수원, 제주맥주, 브로컬리컴퍼니, 디스커버제주, 배려이노베이션, 다자요, 헤이스타즈 등이다.

최대 3000만원을 지원받는 일반형에도 도내 18개사가 선정됐다. 

이를 포함한 제주센터 보육기업은 자체 투자액 6개사·3억2100만원 외에도 24개사가 296억9700만원의 외부자금을 유치해서 총 누적 투자유치액은 691억원이 됐다.

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735억4100만원, 신규 채용한 인원도 476명으로 매출과 고용 모두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센터의 보육기업은 창업기업 육성지원으로 입주·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수혜 기업 3개사가 늘면서 2020년 전체 입주·액셀러레이팅 기업이 15개사(The Edge 9기 5개사 및 10기 3개사, W360 7개사)가 됐고, 졸업한 기업은 67개사를 기록했다. 입주외기업을 지원하는 창업기업 사업지원으로는 80개사를 지원했다.

전정환 센터장은 "지난해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사업에서 제주에서 최다 기업이 선정된 것은 제주에 지역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도 정책 연계 기술 스타트업 집중

제주센터는 지난해 로컬크리에이터 분야의 성공에 이어 올해 '테크'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정환 센터장은 "테크 기반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올해는 제주 기업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그린, 디지털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주도 미래전략국을 중심으로 빅데이터나 ICT,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실증사업들이 진행돼 왔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기조도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로 잡히면서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이같은 결정을 뒷받침했다.

구체적 분야는 직접적인 제조보다 신기술 활용에 초점이 모아졌다.

예를 들어 드론 사업의 경우 빅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에 활용해 농어업이나 관광산업에 도움을 주는 사업,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재판매나 이동형 충전서비스 등 제주가 앞서나가는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의 청정 가치를 지키는 친환경 산업을 비롯해 제주형 뉴딜 분야인 전기자동차, 모빌리티, 빅데이터 등 우수 스타트업 발굴을 확대해 제주도의 산업정책과 연계한 스타트업 성장을 꾀한다.

민관이 협력해 함께 만든 빅데이터나 플랫폼 등도 경쟁력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대중교통 관련 서비스로 카카오맵과 연동한 버스정보시스템을 개발한 도내 업체의 사례처럼 활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속 투자·협력 커뮤니티 조성 지원

제주센터는 단순히 기술기반 스타트업 발굴에만 그치지 않도록 후속 프로그램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기업들이 제주센터의 시드머니 등 초기 투자에 이어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강화해 기술 기반 민간 액셀러레이터와의 연계를 넓히고 국내·외 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해외시장 진출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특히 제주센터가 올해 목표한 개인투자조합 출범을 통해 시드머니 이후 보다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진다.

투자·스타트업 생태계에 올해 발굴되는 기술 기업들이 포함되는 것이다. 타 지역 기업 유치보다 도내 육성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제주도내 기술 기반 인재나 역량있는 기업이 부족한 상황을 고민한 결과다.

전정환 센터장은 "처음 불씨를 붙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미 커진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으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주가 겪은 경험"이라며 "초기 스타트업 단계부터 제주가 투자하고 키워가야 그 기업이 제주도의 자산이 되고, 기업의 성공이 제주의 성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인재 육성 차원에서도 기술 기반 기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전 센터장은 "도내 기술 교육의 경쟁력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못한다는 것은 아니"라며 "제주는 인재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고 접근성도 양호해 좋은 기업만 있다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찾아올 것이고, 제주청년들도 리턴하거나 자극을 받아 성장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긴 호흡으로, 서로 돕는 '기브 퍼스트' 문화로 가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스타트업의 도시인 콜로라도 볼더 시는 20년을 바라본 결과물"이라며 "5년차를 맞은 제주는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경쟁하기보다 시너지 있는 부분을 찾아 협력해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문화가 싹트고 있어 제주 스타트업의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고 덧붙였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