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품종 생산 통해 홍수 출하 막아 경쟁력 확보"
[제주 감귤 미래 50년을 일구는 선도 농업인] 9. 문대진 농가
38년 반평생 이상 농사 열정...과수원 환경 적합 품종 재배 중요
조기 출하 및 현혹 상품 유통 지적...풍수해보험 의무 가입 강조
문대진씨(71)는 현재 서귀포시 강정동 일원에서 1500평 규모의 한라봉 시설 과수원을 운영하며 고품질 한라봉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 감귤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감귤 정책과 유통의 주최인 농협의 혁신과 농가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책도 함께 제시했다.
△반평생 이상 농사 열정
문대진씨는 서귀포시 강정동 일원에서 1500평 규모의 한라봉 시설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문씨는 과수원 바로 옆에 거처를 마련할 정도로 농사를 사랑하는 인물이다. 문씨의 일과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10m 남짓 떨어져 있는 과수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날의 나무와 감귤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문씨의 농사 인생은 3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1984년. 문씨는 바나나 재배를 시작으로 농사꾼의 길을 걸었다. 1980년대는 제주도에서 바나나 농사가 호황을 누렸던 시기다. 당시 바나나는 비싼 과일의 대명사로 효자 작물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바나나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제주도내 상당수 바나나 농가가 가격 경쟁에 밀려 폐원했다. 문씨도 마찬가지다.
이후 작물 전환을 고려 중이던 문씨는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된 품종인 한라봉을 재배하기로 결정했다. 한라봉은 다른 품종에 비해 당산비가 높고 향이 좋다.
작물 전환을 결정한 문 씨는 농업기술원과 한라봉 관련 연구회 등에서 주관하는 교육과 연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교육·연구회에서 배운 선진기술 등을 받아들여 한라봉 주요 생산 농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문씨의 상품은 전국 유수 백화점 등에 납품될 만큼 인정받고 있다.
문씨는 "우리 주변에는 감귤 관련 교육과 연구회 활동이 다수 있고, 누구든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고품질 감귤을 생산해낼 수 있다"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씨는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농업인의 권익 보호 등을 위해 앞장섰다. 2015년부터 몇해 간 제주도농업인단체장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적지적소 적지적작 핵심
문대진씨는 '적지적소 적지적작'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즉,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쓰듯, 알맞은 땅에 알맞은 작물을 재배하라는 뜻이다. 같은 제주지역이라도 땅의 성질과 날씨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씨의 지론은 제주 권역별로 다품종 생산을 지향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감귤 농가들이 자신의 과수원 환경에 맞지 않게 소득이 높은 특정 품종을 재배하면 상품의 질이 떨어질뿐더러 홍수 출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는 결국 가격을 지지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문씨는 "가격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감귤 농가들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감귤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다품종 생산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자신의 과수원 토양, 기후 등에 맞는 품종 선택은 농업기술원과 지역 농업단체 등으로 문의하면 된다.
△조기 출하 등 유통 근절
문대진씨는 한라봉 농가에 조기 출하 자제를 당부했다. 한라봉은 3~4월에 가장 맛이 좋다.
하지만 일부 한라봉 농가들이 구정 등 대목에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한라봉을 조기 출하하는 경향이 있다.
한라봉은 과피가 선숙, 과육이 성숙되는 과일이다. 농가와 상인 외에는 맛을 알 수 없다. 조기 출하시 비상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이와 함께 문씨는 잎사귀가 붙어있는 한라봉 유통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잎사귀와 꼭지 등이 붙어있는 한라봉은 유통과정에서 주변 과실에 상처를 입혀 부패를 유발할 수 있다.
보통 소비자들은 잎사귀가 달린 한라봉을 잎사귀가 없는 한라봉보다 더 신선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고, 감귤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문씨는 "한라봉 특성상 작형 별 수확 시기가 다르다"며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기후변화 대응책
문대진씨는 고령화 등 농가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경영비 절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씨는 경영비 절감을 위해 2인 농가 기준 1500~2000평 규모의 과수원 운영과 선진농법 도입 및 기반시설 구축을 권했다.
이어 문씨는 태풍 등 자연재해를 대비해 풍수해보험 가입도 필수라고 전했다. 기후변화 등으로 날씨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씨는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농법이 있다면 과감히 적용하고, 인력을 대신할 수 있는 기반시설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시설 20~30여 곳을 다녀봤는데 피해가 막심했고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풍수해보험 의무 가입 등 정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진혁 기자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