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탑] 소비자 체감 못 하면 잊히는 정책으로 전락

윤주형 편집부장

2023-02-14     윤주형 기자

제주도가 지난해 말부터 소상공인의 배달 주문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등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력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인 '먹깨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 배달앱은 기존 민간 배달앱의 배달 수수료인 10%대보다 저렴한 1%대로 낮다. 기존 민간 배달앱 수수료가 높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소비자 등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제주도가 도입한 제주형 민관협력 배달앱은 민간업체가 앱을 개발하고, '중개수수료 제한' 등에 공공이 개입하는 민관협력 방식이다.

제주도가 민관협력 배달앱 먹깨비를 지난해 말 출시한 이후 지난달 한 달 시범 운영한 결과 9900여건의 누적 주문 건수와 2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할인이벤트가 종료된 이후에는 1일 평균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또한 2000여곳 가량으로, 기존 민간 배달앱과 비교했을 때 주문 건수와 가맹점 수는 미흡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관협력형 배달앱인 먹깨비는 배달 수수료 인하에 따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줘 제주지역 소상공인과 도민 모두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관협력형 공공 배달앱 서비스 시행 초기이임을 감안하더라도 실적은 다소 민망한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원인은 정책 방향이 소상공인에게만 맞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의 배달앱 중개 수수료를 낮춰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정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 배달앱은 중개 수수료가 0원이라도 하더라도 소상공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 대형 민간 배달앱은 각종 혜택을 쏟아내면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어찌 보면 높은 중개 수수료를 받는 대신 마케팅을 해주는 셈이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만 있다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높은 수수료라도 감내하면서 대형 민간 배달앱 가맹점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상공인 지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익이 우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상공인에게 정책의 초점을 맞춰 소비자는 체감하지 못하는 '낮은 수수료'만 강조하는 사이 민관 협력 공공 배달앱은 서서히 시장에서 잊혀 가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

공공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민간이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처럼 공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공 영역은 기존 분야별 지원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분야별 지원을 통합하는 것만으로도 민간 기업이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사랑상품권인 '탐나는전'은 지역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사용액의 일정 규모를 현장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먹깨비로 주문할 때 탐나는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탐나는전을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면 현장 할인 혜택을 받지만, 먹깨비에서는 아직 할인이 안 된다. 이를 연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탐나는전 할인 연계뿐만 아니라, 기존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시너지 효과를 내 먹깨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부서 칸막이는 부서별로 소통이 안 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지원 정책도 '따로국밥'처럼 연계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부서별 지원사업에 연계할 다른 분야 사업은 없는지, 그런 사업이 있다면 부서별 협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