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발장 이야기
[책 읽어주는 남자]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서양 고전 문학 작품 중에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 만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도 드물 것이다. 뮤지컬이나 영화를 통해 '레 미제라블'이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소설에는 다른 장르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문학만의 위대한 서사와 감동이 있다. 소설은 1862년 3월 30일에 처음 출간되자마자 파리의 서점들에서 이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오늘날까지 그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레 미제라블」은 혁명과 변혁의 물결로 뒤덮였던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이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장 발장'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나 영화, 뮤지컬 등이 보여주는 '장 발장 이야기'는 이 위대한 작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다. 원작소설에는 전쟁과 혁명, 폭동, 가난 속에서 격변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프랑스어로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가 35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 오던 이야기를 17년에 걸쳐 완성해 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 폭동 등 프랑스의 19세기라는 중요한 시대를 관통한 역사적 격변을 다루고 있다. 또한 당시 사람들의 지난한 삶과 한을 담은 민중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와 주제로 세상과 인간을 동시에 바라보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이며, 인간의 삶과 세상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다.
가난의 숙명 때문에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 했던 장 발장과 비운의 여인 팡틴, 범죄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심을 지닌 자베르 경감, 거리의 꼬마 혁명가 가브로슈, 시대의 어둠이 맺어준 연인 코제트와 마리우스…. 한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펼치는 장대한 인간 드라마에서 한 시대와 역사,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작품은 시골 일꾼 장 발장이 가족을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붙잡혀 19년에 걸친 감옥살이 끝에 석방된다는 '장발장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리엘 주교를 만나 개과천선한 장발장은 팡틴, 코제트와 같은 또 다른 '레 미제라블'을 만나며 선을 베푸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야말로 한 저주받은 비천한 인간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어떻게 하느님이 되는지 그려지고 있다. 장구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나이, 계급,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어떤 가치관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보여진다.그러나 어느 사회에서나 그렇듯이 부자가 반드시 정의롭고 가난한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작품에 나오는 장 발장의 대화는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준다.
"나는 삶에서 밀려난 사람이오. 예전엔 살기 위해 빵 하나를 훔쳤소. 그런데 오늘은 살기 위해 이름 하나를 훔치고 싶진 않소."
"부자들에겐 분명히 없는 두 가지 재산을 주신 것을 신에게 감사드리오. 그것은 나를 자유롭게 해 주는 일과, 나를 품위 있게 해 주는 생각입니다."
장 발장의 희생적인 생애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위대함을 발견한다. 수백 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가난과 생활에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선악, 온갖 고통 속에서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우리의 모습이 읽힌다.
"나는 이 책에서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물리치고, 노예 제도를 금지하고, 가난을 몰아내고, 무지한 자를 깨우치고, 병든 자를 고쳐 주고, 어둠을 밝히고, 증오를 증오하려 했다."라는 위고의 말처럼 「레 미제라블」은 인간 삶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밝혀 준다는 점에서 위대한 작품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