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혁신·재능의 중심지로 딥체인지 하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GXC ‘2022 Round Ventures Game Summit–Asia’ 원도심 W360에 20여개국 70여명 글로벌 개발자·투자자 집결…가능성 한 판 승부 제주 본사 글로벌 게임 플랫폼 작동 ‘제주라면’ 확인…관음사·애월 등 콘텐츠 공유 코로나19 이후 리모크 워크 확장 기회로, 일방적 유치 아닌 협업 툴 활용 방안 조언
“‘제주’를 보고 온 것은 아니지만 제주를 보게 됐죠”
일부러 짠 것도 아닌데, 이 특별한 말이 ‘완성’됐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초연결과 플랫폼 환경의 진화가 제주를 혁신과 재능의 중심지로 딥 체인지 (근본적인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미 시작됐다. ‘기회가 있다’는 알림을 보고 국제선·국내선을 갈아타는 수고를 감수하면서 까지 먼 길을 찾아온 이들이 제주에서 가능성을 찾고, 또 제주와 마주했다. 지난 15일 원도심 혁신창업거점 W360과 제주 일원에서 펼쳐진 ‘2022 Round Ventures Game Summit–Asia’다.
△제주 본사 글로벌 게임 플랫폼 ‘주목’
2018년 설립한 GXC는 제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게임 플랫폼이다. 글로벌 게임액셀러레이터인 GTR을 인수해 글로벌 게임들을 발굴하고 투자·성장시키고 있다. 2020년 7월에는 게임 마켓 인사이트 플랫폼인 G.Round를 론칭해 현재 245개국 약 18만명 이상 게이머를 확보하고 있다.
연간 두 차례 유망하고 성장 단계에 있는 국내·외 게임사들과 투자기관을 초청해 매칭하는 IR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는 유럽, 하반기는 아시아를 무대로 삼았는데 올해는 제주를 낙점했다.
이미 ‘쉽지 않다’는 R.라운드 플랫폼과 GTR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성공시킨 GXC의 이번 아시아 IR은 내년 본격 운영할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자회사 Round Ventures(라운드 벤처스·이하 RV)를 사전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성공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게임을 포함한 스타트업 전반이 희망하는 그림을 구현해 왔던 GXC지만 RV는 아직 세상에는 없는 새로운 개념의 글로벌 게임 펀드 조성이라는 이른바 도전이다.
△이런 경험 처음이야 “제주 대박”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이병선)가 공동주최로 판을 깔았지만 역시 ‘도전’이었다. 이번 행사 참여자 70여명의 국적만 20개국에 이른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프랑스, 브라질,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말 그대로 다국적 행사에 9개 투자사와 12개 게임 스튜디오, 5개 관계사가 모였다.
이 정도면 동시통역 장비가 잘 갖춰진 꽤 규모가 있는 회의시설을 떠올리겠지만 원도심 공간을 꽉 채우는 것으로 충분했다. 투자를 받기 위한 쇼케이스의 긴장감만이 아니라 글로벌 게임 시장의 흐름을 살피고 연대와 융합을 위한 교류가 온에어 상태를 유지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제주 로컬 투어였다.
1박 2일 일정 동안 참여자들은 IR 피칭과 플레이, 투자회사별 1대1 미팅 등 치밀하게 짜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 중 반나절 보다 조금 긴 시간 제주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했다. K-콘텐츠로 익숙한 것에 제주다움을 담았다. 가을 관음사와 오름의 맛을 더한 981파크의 그래비티 레이싱 체험, 애월 한담해안 산책까지. 처음 언급했던 말은 투어를 마치고 난 한 참여자의 귀띔이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IR행사 중에 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가 제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GXC 입장에서도 첫 경험이었지만 완벽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이킹을 좋아해 이미 몇 번 제주에 왔었다는 벨로루시에 거점을 둔 이 개발자는 “너무 좋았다. 이런 기회라면 또…. 주변에도 꼭 가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하이킹 경험으로 게임을 개발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던 터라 앞으로 만들어질 게임 속에 제주가 반영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다.
△억지스럽지 않은 ‘제주라면’
대니 우 GXC 대표에게 ‘왜 제주’를 물었다. 우 대표는 ‘제주라서’가 아니라 마침 ‘제주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셧다운 상태에서 제주에 발이 묶인 것은 운명이었지만 콘텐츠 비즈니스 플랫폼과 액셀러레이터라는 사업 영역에서 제주는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말했다. 우 대표는 “코로나19로 제주에 임시 거주를 하면서 이렇게 잘 갖춰진 곳이 있나 생각했다. 환경적으로 도시와는 차별화됐고 리모크 워크 확대로 협업 툴이 발달했다. 제주라면 괜찮겠다 생각했고 본사를 두게 됐다”는 얘기다.
흔히 기업 유치 등을 할 때 고민하는 접근성이나 배후 시장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다만 ‘사람’은 생각할 거리다.
우 대표는 “제주에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제주 안에서만 아니라 수도권이나 게임 시장에서도 같은 얘기를 한다. 이 의미를 잘 살펴야 미래가 있다”며 “론칭 전에는 아무도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없고 서비스 이후에나 알 수 있다는 게임 시장에 ‘투자’플랫폼을 만들었다. 론칭까지 개발과 마케팅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을 택했고 통했다. 지자체도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작은 회사에서 성장하면서 쌓은 사업·투자 스킬을 공유하는 것도 GXC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주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일부러 청하지 않아도 모인다. 그냥 와서 머무는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관심이 모이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을 보탰다.
이병선 센터장은 “이런 형태의 IR 행사를 통해 제주에서 가능성을 찾으려는 스타트업이나 기업이 계속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제 혜택 등 스타트업의 주문을 현장에서 듣고, 혁신을 끌어낼 장치를 공유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역할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기사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