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10년 뒤 바라보는 안목 키워야"

[제주 감귤 미래 50년을 일구는 선도 농업인] 13. 김경식 농가

2022-10-27     김수환 기자

환경변화 대비 시설투자 판단
시작 전 작목 선택 신중 당부
도차원 계획재배 컨설팅 필요
농기원교육·연구회 적극 활용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에서 매년 고품질 천혜향을 생산하고 있는 김경식 농가는 당장 이듬해 작황만을 바라볼 게 아니라 3년, 5년, 10년 등 수년 이후의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때 고려해야할 환경은 물가상승에 따른 자재비, 인건비, 유류값 등은 물론 추가 설치하고자 하는 시설비용, 기르고 있는 품종 특성에 따라 투자해야할 노동력과 본인의 건강상태까지를 포괄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김 농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과 '연구회'를 제시한다.

 

△시설투자 장기적 관점 판단

김경식 농가가 본격적으로 천혜향 재배를 시작한 건 2013~2014년 무렵이다. 하지만 김 농가는 수년전인 2007년부터 계획을 세우고 돈이 생기면 미리 시설에 투자하는 등 시설재배를 준비해왔다.

김경식 농가는 가온시 보온커튼 활용을 예시로 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대비 등유 가격이 크게 치솟은 만큼 통상적으로 가온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김 농가는 보온커튼 활용으로 부담은 덜하다고 답했다.

예컨대 3300㎡ 규모 시설 기준 보온커튼을 통해 시설내 온도를 보존할 경우 가온비용은 500~600만원 선으로, 보온커튼을 시설하지 않을 경우에는 가온비용은 1200만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보온커튼 시설비용을 4000만원, 사용연한을 10년이라고 가정할 경우 투자대비 효율이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보온커튼이 겨울에는 온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여름에는 뙤약볕을 가려 온도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쾌적한 작업환경을 제공하는 등 활용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도차원 컨설팅 지원 제안

제주도 역시 시설재배의 효율을 인지하고 고품질 감귤 생산시설 현대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도 사업을 통해서는 △감귤원 원지정비사업(110㏊) △감귤 비가림하우스(20㏊) △무인방제(90㏊) △보온커튼(40㏊) △자동개폐기(90㏊) △관수시설(50㏊) 등 총 14개 부문에 대해 보조금 50%, 융자 30%, 자부담률 20%로 지원할 계획이다.

김경식 농가는 여기에 더해 제주도가 시설재배에 뛰어드는 농가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농가 스스로 필요한 시설을 신청하고 혜택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와 연결해 토지에 알맞은 시설재배 작목 선택부터 농가의 환경 등을 감안한 적정선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물론 농가 스스로 제주도 농업기술원 등이 제공하고 있는 교육에 참여해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는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완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시설재배에 돌입할 경우 자칫 정작 필요한 시설을 갖추지 않아 추후에 다시 더 많은 노고를 들여 재설치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김 농가는 그만큼 행정이 한 발짝 더 나아가 컨설팅을 통해 각 농가들이 시작단계에서부터 장기적 안목으로 계획재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권한다.


△작목 선택 10년 농사 좌우

김경식 농가는 시설재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작목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이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지역의 토양·기후 등 환경은 물론 자신이 향후 4~5년까지 감당할 수 있는 노동력과 인건비, 자재비 등 투자여건과 작목별 특성을 대조해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김경식 농가의 주력인 천혜향의 경우 성목이 되기 전까지 심지가 아직 덜 굳은 가시를 꺾어내야 한다. 가시를 다듬지 않으면 과실에 상처를 입힐 수 있을뿐더러 작업중에 여기저기 찔리고 긁히기 쉬워 방해가 된다. 그만큼 더 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하는 셈이다.

반면 김 농가가 수년 뒤를 대비해 2800㎡ 규모로 시설한 카라향의 경우 가시가 없어 가시를 다듬는 노력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작업도 한결 수월하다.

이같은 단편적인 예시 외에도 작목 선택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나무를 심어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4~5년이 걸리는 만큼, 선택을 잘못하면 이후 새로운 작목을 선택해 길러내기까지의 시간을 포함해 10년 가량을 놓치게 될 수 있다.


△교육·연구회 활용 안목 높여야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기 위해 고려하고 신경써야할 사항은 수없이 많다. 오죽하면 김경식 농가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종이 바로 농업"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평생 공부'라니 시작부터 부담이 느껴질 수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선 농업을 시작하며 다져야 할 각오로 여겨야 한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는, 주관적 농법만으로는 언제든 한계에 부딪혀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췄다.

김경식 농가는 농업기술원 등이 제공하는 교육을 이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연구회'라는 또 하나의 길을 적극 제안한다.

자신이 선택한 작목의 연구회에 들어가 다른 농가의 재배법을 듣고, 직접 현장을 보며 견문을 넓힐 것을 권한다. 아울러 교육을 받거나 연구회에 들어가는 일로 손해 볼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김수환 기자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