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부진·가격하락 겹쳐 '어두운 농심'

적자보는 마늘농사 결과물도 기대이하 올해 제주 마늘 첫 수매현장 수입에 밀려 소비 부진 현실 농민, 수매가 3200원 불만족 농협 등 지원책 마련 골머리

2023-05-22     윤승빈 기자
22일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 마늘 수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윤승빈 기자

올해산 제주마늘 수매가 시작됐다. 치솟는 인건비와 생산비도 걱정인데 작황마저 부진해 농민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22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는 올해산 첫 마늘 수매 작업이 한창이었다. 마늘을 가득 실은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오면 농협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수매 처리를 진행했다.

올해 대정농협의 마늘 수매 단가는 ㎏당 3200원이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4400원보다 1200원이나 낮으니 마늘 가격 하락의 체감이 크다.

작황이라도 좋으면 다행이지만 4월 저온현상과 5월초 집중호우는 연이어 악재로 작용했다.

신도리에서 마늘농사를 30년째 지어오고 있다는 고상진(68)씨는 "평(3.3㎡)당 6㎏은 나와야 하는데 4㎏도 안나온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씨는 "생산단가를 고려하면 ㎏당 4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른 농민 문도명(73)씨도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올해 수매가는 적자"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지만 수입산 마늘이 물밀 듯이 쏟아져 오면서 마늘 농가들의 근심은 더해져 가고 있다. 마늘 생산량이 예상보다 감소했음에도 수매가격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강승태 대정농협 상임이사는 "스페인산 마늘과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고 있으며, 제주산 마늘 소비는 감소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성방 대정농협 조합장은 "계약농가에 한해서는 전량 수매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계약재배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수매로 농민들은 당장 발등에 불은 껐지만, 앞으로의 농사가 걱정이다. 가격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농사를 지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고씨는 "수입물량이 많아 수매가가 낮은 점은 이해하려고 하지만 과연 앞으로 대정지역에서 마늘 농사가 계속 이어질지는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마늘 농가들이 생산을 포기하고 다른 작물로 넘어갈 경우, 제주농업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