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ESG 성장통에 빠졌다

기후변화·코로나·오염수 등  인류 지속가능성 위협 

2023-06-21     이경아 도민기자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불러오고 있는 기후변화, 코로나, 후쿠시마 오염수까지, 환경문제는 개개인의 잘잘못 정도와 관계없이 인류의 지속가능성 위협이라는 공동책임을 지게 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모든 조직은 인류의 생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공조해야 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말하는 ESG가 조직의 평가 자료로 중요해진 이유이다. ESG는 기업 활동 만이 아니라 국가 운영에서도 기본 방향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국가의 가장 기본 구성 요소인 우리 시민들은 어떤 공조를 해야 할까. 환경과 사회를 건강하게 돌보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 문제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고, 관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ESG전도사 앨릭스 애드먼드 교수는 올해 'ESG종말'을 선언했다. 이제 ESG는 너무나 당연해서 더 이상 특별취급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ISSB) 는 국제적으로 통용될 ESG공시기준을 6월 말에 확정 공표할 예정이다. 이렇게 ESG평가를 위해 국제 기준들이 마련되고 이에 따른 국제 규제가 강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속에서 올해 초에 공개된 '중국기업의 ESG 실천' 보고서가 눈에 띈다. 중국 상장 기업의 최고 경영진 및 임원 2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64%가 이미 연간 ESG보고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3년내에 93%의 기업이 발행할 계획이라 한다. 무엇보다 ESG전략을 채택하는 주된 이유가 눈길을 끌었는데 조사기업의 절반이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라고 답해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44%) 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환경을 돌보고 사회를 돌보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기업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익 창출로 지속가능성이 좌우되는 기업 입장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최근 해양정화를 주로 하는 활동가들 사이에서 발생한 기업 관련 이슈를 소개한다. 

"1% 해양쓰레기 수거 목표" 해양정화활동을 벌이는 국내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국내 A화장품 회사가 작년 6월에 공개적으로 내놓은 목표이다. 스타트업으로 2016년 시작된 A사는 끊임없이 환경에 대한 기업의 마인드를 알렸다. 직접 해양쓰레기 수거에 참여하기도 하고 환경단체와 활동가들에게 플로깅키트를 제공하며 활동을 공유하는 마케팅을 통해 기업은 인지도를 넓혀갔는데 2022년에는 처음으로 년 매출 100억을 돌파하며 흑자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또 얼마전에는 목표로 내세웠던 1% 해양쓰레기 수거 달성까지 발표하면서 고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여기까지 보면 환경에 진심인 기업이 환경을 돌보는 기업활동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킨 우수 사례로 보여진다. 그러나 목표 달성 발표는 결국 철회되었다. A기업은 1% 목표 달성이라고 발표한 근거를 묻는 시민단체들의 질문에 답해야 했고 발표철회는 그 결과였다. 11000개의 플로깅 키트가 배부되었고 시간이 지났으니 배부된 모든 마대가 쓰레기를 제대로 담았을거라 예상하여 '1%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라는 발표는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그동안의 활동마저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수도, 진심으로 참여했던 시민과 활동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해서 굳이 쓰레기를 담는 봉지를 좋은 재질로 만들어 인쇄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쓰레기를 치우려고 또 많은 쓰레기를 만든건 아니냐는 아쉬움과 깊은 고민없이 진행된 대규모활동이 가져올 피해에 대한 염려들을 들어야 했다.

최근 도내에서도 ESG홍보를 하다 역풍을 맞은 기업(B)이 있다. B 기업과 환경 관련 MOU를 체결한 C기업이 시민단체들을 지원하여 운영된 활동을 마치 B 기업이 기획 운영한 것처럼 신문 매체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공식 사과로 마무리가 된 사례였다.

그러나 이 두 사례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힘을 가진 기업이 작은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무시로 일관하지 않고 중요하게 받아들였다는 것. 잘못을 인정한 기업과 잘못을 꼬집은 시민단체들이 서로 대립으로 마무리 되지 않고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함께 찾자는 약속으로 끝을 맺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대립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례가 감정적인 대립이 아닌 우리 모두의 성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된 것이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환경활동을 기업 홍보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환경을 신경쓰는 기업이 늘어간다는 것은 기업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업을 믿고 박수만 쳐서는 안된다. 기업들이 얼마나 환경을 잘 돌보는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살필 필요가 있다. 제대로 알고 판단하고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소비라는 형태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시민이 져야 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우리의 역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