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에도 웃지 못하는 제주 당근농가
생산량 폭증 가격 반토막 월동무 약세에 당근 '환승' 작년 대비 80% 이상 생산 작황 좋아 되레 가격 하락 농협, 수급안정 대책 추진
"올해 당근이 너무 잘됐어요. 오히려 제값이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21일 구좌읍 월정리 당근밭에서 만난 김명화(74)씨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당근 수확을 시작했지만 마냥 웃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당근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걱정이 앞선 것이다.
구좌농협과 사단법인 제주당근연합회에 따르면 올해산 제주당근 재배면적은 1431㏊로, 전년 848㏊보다 68% 늘었다. 평년과 비교해서도 20%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전년과 달리 날씨에 따른 피해가 적어 생산량은 같은 기간 2만9241t에서 5만4016t으로 84%나 뛰었다.
김명화씨는 "당근 수확량이 너무 많다. 소비를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이라며 "인건비, 박스비, 수송비 다 내치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당근출하연합회는 올해 당근 생산이 폭증한 원인으로 지난해 월동무값이 저조한 반면 당근값이 높았던 것을 들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태풍피해로 당근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높아지기도 했다.
김은섭 제주당근연합회장은 "동부지역은 월동무 아니면 당근인데, 월동무가 제값 받지 못하다 보니 당근을 재배한 농가가 많아진 것"이라며 "올해는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들은 생산이 늘어난 만큼 시장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민 구좌농협 조합장은 "20㎏ 상품기준 가락시장 경락가격이 3만5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을 것"이라며 "지난해의 경우 20㎏ 상품이 6만원까지도 올랐었다. 올해는 3만원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좌농협과 제주당근연합회는 제주당근 수급안정을 위해 △비상품당근 폐기운동 △분산 출하조절 지원 △상품당근 가공 대체공급 지원 △계통출하 및 자조금 활성화 포장재비 지원 △제주당근 가공사업 물량 확대 △당근 상품화 강화 등의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