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기다리며
[책 읽어주는 남자]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5월은 따뜻한 달이다. 봄의 만발했던 꽃과 나무들이 찬란한 신록으로 몸 바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마음은 생동한다. 또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어져 따뜻한 마음으로 살펴보아야 할 일이 많은 달이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세계의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가장 감동깊게 읽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혹은 '어른이 되고 나서 읽으니 더욱 감동적이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런 독후감을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해주는 삶의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어느 비행기 조종사는 고장 난 비행기와 함께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다. 그는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고, 어린 왕자로부터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많은 감동을 받게 된다. 어린 왕자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기에 다른 사람의 사랑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어린 왕자는 여우와의 대화 중에서 "네가 장미꽃을 위해서 허비한 시간 때문에 장미꽃이 그렇게 중요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꽃을 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보내는 '인내의 시간들'은 우리에게 더 큰 기쁨을 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한 엄청나게 많은 일을 접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과 사건이 모두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에 대해서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는다는 것, 즉 쉼없이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또한 어린 왕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고 추상적인 개념들, 이를테면 사랑, 자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뜬구름 잡는 것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로 여긴다. 그런 것들은 삶에서 별로 필요 없는 것이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우리 인생에서 절망적이고 힘든 상황에서도 삶을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을 좇아가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도 너무나 중요하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어린 왕자는 사막에서 자신의 친구였던 여우와 장미를 남겨두고 떠나게 된다. 남겨진 여우. 그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지기 전 그저 들판에 한 마리의 여우에 불과 했다. 그러나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지고, 그의 발자국 소리와 그가 오길 기다리는 그 순간마저 행복해했다. 어린 왕자는 그런 여우를 두고 떠나야 한다. 장미도 마찬가지다. 어린 왕자를 위해 우주에 남은 단 하나뿐인 장미, 그녀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내보이지 않으려 얄밉고 예민하게 굴었다. 그렇지만 어린 왕자는 떠나야 했고 장미는 쿨하게 그를 보내는 척 했지만, 텅빈 별에 혼자 남아서 눈물 흘린다. 모든 존재는 만남과 떠남이라는 회자정리(會者定離)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던가.
작품에서 어린 왕자는 누군가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열정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자세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찬란한 5월에는 우리의 어린이, 어버이, 스승이 모두 행복한 날이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