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공동목장·목축문화 보전 위한 합리적 대안 모색"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사 제2부 목축유산 소멸 위기 <1>프롤로그 과도한 세금 부담 및 각종 환경 규제 등 매각 위기 세제 감면, 경관직불금 상향 및 활용도 제고 필요 올해 후속 기획으로 제도 개선, 활성화 방안 모색

2022-01-04     김봉철ㆍ이은지 기자
하원공동목장.

제주의 마을공동목장과 목축문화는 제주 중산간 지역의 고유한 문화로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보존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일반의 관심은 덜한 것이 사실이다. 제민일보는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8회에 걸쳐 도내 마을공동목장을 현장 취재해 실태를 진단하고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후속 기획으로 올해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사 2부 목축유산 소멸 위기' 기획을 진행한다.

# 불합리한 규제 개선 시급
제주만의 고유한 목축문화인 마을공동목장은 일제강점기에 비로소 역사무대에 등장했지만 넓게 보면 제주지역에 존재했던 고려 말, 조선시대의 목축전통에 뿌리를 둔 것이다.

고려 말 제주지역에 몽골이 '탐라목장'을 설치해 군마를 생산했고, 조선시대에는 세종이 한라산지에 있었던 기존의 방목장들을 개축해 국마장을 설치했다. 이는 이후 한라산을 둘러싼 '10소장'으로 운영되면서 제주는 대표적인 말 생산지로 전국에 알려졌다. 한마디로 제주사에 있어 조선시대는 '목축의 시대'였다.

이러한 지역적 전통은 이후 국영목장 폐지와 일제강점기 재편성, 제주4·3,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많은 변화가 불가피했다. 4·3으로 인해 많은 가축이 희생되고 마을 자체도 사라지거나 큰 피해를 입으면서 목장조합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각종 개발 바람과 함께 과도한 재산세 부담 등으로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43년에 123개에 달했던 마을공동목장들이 지난해 51개로 급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지방세특례제한법의 감면 대상에서 마을회 등이 제외되면서 2020년부터 막대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공동목장을 소유한 마을회에 부과되자 매각을 검토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 및 초지법 강화 등 각종 환경 규제로 수익사업을 원천 봉쇄한 법령·조례들도 마을공동목장을 위협하고 있다. 

# "조합 해산은 목축문화 소멸"
제민일보와 강만익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문학박사)·좌동열(문화관광해설사) 등 마을공동목장 기획 자문단은 2014년부터 2년간 도내 14개 마을공동목장을 직접 돌며 사료를 축적하고 목장과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제민일보에 기획연재했다. 

공동목장조합의 형성과 운영, 변화, 쇠퇴 과정을 조사하는 한편 목장내 경계돌담, 급수터, 방풍림, 테우리막 등 목축시설과 방앳불 놓기 등 목축의례, 헌마공신 김만일 관련 역사 등을 전반적으로 살폈다. 그리고 천년을 이어온 제주목축문화 전승은 우리 세대의 의무임을 강조했다.

목장조합의 해산은 곧 축산업의 포기인 동시에 전통적 목축문화의 소멸을 의미한다. 마을공동목장들은 재정난으로 위기에 처한 현재, 제민일보는 올해 제2부 기획을 통해 개선을 도모한다.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한 공동목장 세금 감면 혜택을 비롯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경관직불금 상향 조정, 초지법 개정 등 공동목장과 관련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공동목장 활용도를 극대화 해 궁극적으로 제주의 마을공동목장과 목축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방안들을 살핀다.

여기에 지난해 말 도내 42개 마을공동목장조합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연합회 구성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목장조합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등 목축문화 보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한다. 김봉철·이은지 기자

"운영 여건 조성, 지속가능성 확보 과제"

인터뷰/강만익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마을공동목장은 1930년대부터 등장한 것으로, 전국 유일의 목축 공동체이며, 현재 마을회나 마을공동목장조합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공동목장은 1930년대 116개로 출발한 후, 1943년에는 123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4·3사건 여파로 공동목장에 방목했던 우마들이 사라지고 조합원들이 사망하면서 목장조합이 와해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는 중산간 관광개발 붐에 영향을 받아 골프장 등으로 매각되었다. 이후 1995년 82개, 2010년 65개, 2021년 51개로 줄어들었다. 제주연구원 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51개 공동목장 가운데 목장조합이 목장용지를 보유한 경우는 30개에 불과하며, 목장조합이 마을회 소유의 목장용지를 빌려 이용하는 경우 9개로 조사됐다. 

목장조합을 '마을공동목장조합 또는 마을회 소유의 목장용지를 활용해 목축하거나 수익사업을 하고, 목장조합 운영규약이나 조합정관에 따라 운영되는 마을단위 목축조직'이라고 정의한다면, 실질적인 공동목장(조합)은 39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공동목장의 방목실태를 보면, 조합직영 방목이 11곳에 불과하고, 임대방목이 19곳으로 나타나 30곳 정도의 공동목장에서 방목이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2022년 현재 그다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목장조합이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목장조합 존립을 크게 위협하고 있고, 그 결과 당장 연초에 열릴 조합원 총회에서 "이럴 거면 차라리 공동목장을 매각해 버리자"는 주장들이 비등해질 것이다.

공동목장의 지속가능성은 공동목장조합이 세금 걱정 없이 공동목장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절박한 세금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결국 공동목장은 매각되고 말 것이다. 

공동목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이라도 마을공동목장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목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국회위원과 법률전문가, 도의원, 행정당국, 축산전문가, 목장조합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마을공동목장 조합간 연대도 중요하다. 뭉쳐야 산다. 제주도목장조합연합회 등의 조직을 통해 한 목소리로 공동목장의 처한 문제점을 알리는 큰 목소리를 내야 정부와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제주지역 대통령 선거공약에 공동목장 문제 해결방안이 포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