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탑] 제주 관광에도 '돈쭐내기'가 필요하다

고 미 선임기자

2022-11-15     고 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 달라진 것 중에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있다면 '파문의 힘'을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내 준 치킨집 사장의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누리꾼들이 '돈쭐내기'에 나섰다거나 이태원 10·29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경찰을 위해 가게문을 연 업주를 응원하며 선결제를 하는 등 선한 영향력의 힘이 강해졌다. 반대로 SNS를 통한 불매운동의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0대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해당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은 먹지도 사지도 않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기도 했다.

두 가지 모두 '착한 소비'와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돈'과 '혼쭐내다'를 합친 돈쭐내기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기업에 '착한 소비'로 보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소한 감동에 더해 소비의 기준에 가격과 품질만이 아니라 가치가 추가됐다는 점을 확인하게 한 사례다. 불매운동의 경우도 비슷하다.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비윤리적'이라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제품의 호감요인에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결과까지 낙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돈쭐내기의 경우 소상공인이 대상인 경우가 많다보니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영업을 중단하거나 하는 안타까운 사정이 뒤따랐다. 소비자 불매운동 역시 대부분 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이미지 타격이란 효과를 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본 건 가맹점주라는 아이러니한 결과지를 받기도 했다.

제주 방문 관광객 회복세가 '코로나19 해방감의 척도'가 되고 있다. 또 비교적 빠른 속도로 불만이 늘고 국내외 경쟁 시장 이탈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 동안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를 외쳤던 것이 머쓱해질 정도다. 제주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제주 관광동향에 관한 연차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1200만8000여명(내국인 1196만명, 외국인 4만8000여명)으로 전년(1023만600여명)보다 17.3% 증가했다. 1인당 총지출금액도 61만6856원으로, 전년(51만1181원)보다 10만5675원 더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만족도는 오히려 후퇴했다. 제주의 비싼 물가와 대중교통, 쇼핑 등에서 불만을 느꼈다는 고정 레퍼토리가 뒤따랐다. 그 사정이 올해는 나아질까.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된 항공요금에 국제선 분산으로 좁아진 하늘길, 이전과 별다를 것 없는 관광상품까지 오히려 나빠질 거란 예측이 가능하다. 

이쯤 되면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에 집중하는 최근의 소비 패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자신의 소비가 세상을 이롭게 하길 바라는 MZ세대의 소비 특성을 함축한 '미닝아웃'이란 말도 등장했다.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다. 물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만의 리그'정도로 치부하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생각보다 변했고, 또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코로나19시대를 거치며 수도권을 제외하고 소비 시장이 제한적이란 것을 인지한 지자체들이 지역 외 소비 시장에 집중하고 있음도 인지해야 한다. 제주가 할 수 있는 것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밀릴 수밖에 없다. 당장은 '핫'하지만 그만큼 쉽게 식고 잊히거나 버려질 수 있다. '제주'라는 이름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