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농업 전환 탄소중립·디지털·청년에 달렸다"
제주를 바꾸는 혁신가들 J-Connect Day 2021 <1> 로봇·디지털 기술 활용 농업서비스 시장 확대 전망 농민 경영자 역할 전환, 청년 농업 세계로 진출해야 계시별요금제, 플러스DR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 기회
국내·외 지역혁신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지역의 변화를 만드는 다양한 분야의 지역혁신가 92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지역 혁신의 방향성과 실천방안을 모색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전정환)가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원도심 혁신창업거점 W360에서 진행한 'J-Connect Day 2021'이다. 4개 주제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도출된 지역 혁신 아이디어들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농촌소멸 대응 청년, 후방산업 중요
J-Connect Day(이하 제이커넥트데이)는 지역혁신가들이 모여 다양한 토론과 교류, 네트워킹 활동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연결의 장이다. 또한 지역혁신가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함으로써 실천공동체·지식공동체를 형성하는 장이기도 하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제이커넥트데이에서는 '사람을 닮은 지역의 변화, 원을 확산하다'를 슬로건으로 지속가능한 로컬과 농업 혁신을 모색하고 △지식/기술 △에너지 △라이프스타일 △청년/공동체 등 4개 세션으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첫날은 '지식/기술', '에너지' 세션을 통해 제주의 중요 현안인 농업·농촌 소멸 문제와 탄소 중립 실천 방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열린 키노트 세션에서는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과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략기획경영본부장이 각각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의 농업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남재작 소장은 '미래농업을 위한 조건' 주제발표를 통해 미래농업으로의 변화 양상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의 관행을 극복해 청년들이 도전할 만한 농업·농촌이 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소장은 "농업은 다른 오래된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의 탄소 중립 이슈가 향후 10년간 농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적 요인이 될 것"이라며 "농업분야는 2018년 배출량 2400만t에서 2030년까지 약 670만t을 줄여야 하고, 최종적으로 2050년까지 약 15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2050년까지 줄이기로 한 배출량의 72%를 9년 만에 줄여야 하는 굉장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남 소장은 "현재 가능하냐를 논하기보다 어떻게 가능하게 만드느냐를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며 "축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탄소 중립의 경우 식량 소비자들은 식생활을 바꾸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 식량 생산자들은 스마트농업과 정밀농업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밀농업이나 디지털농업이 가능하려면 디지털에 익숙한 현장 인력, 즉 청년들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고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농촌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남 소장은 또 "현재는 100만 농가가 10~20년내 절반으로 감소하고 파종, 모내기, 수확 등 다양하게 로봇·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농업서비스 회사들이 농촌에 늘어나 외주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농민도 앞으로는 경영의 주체로서 여러 농업서비스를 구매해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하는 경영자 역할이 커지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청년들이 농업을 도전할 만한 산업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량 본부장은 '농업기술의 뉴웨이브, 스마트 농업시대의 시작과 기술정책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농업 후방산업 혁신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거시적으로 보면 선진국이 될수록 농업의 비중은 하락해 우리나라도 현재 선진국 수준인 1% 정도로 향하고 있다"며 "소수의 사람이 기계화 되고 세련된 농업을 영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농업 생산물을 식품, 화장품 소재 등으로 활용하는 전방산업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농업에 투입되는 농약, 종자, 농기계 등 후방산업으로 무게중심이 바뀌게 된다"며 "이전에는 농업 생산물을 식품 등으로 어떻게 잘 만드느냐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농기계, 농자재를 디지털화하고 스마트하게, 각종 솔루션 서비스 만드는 것에서 기회가 생기게 된다"고 예측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이미 한국의 농업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앞으로 IT· BT와 융합하는 스마트농업으로 제조업·서비스업 산업으로 바뀔 것"이라며 "다만 자본이나 기술적 요소에 비해 비기술적 요소, 즉 시장과 사람, 제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농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혁신과 세대교체, 글로벌화 과제
'지식/기술분야' 세션에서는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모더레이터로 패널에는 권민수 ㈜록야/팜에어 대표, 제스프리 프레쉬 프로듀스 코리아 안양순 지사장 및 김종국 차장,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략기획경영본부장이 경로의존성, 디지털·스마트농업·탄소중립·고령화를 키워드로 토론을 진행했다.
안경아 책임연구원은 "농업 혁신을 위해 관점과 태도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며, 농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지원하는게 중요하다"며 "일례로 제주 월동무들은 자조금 단체를 구성해 자율적 수급을 추진했고, 제주연구원이 적정 재배면적 및 범위를 연구해 제공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적인 농가 지원도 중요하지만 자율적인 조직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지털 혁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민수 대표는 "농산물 가격 예측 등 IT기술 활용에서 미국은 기후·토양에 관한 250년간의 빅데이터로 인공지능 학습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2013년 이후 자료라는 점이 애로사항"이라며 "우수 인재가 디지털 농업 분야에 투입돼야 하고 기술과 산업 간 융합이 돼야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또 "농업에서 탄소중립도 다양한 해결책이 있지만 토양이 전세계적으로 망가져서 쉽지 않다"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도 중요하고, 이를 위해 친환경농업 전환시 떨어지는 생산성을 보완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재작 소장은 "탄소 포집은 간단히 말해 나무를 심는 것과 토양에 채워넣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며 "농사에 쓰는 토지를 얼마나 줄여 숲으로 돌릴 것이냐인데,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함께 잘게 나뉜 토지를 지역단위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주량 본부장은 "한국농업의 3대 키워드가 청년, 디지털, 글로벌이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외 농지를 개척해 생산해야 한다"며 "투입재 역시 국내 시장이 작아 세계로 진출해야 하며, 청년이 스마트기술을 잘 활용해서 해외로 사업과 농지를 개척하면 아주 좋은 모델이 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농업 부문에 대기업, 대자본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기업·대자본은 농업 생산자의 영역인 원물보다 기술·자본 집약적인 전·후방 산업, 즉 종자·농약·농기계·비료 등에 대기업이 훨씬 많이 진출해야 하고 생산 이후 유통·식품화·수출 분야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대기업은 또 글로벌도 책임져야 하고, 썬키스트나 뉴질랜드 키위처럼 농업 생산자들이 대자본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농민들이 프렌차이즈 생산을 하는 모델보다는 보드멤버를 통해 조직화·규모화 됐으면 좋겠다"고 정리했다.
안양순 지사장은 "8년간 일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제스프리 농가 분들에게 유럽에서 금지한 약제 사용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작물보호 프로그램을 적용한 것"이라며 "제스프리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2~3년 전에 시작해 질소 사용량을 줄이기부터 실시하고 있는데 농가 인식 전환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60대 중반이었던 농가 평균 연령이 현재 50대 중반으로 낮아져 세대 교체에 성공하고 있다"며 "특히 제주에서는 제스프리 농가에게 타 지역보다 2배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과 안정적인 수입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종국 차장은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로 농업 수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식품 안정성, 탄소중립 등에 빨리 적응해야 살아남는다"며 "농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료였다. 뉴질랜드는 규제도 많고 전문적인 토양검사 등으로 친환경적 비료 사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비료가 얼마만큼 필요한지 알 수가 없어 선진화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기 속에서 기회 찾아야
이어 열린 '에너지' 세션에서는 노희섭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테크수석전문위원을 모더레이터로, 패널에는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 박창민 그리드위즈 전무, 허은 ㈜이온어스 대표가 참여해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현황과 과제를 짚었다.
김영환 본부장은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에너지 부문간 연계'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도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는 'CFI 2030(Carbon Free Island 2030)'을 선언했지만 여러 난제들이 있어 당분간 LNG 발전으로 보충하다가 나중에 수소로 대체하게 된다"며 "현재 태양광발전이 1000여곳, 풍력발전단지가 20곳이 있는데 2050년에는 태양광·풍력 비중을 70%까지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점유율이 18%를 달성했는데 더 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한다"며 "공장이 거의 없는 특성상 저녁시간 전력소비가 많은 패턴에서 부하평준화 방안을 찾아야 전력 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현재 가장 저렴한 농어업용 전기요금도 개편될 수 있다. CFI 2030에 맞춰 계시별 요금제로 바뀌고 현재의 보조금은 취약계층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며 "변화하는 요금제도에서 석유를 전기로 바꾸거나 시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저렴해지는 요금을 찾아 그에 맞는 모델로 사업을 하는 것이 좋다. 친환경 RE100(Renewable Energy 100) 농업이나 지열·수열을 이용한 농업 모델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희섭 전문위원은 "날씨 영향을 받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부하를 평준화하고 생산과 수요가 차이나는 부분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에 사업적 기회가 상당히 많다"며 "그간 제주는 공업이 없어 수송(전기차)과 발전 영역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다음 영역이 1차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문위원은 "1차산업의 국제적 가치체제에서 농업 분야도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따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앞으로 친환경 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그 과정에서 수익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교 부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농업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생태농업과 디지털농업의 에너지 생태가 강조되고 있다"며 "에너지 혁신생태계는 참여자가 과거 소수 엘리트에 그쳤지만 이제는 농민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기에 농업 협동조합 등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진다"며 "실시간 가치 기반으로 변화하는 전기시스템을 활용한 유연성 시장의 상당 부분을 민간이 차지할 필요가 있고, 농민들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민 그리드위즈 전무는 올해 제주도와 함께 추진하는 플러스DR 사업을 설명하며 "일반적인 DR 시장은 전기사용량을 감축하는 방식이지만 플러스DR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의한 과잉공급이 예상되는 시간에 전기사용량을 늘릴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라며 "농업에서도 전기가 남을 때 난방을 많이 해두는 방식 등으로 플러스DR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