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소각장 혐오시설 고정관념 깨다
쓰레기 없는 제주 만들기 4. 도쿄 무사시노시 클린센터
환경친화적 디자인 지역경관 융화
주민운영협의회의 연간 60회 개최
'누구나 이용' 교육·문화공간 조성
전력·태양열 생산 '자급자족' 달성
일본은 1970년대 일찍이 '쓰레기 대란'을 겪으며 소각장 등 폐기물처리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지혜를 모은 사례가 적지 않다.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무사시노 클린센터는 부지 선정부터 설계, 운영까지 건립의 모든 과정에서 행정과 주민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주변 경관을 고려한 설계로 소각장이 혐오시설이라는 편견을 깼다. 시청 청사 바로 옆 도심속에 위치해 지역을 대표하는 환경 교육·문화시설이자 자원순환 시설로 자리잡고 있다.
△도시와 어우러진 공간 설계
무사시노 클린센터는 1984년부터 무사시노 시내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및 불가연성 쓰레기, 대형폐기물, 유해폐기물 등을 처리하는 시내 유일한 폐기물처리시설이다.
2017년 4월 가동을 시작한 현재 시설은 기존 시설이 운영된지 30년이 지나면서 옛 건물을 재건축 및 증축해 부지 1만7000㎡에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소각장의 처리능력은 1일 120t이다. 불연성·대형폐기물 처리시설은 5시간마다 10t을 파쇄할 수 있다.
연간 반입되는 쓰레기양은 3만t으로, 하루 평균 100t(쓰레기 수거차 80대분)에서 많게는 120t이 반입되기도 한다.
무사시노 클린센터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중 하나는 시청과 중학교,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 등 주변 거리와 조화를 이루는 외관이다.
건물 외관에 나무를 활용해 숲을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도심속에 녹아들어 있다.
건물의 전체 높이는 15m 이내, 소각장 굴뚝 높이는 59m로 최대한 낮게 설계했으며, 굴뚝을 포함한 건물 전체는 법에 정해진 기준보다 1.25배 높은 내진설계로 재해에 대비했다.
또 쓰레기 구덩이를 지하에 조성해 악취와 소음을 최소화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무사시노 클린센터는 폐기물처리시설은 혐오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2017년 'Good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끊임없는 주민 소통 빛났다
'내 집 쓰레기는 내 집 앞에서 처리'하는 무사시노 클린센터 역시 건립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사시노시는 1984년 무사시노 클린센터가 지어지기 전까지 인근 미타카시의 후지미 소각장을 이용했다.
당시 소음과 악취, 매연 등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겪는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소각장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간 갈등이 심화됐고, 1971년 미타카시 주부들이 무사시노시의 쓰레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소각장 입구를 막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2년간의 갈등 끝에 무사시노시는 자체 소각장 건설계획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상인의 의견이 배제되자 주민들은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며 부지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요구했고, 이에 무사시노시는 1979년 부지 후보지 인근 주민 12명과 일반시민 12명, 전문가 11명 등 모두 35명으로 구성된 건설특별시민위원회를 꾸렸다.
지역 주민의 참여는 1984년 설립된 무사시노 클린센터 운영협의회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운영협의회는 설립 이후 매년 60회씩 현재까지 38년간 모두 250~260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지역주민 9명과 무사시노 시청 관계자 2명 등으로 구성돼 지역 환경 정비와 주민 복지 증진을 목표로 클린센터 운영을 감시·홍보하고 있다.
△문화·교육시설 역할 '톡톡'
무사시노 클린센터는 지역주민은 물론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지역내 문화 및 교육시설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개관 시간내 누구나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으며, 쓰레기 처리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도록 시설 내부 견학 코스의 벽면을 넓은 유리면으로 조성했다.
코스내 설치된 모니터를 통한 영상 해설을 제공하며, 견학자 태블릿 대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대형 크레인이 쓰레기를 소각로로 옮기는 광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고미 피트바(Gomi-pit Bar)'를 운영하는 등 환경과 관광을 융합했다.
구 시설의 일부를 활용해 조성한 '무사시노 에코 리조트'에는 쓰레기와 자원·에너지·물 순환, 생물 다양성 등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시민과 단체, 기업, 관계 기관, 행정 등 누구나 자유롭게 전시 공간뿐 아니라 폐재(한번 사용한 목재)를 이용한 제조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환경과 관련한 도서를 열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캠페인인 '에코마르셰'를 매년 6월과 9월, 11월마다 열고 있다.
지역내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매년 3월과 8월, 12월 방학 기간 시설 견학 및 교육을 하는 '코도모 워크숍'도 진행한다.
△지역내 자원순환 가치 창출
무사시노 클린센터는 도시의 에너지 공급 거점으로서 자원순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무사시노시는 쓰레기를 태운 소각열로 생산한 증기와 전기를 저렴한 가격에 시설은 물론 시청과 종합 체육관, 시내 초·중학교 18개교에 공급하고 있다.
각 학교에는 태양광 발전이 설치돼 있으며, 센터에서 생산된 야간 잉여 전력을 보관해 낮에 활용하기도 한다.
센터에서 생산된 전기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연간 1000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등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고효율의 발전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발전 효율을 20%까지 끌어올렸으며, 내진성이 뛰어난 중압가스관을 통해 재해시에도 시청과 주변 학교 등 피난시설에 전기를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센터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과 음식물쓰레기 퇴비를 이용한 채소밭, 폐재 등을 이용한 초지를 정비해 쓰레기와 환경을 배울 수 있는 장소를 조성했다.
쓰레기를 태워 남은 소각재로는 친환경 시멘트로 활용돼 도로와 보도블록 원료로 사용된다.신승은 기자
※이 기획은 환경공익기금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