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작은 학교의 '교육 운동'
우리는 '지방'에 산다<3>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 과정 연계 사업 '눈길'
돌봄 프로그램부터 캠핑·암벽 등반까지 다양
도시재생에서 인구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하지만 단순히 인구 유치를 위한 개발보다 회복에 중심을 두고 보면 공동화 과정을 겪어가는 농어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주민들의 삶을 만족시키기 위한 교육·문화·복지와 같은 것이다. 7월 기준 인구 2613명의 작은 마을,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지역 중심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살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제민일보가 도시재생의 해법으로 모색해온 '지역력'의 사례를 들여다본다.
△지역학교 살리기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에서 활동하는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대표 정유선)은 전라북도고창교육지원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아산면 선운산작은도서관에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10~15명을 대상으로 '십시일반 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십시일반 돌봄 사업은 교육 여건이 부족한 지역의 인적자원을 활용해 돌봄 공백 시간을 채우고 면 단위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 소속 돌봄 전담 강사와 자원봉사자 등 9명은 이 사업에 따라 아산면 지역의 학교, 작은도서관 등 지역사회와 연계해 하교 후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 등의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아산면 풋살장에서 축구 등을 진행하는 '생활체육', 그림책과 만들기와 바느질 놀이를 하는 '쏘잉북', 수채화 등 그림과 자기가 경험한 일을 그리는 '함께 크는 미술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밖에도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은 교육활동을 통한 도농교류, 지역학교(아산초·중학교 등) 살리기, 일자리 창출 등 농촌마을 활성화를 위해 '아산초와 연계한 절기살이 및 인천강 생태탐사 프로그램', '방과후 마을학교' 위탁 운영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자연을 경험하는 교육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이 추진하는 사업 중 자연을 경험하고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프로그램들이 주목할 만하다.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고창군공동체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우리가 되는 도전-캠핑과 암벽 등반' 사업을 운영했다.
이 사업은 맞벌이 등 가정의 아이들인 아산지역 학생(아산초·대아초)들에게 일상적이고 제한적인 돌봄프로그램 이외의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고 자연과의 교류 경험을 통해 자립적인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를 위해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은 지역소멸 위기 상황 등 고창군과 비슷한 여건의 성공 사례인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인구 약 1400명) 배바우작은도서관 교육공동체를 방문해 여러 활동을 공유했다.
사업 주요 프로그램은 20명 내외로 아산면 일대에서 진행된 '클라이밍 스쿨'과 '아산 생태캠핑' 등이다.
특히 클라이밍 스쿨이 진행된 아산면 반암리 할매바위 일대는 클라이밍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적절한 장소인 동시에 지속적인 훈련이 가능한 곳이라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통해 지난 2019년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으로 고창군민을 위한 클라이밍 교실이 열리기도 했다.
당초 아산 생태캠핑의 경우 참여 학생과 가족들에게 자연체험과 자립 기회 등을 제공하기 위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운곡습지와 고창 갯벌, 선운산 등 아산면 일대에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옛 인천초등학교에서만 진행됐다.
이외에도 학생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모내기, 벼 베기 및 수확 활동 프로그램 등도 운영됐다.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은 방과후마을학교를 우수하게 운영한 공로로 지난 2018년 전라북도 교육감으로부터 우수프로그램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은 앞으로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에 맞는 교육과정 연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순수한 주체'가 필요하다"
정유선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 대표는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을 꼽았다.
정 대표는 "자발적으로 교육과정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고민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지역의 특성과 사정을 고려하면서 생태적 가치나 공동체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을학교 프로그램은 보통 공예가 대부분이지만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의 경우 모내기, 벼 수확 등 색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아이들이 논에 빠지고 벼를 베는 모습을 보며 지역주민들도 즐거워하고 기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학부모와의 협의가 중요하다"며 "작은 학교끼리 벨트화 돼서 서로 상생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은 학교는 아이들 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학년이 달라도 계속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시국에 힘들겠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작돼야 한다"며 "특히 작은 학교일수록 이런 자잘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체적 놀이 마당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몸농촌유학협동조합의 경우 강사들이 모여 절기 등에 대해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다"며 "제주도도 감귤 등 지역 특산품,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취재팀=김봉철 부장, 이은지·김재연·김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