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우리는 '지방'에 산다<2>인구 위기

"고령화 시대 경기둔화·지방 매력 감소…지역 구심력 키워야" 노년인구부양비 2018년 2.7대 1에서 2054년 1대 1 결혼·출산 등 미래도 암울…팬데믹 충격 전국 최악  지역 매력도 증대 위한 정주여건 개선, 재배치 필요

2021-07-13     김봉철 기자

'지방 소멸'이나 '인구 절벽' 같은 단어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지방소멸 관련 법안 제·개정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하는 등 균형발전 정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수도권 중심의 쏠림 현상과 이른바 '빨대효과'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눈앞으로 다가온 인구감소에 대응해 제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2050년대 노인이 절반
제주의 인구 문제는 자연감소, 순유입 인구 증가 둔화 외에 빨라지는 고령화 시계까지 복합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2030인구변화 예측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향후 제주는 인구변동성 증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년인구 부양비 증가라는 함정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인구 변동성 증가는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현재 67만명 수준에서 오는 2030년 79만9441명, 2047년 86만3500명까지 증가하고, 2100년에는 45만8625명 수준으로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외국인과 체류인구를 포함한 활동인구는 2030년 107만5336명, 2040년 112만853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합계출산율이 2017년 1.31명에서 지난해 1.02명으로 줄고 청년 유입 인구도 2017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는데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30~65세 이하 인구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인 노년인구부양비는 2018년 2.7대 1에서 2054년 1대 1로, 사실상 노인 인구가 절반에 달할 전망이다.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인구동향과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혼인건수는 2981건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전년 3358건보다 11.2% 감소한 수치다. 혼인건수를 공식 집계한 이후 한해 3000건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제주 인구 자연증가율은 0.0명이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데드크로스'에 임박했다. 

△취약한 경제 정주환경도 악화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는 전국 시·군·구의 40% 가량은 '소멸위험지역'으로 30년 뒤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 제주살이 열풍이 불었던 사정과는 달리 저출산·고령화, 유입인구 '리턴' 등 빈둥지 도시 우려가 경기둔화로 인한 경제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전국 지역경제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제주지역이 가장 충격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GDP 성장률 하락폭의 2.5배에 달하는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 하락(-9.0%p) 충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대면산업 비중이 높은 탓이다. 제주는 경상GRDP내 음식숙박 비중이 6.6%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문화서비스업도 4.7%로 강원에 이어 2위였다. 운수업을 합한 3개 업종 비중도 16.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앞으로 제주경제를 디지털·비대면 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비대면 시대에도 '인간관계'나 '삶'에 대한 기본 요구는 바뀌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심리적 소외감과 제약, 경제적 곤란 등이 쌓이면서 '지방'의 정주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앞서 수도권에서 지리적으로 먼 지역일수록 초고령사회 도래와 청년·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냈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역발전정책의 관점에서 인구 문제를 살필 것을 조언했다.

지역 매력도를 증대시킬 수 있는 정주여건 개선으로 인구 재배치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지역간 인구이동을 노동력 이동의 경제적 관점에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구심력'에 주안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내 균형·삶의 질 개선부터
결국 인구 측면에서 노인인구 부양비 증가와 재생산 속도 저하가 제주의 미래를 좌우하며, 출산율은 물론 인구를 끌어들일 환경을 만들어가는 정책에 해결의 방점이 찍힌다.

제주는 타 지방도시와 비교해 생산도시가 아닌 소비도시라는 특성에 따라 늦게 성장 탄력을 받고, 일찍 가라앉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조선·해운업 악화 등으로 코로나 이전부터 제조업 위기를 겪어온 남동해안 공업도시와 달리 최근에서야 위기에 직면한 제주는 대응할 시간도 부족한 편이다.

지역 내부적으로도 신·구도심 경쟁 구도와 두서없는 개발 정책으로 지역내 양극화라는 기형적 팽창으로 이어졌다.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 취약에 따른 삶의 질 하락 같은 문제도 양산했다.

공동체 와해와 갈등이 지방 자생력을 흔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농 복합형 도시 구조는 인구 정책에 있어 각각의 특성에 맞춘 섬세한 설계와 '현상 유지'의 필요성을 경고한다. 사람이 있어야 도시도 살 수 있다. 

사람을 살게 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사람들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 인구 절벽·지역 소멸 위기 선제적 대응 방안 모색으로 공동화 속도를 늦추고 인구 감소 시대에 맞는 도시계획과 정책 방향 설정이 절실하다.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취재팀=김봉철 부장, 이은지·김재연·김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