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여순10·19 하나의 역사적 '사건'…"협력 방안 모색"

제주4·3 후대 전승 다크투어로 5. 에필로그

2022-10-30     양경익 기자

 

올해 특별법 시행 명예 회복 발판…과거사 해결 상호 연대
정부 주도 첫 추념식 제주 관계자 참석 의미…교류도 활발
반면 다크투어 활성화 미흡…"교육장 활용 후대 전승 기여"

제주4·3과 여순10·19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7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여순10·19는 전남 여수에서 주둔하고 있던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념 갈등 속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했으며 확인된 사망자만 3400여명에 달한다. 행방불명자는 800여명 수준으로 추정 사망자는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제주4·3과 여순10·19는 과거사 해결을 위해 지역의 연대를 넘어 공동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할 시점이다.

△성과 불구 과제 산적

지난해 6월 29일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많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7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희생자 유가족들의 한을 풀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해당 특별법에는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와 희생자 및 유족들에 대한 명예 회복 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올해 1월 시행됐다.

이를 통해 관련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의료·생활 지원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 묘역과 위령탑, 사료관, 위령 공원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배·보상 문제와 저조한 피해 신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실정이다.

우선 희생자와 유족 보상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실질적인 지원책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 6일 처음으로 희생자 45명과 유족 214명을 공식 결정했지만 특별법 제정 이후 피해 신고를 받은 지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신고된 건수는 3200여건에 불과하다.

이는 유족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국가에 대한 트라우마 등으로 신고가 어렵거나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감대 형성 절실

이 같은 과거사 해결을 위해서는 제주4·3과 여순10·19의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현재 유족회는 물론 미술계, 문화계, 교육계 등 각계각층에서의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순사건 발발 74년만인 올해 10월 19일에는 첫 정부 주도로 거행된 '제74주기 여순10·19사건 합동 추념식'에 오임종 제주4·3유족회 회장과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등 제주4·3 관계자 43명도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아울러 제주도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도 '제주4·3-여순10·19 평화·인권교육'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지역 내 관련 유적지 방문 등이 이뤄지고 있다.

 

△유적지 관리 한계

문제는 세대 간 공감을 위한 관련 유적지 활용은 다소 저조하다는 점이다.

제주4·3 유적지는 도내 산재하면서 관리가 상대적으로 미흡한데다 여순10·19 유적지 역시 현황 파악조차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4·3 유적지는 2019년 수립된 종합관리 계획에 따라 획일적으로 관리되고 있는가 하면 여순10·19 유적지는 최근에서야 관련 정비 기본계획이 마련된 상태다.

당시 전라남도의 현황 조사에 따르면 여수·순천을 비롯해 6개 시군 42곳의 유적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제주와 마찬가지로 희생자 터를 비롯해 격전지, 주둔지, 묘지, 위령탑, 위령비 등 유형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항쟁의 도화선이 된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주둔지와 민간인 125명이 총살, 학살이 자행된 '형제묘' 등이다.

특히 '형제묘'의 경우 당초 비석에는 희생자의 이름이 기재됐지만 여순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꺼리는 일부 유족에 의해 대리석으로 가려져 버렸다.

앞서 발굴 작업도 논의가 됐지만 일부 유족들의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다. 여순10·19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인 셈이다.

이에 따라 다크투어 활성화를 통해 기억의 역사를 후대에 올바르게 전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유적지 정비·관리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끝> 양경익 기자

"제주4·3 과거와 현재 연결 다크투어로"

[인터뷰] 양성주 (사)제주다크투어 대표

"제주4·3 유적지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기행 형식의 다크투어 프로그램으로 개발돼야 한다"

양성주 (사)제주다크투어 대표는 제주4·3 유적지를 역사적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크투어 활성화 계획과 관련해 이같이 제언했다.

양 대표는 "현재 제주4·3 관련 유적지는 사유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 또는 훼손으로 원형이 없어지고 있는데다 원도심의 상징적인 건물들도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도에서 중점 관리하고 있는 유적지를 확대하고 사유지 매입이 어려운 경우 사용료 지급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종 SNS 등을 통해 4·3 유적지에 대한 내용을 차별성 있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접근성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제주4·3 유적지 현장이 보존·관리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적지의 건물과 장소가 사라지면서 그곳과 관련한 제주4·3의 기억도 같이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와 인권에 대한 시민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면 제주4·3과 같은 참혹한 과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올바른 과거사를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경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