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펑펑 쓰는 농업용 지하수 고갈 부추겨

위협받는 제주의 물, 보존 위한 실천 4. 사실상 '공짜' 인식 팽배

2021-09-28     윤주형 기자

월 사용료 5000원~4만원
공공용 관정 사용료 '0원'

지하수 누수량 60% 상회
물 공급 시스템 개선 절실

제주 지역 농업용수는 대부분 지하수다. 하지만 농업용 관정 지하수 원수대금이 턱없이 낮다 보니 농가는 농업용수를 '공짜 물'로 인식을 하고 있다. 지하수를 뽑아도 쓰지 못하고 줄줄 새는 양도 상당하다. 지하수 사용량 조절 및 지하수 관리 재원 확보 등을 위한 지하수 원수대금 현실화와 함께 지하수 공급 시스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아무리 써도 월 4만원

제주는 물이 흐르는 하천보다 건천이 많고, 지하수가 풍부한 화산섬의 특성 등으로 제주는 생활용부터 농업용까지 용수 공급량의 대부분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 월평균 농어업용 지하수 개발 허가량은 지난해 말 기준 2666만7000t으로, 전체 허가량 4909만3000t의 54.3%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 농어업용 지하수 개발 허가량이 많은 것은 농업용 지하수 원수대금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9년 말 기준 제주 지역 지하수 원수대금 1t당 단가는 가정용 133원, 영업용 316원, 골프장용 605원으로, 같은 양을 상수도로 사용할 경우 가정용 568원, 영업용 2375원, 골프장용 2489원 등의 13~24%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농업용 지하수 원수대금인 경우는 사용량과 관계없이 지하수 관정 지름에 따라 월 5000원~4만원만 정액으로 부과되고 있다.

이마저도 사설 농업용 관정에만 지하수 원수대금이 부과될 뿐 월평균 농업용 지하수 허가량 2666만7000t의 80%를 차지하는 공공용(월평균 허가량 2133만7000t)은 지하수 원수대금이 면제되고 있다.

지속 이용 가능한 수자원 보전·관리 등을 위해 현실적인 지하수 원수대금 부과와 동시에 빗물, 지표수, 재처리수 등 대체 수자원을 활용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쓰지도 못하고 줄줄 새는 지하수

제주에서 개발·이용하고 있는 지하수 관정 가운데 57% 가량은 1990년대에 개발된 시설로, 30년이 넘어가면서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2019년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제주지역 농업용 지하수 관정 운영실태 감사 결과 농업용 지하수 누수율은 62%, 2019년 제주연구원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농업용 지하수 누수율이 60.3% 등으로 나타났다.

농업용 지하수 관정에서 뽑아 올린 물 가운데 실제 밭에 뿌려지는 양은 38~40% 수준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업용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지하수 개발 요구가 이어지는 등 지하수 고갈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제주 지하수 관리체계는 땅속에 있는 지하수는 모두 같은 지하수지만 지하수를 이용하는 용도인 먹는 물,  생활용, 농업용, 공업용에 따라 다른 수질 기준을 적용하는 등 다르게 관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량·수질·상수도·농업용수를 통합하는 통합 물관리 체제를 구축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용도에서 물이 남을 경우 부족한 부분으로 공급하는 등 한정적인 지하수 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지하수 수질 관리를 단일화된 기준으로 개선해 수질 등급별로 구분하고, 수질 등급별 관리목표를 설정해 관리하는 방안 검토도 요구되고 있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