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모습

[책 읽어주는 남자] 막심 고리키 「어머니」

2022-05-09     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이 세상의 모든 언어 중에서 '어머니'라는 단어보다 고결하고 성스러운 것은 없다. 어디에 계시든, 언제든 달려가서 안기고 싶은 곳이 어머니 품이다. 사랑으로 흘러 영원의 바다가 되는 푸른 어머니, 그 어머니가 이제는 가까이 계시지 않으니 그리움은 더욱 진하다.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느라 효도 한번 제대로 못했지만,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와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 안아준 어머니이다. 당신의 고통 속에서 생명을 이어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아직도 감사할 줄 모르는 자식들이다. 

기쁨보다는 아픔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았던 어머니의 바다에서는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등대가 되었고 기도가 되었다. 삶의 항해가 고단하고 힘들 때, 거친 파도가 배를 뒤집어 엎을 듯 밀려올 때, 불러보는 이름이 어머니이다. 집 없이 방황하며 울고 있는 자식들이 영원히 돌아가고 깊은 곳이 어머니 품이다.

어머니는 아무리 슬퍼도 울지도 않고,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온종일 일하는 것만 좋아하고, 새로 지은 따뜻한 밥보다는 가족들이 먹다 남은 밥을 모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집안과 가족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던 어머니, 대체 어머니의 위대함은 어디까지일까. 어머니 삶의 모습은 주어 없이 수많은 동사로만 이어진 길고 긴 문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하면서도 가장 강한 존재이다. 그들은 자식들의 자상하고 따뜻한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혁명가가 되기도 한다.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 막심 고리키의 대표작 「어머니」는 고리키 문학의 결정판으로 소비에트 문학의 첫 장을 연 작품이자, 20세기 러시아 문학사에서도 일대 전환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혁명의 교과서이자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일깨워주는 지침서로 널리 읽혀 왔다. 고리키는 노동 계급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역사 발전의 주체적 존재로 등장시켰으며, 불의에 맞서는 적극적 유형의 인간 계급으로 묘사하였다. 

겁이 많고 수동적이었던 '어머니'가 혁명 운동에 뛰어든 아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혁명을 이해하면서 여성 혁명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 닐로브나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한 여인의 가슴에 어떻게 혁명의 불꽃이 피어나고 그 불꽃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세계 어디서나 불꽃처럼 쉼없이 강인하게 타오르는 것이 어머니의 영원한 모습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일깨워준다.  

어미니들의 삶과 같이, 이 작품의 이야기도 어머니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아들의 이야기가 주체가 되어 전개된다. 어머니의 감정은 그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 언제나 어머니의 모든 관심사는 자식들뿐이라는 것일까? 개화된 청년을 아들로 둔 어머니가 처음엔 아들 걱정에 잠 못 이루더니 점점 아들을 이해하고 자랑스러워하게 되며 자신도 아들이 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네게도 어미가 있다면 이런 것 쯤은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오늘도 어머니는 일출의 바다와 일몰의 바다가 되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어머니처럼 살아있는 바다가 되어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랑과 희망을 안겨주어야겠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들 어머니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