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자산으로 한걸음"…제주4·3 기록물 전국화·세계화 '박차'

[제주4·3 기록물 인류의 소중한 자산] 5. 에필로그

2023-11-26     양경익 기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대상 최종 선정 쾌거
최종 보완 작업 2025년 여부 결정…추진위 역할도 중요
과거사 해결 선도적 모델 평가…후대 전승 공감대 과제

제주4·3 기록물의 가치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제주4·3특별법 개정, 희생자·유족 명예 회복 등 많은 성과 속에서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속도를 내면서다.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인류의 자산인 제주4·3 기록물의 전국화·세계화를 통해 과거사를 후대에 올바르게 전승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은 물론 '완전한 해결'이라는 도민 염원을 담았다. 이에 '진실·화해·상생'의 가치를 강조한 제주4·3 기록물이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한편 과거사 해결에 모범사례로 거듭나야 한다.

△첫 관문 넘어

제주4·3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절차인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의 첫 관문을 넘었다.

지난달 23일 열린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내 등재 신청 대상으로 최종 선정된 것이다.

이날 심의는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보완해 제출한 제주4·3 기록물 영문 등재 신청서를 중점으로 살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문화재청과 협업해 등재 신청서를 최종 보완한 뒤 이달 말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본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2025년 상반기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제220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당시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제주4·3 기록물이 세계인의 역사이자 기록으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민 염원 담아

이 같은 성과에는 도민 염원이 담겼다. 실제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필요성은 2012년께 토론회 등에서 지속 제기돼 왔다.

이후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을 중심으로 2017년부터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4·3 기록물 미국 현지 조사를 통해 3만8500여매의 기록물을 수집하는가 하면 민간 기록물 수집 캠페인을 전개한 결과 400여건이 모이기도 했다.

이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9명의 진상 규명 운동 참여 인사 영상 채록은 물론 제주4·3 기록물 아카이브가 고도화되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 2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해당 등재 추진위원회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등 8명의 공동위원장과 2명의 집행위원장, 각계각층 82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갈 길 멀어

이처럼 제주4·3 기록물이 '진실·화해·상생'을 이뤄낸 가치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세계인이 기억해야 할 과거사 해결의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음에도 제주만의 역사로 남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공감대 형성을 통한 전국화·세계화다.

실제 앞서 지난 8월 제주4·3 기록물 심의에서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는 세계사적 중요성 및 기록물과 제주4·3의 연결성 등에 보완을 요청하고 조건부로 가결한 바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준 가운데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녀야 한다는 '세계적 중요성(영향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4·3 이후 '화해와 상생'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는 등 등재 신청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대상 제주4·3 기록물은 모두 3만여건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제주4·3 당시 기록인 공공기관 생산기록, 군·사법기관 재판기록, 미국 생산기록과 함께 제주4·3 이후 기록인 제주4·3 희생자 심의·결정 기록, 도의회 조사기록, 피해자 증언, 진상 규명 운동 기록, 화해·상생 기록 등 다양하다.

특히 제주4·3 기록물은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는 해결 과정은 20세기 비극에 대한 21세기 최선의 해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4·3 기록물이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로 세계 과거사 해결의 선도적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양경익 기자

"제주4·3 기록물 '화해와 상생' 상징 활용 신중"

 

[인터뷰] 임승범 문화재청 세계유산정책과 연구관

"제주4·3 기록물은 '화해와 상생'의 상징적인 기록물이기 때문에 활용 방안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문화재청과 협의를 지속하는 가운데 임승범 문화재청 세계유산정책과 연구관은 제주4·3 기록물 활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임승범 연구관은 "과거 역사에서의 피해 사례 진술 기록은 잘 보존하고 연구해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교훈 삼아야 한다"며 "'화해와 상생'의 기록은 전시 등 2차 콘텐츠로 개발해 제주도의 상징적인 평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기록유산은 전 세계가 기억하고 인류가 어떤 가치를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작업"이라며 "등재의 의미는 세계인들이 기억해야 하는 소중한 유산으로서의 자료라는 가치를 인정했다는데 가장 큰 효과가 있고 스스로가 잘 관리하고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즉 제주4·3이 발생한 후 도민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상처를 해결하고 어떠한 기록물을 남겼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전 세계인이 교훈을 얻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4·3 기록물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하고 보존과 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지역 공동체가 회복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영향 관계를 잘 보여주는 기록물이 제주4·3 기록물"이라고 덧붙였다. 양경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