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에 인격 모독까지" 관광종사자 감정노동 시달린다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13일 결과보고 및 토론회 72.8% "언어폭력 당했다" 폭행·성희롱 경험도 절반

2022-10-13     신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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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관광종사자들의 대다수가 고객으로부터 언어폭력 등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주지역본부와 관광레저산업노조는 13일 제주도의회에서 '제주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도내 관광종사자 2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8%가 고객에게 인격적 모독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세부적으로 '어쩌다 있음(35%)' '한달에 1~2번(20.1%)' '일주일에 1~2번(11.8%)' 등이었다. '거의 매일 겪는다'는 응답도 5.9%에 달했다.

종사자의 67.3%는 고객으로부터 폭언·폭설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인격적 모독이나 폭언·폭설을 일주일에 1~2번 이상 또는 매일 당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17.7%와 23.6%에 달했다"며 "응답자 5명중 1명꼴로 고객의 언어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응답자 절반 정도는 언어폭력을 넘어선 폭행이나 성희롱·성추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을 겪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7.8%,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경험도 절반 이상인 52%였다.

고객에 의한 괴롭힘에 대한 직원보호 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27%는 거의 없거나 매뉴얼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한 응답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회사는 고객과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데 급급하고 직원은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다른 응답자는 '욕설을 하고 다른 누구는 무릎까지 꿇은 일이 있다. 그런데 그 고객은 계속 돌아다니면서 보인다. 막아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서영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의 권리가 서비스 제공 노동자의 인권과 충돌하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것이 인권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서비스 부분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설문에는 모두 288명이 참여했으며, 응답 내용이 부실하거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된 경우를 제외하고 256명의 응답이 분석이 사용됐다.

응답자 사업장은 호텔 등 숙박업(63.7%), 카지노(10.2%), 관광지 시설(9.0%), 여행사(7.8%), 골프장(5.1%), 렌터카(2.7%), 기타(1.6%) 등이다.신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