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 생태계 지켜온 영원한 생명력

2002-12-31     김효철
▲ 서검은이오름 상공서 바라본 곶자왈. 서검은이오름에서 시작된 곶자왈은 중간 중간 삼나무숲과 함께 하류로 내려뻗어 동백동산으로 연결되고 있다.

곶자왈, 우리는 이곳을 제주의 허파로 부르기도 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고 자연림과 가시덤불 숲으로 이뤄져 농경지로는 쓸 수 없어 버려진 땅으로 인식돼 온 곳이다. 그러나 곶자왈 없이 제주의 중산간은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뿜어낸 생명력이야말로 제주중산간의 토양을 지켜오고 있는 본질이다. 비록 찬서리 속에서 앙상한 몸으로서 있는 수풀이지만 우리는 그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관광개발과 농경지 개간 등으로 제주자연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곶자왈은 제주생태계의 허파와 같은 곳이란 점에서 우리는 이 곳의 대탐사를 미룰 수 없었다.

◈프롤로그-곶자왈은 무엇인가
제주 곶자왈은 크게 한경-안덕 곶자왈, 조천-함덕곶자왈, 애월곶자왈, 구좌-성산곶자왈 4곳으로 나눈다.

이는 다시 용암흐름에 따라 한경-안덕곶자왈은 월림-신평곶자왈과 상창-화순곶자왈로 나뉘며 조천-함덕곶자왈은 함덕-와산곶자왈과 조천-대흘곶자왈, 동백동산을 포함하는 선흘곶자왈로 구분된다.

또 구좌-성산곶자왈은 종달-한동곶자왈, 세화곶자왈, 상도-하도곶자왈, 수산곶자왈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월림-신평곶자왈은 총길이가 12.5km로 가장 긴 곶자왈지대다.

곶자왈은 두께가 5∼10m인 용암류가 흐르는 과정에서 조각조각 부서지며 만들어진다.

제주지역 곶자왈을 지질학적으로 연구한 송시태 박사(제주과학고)는 “곶자왈 지대를 이루는 용암은 아아(Aa)용암류로 점성이 커서 표면이 거칠고 유동성이 낮다”며 “제주곶자왈이 아아용암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대표적 지역이라는 점에서 아아용암류 대신 곶자왈용암류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곶자왈은 대부분 바위로 이뤄진 탓에 예로부터 농사터로는 알맞지 않은 곳이다.

기껏 땔감이나 사냥터, 식용이나 약용 식물을 캐러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제주중산간이 이미 골프장을 비롯한 관광개발이나 농경지용 등으로 파헤쳐 옛 모습을 찾을 수 없게된 지금 곶자왈은 자연생태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름과 오름 사이를 흘렀던 용암이 만들어낸 곶자왈 지대는 역설적으로 그 척박함이 생명력을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림상태인 곶자왈은 일제 침탈과 4·3 등을 겪으며 숯을 만들거나 땔감용 등으로 크게 훼손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곶자왈 지대는 60∼70년대 이후 2차림으로 복원상태를 거치며 한라산 국립공원지역을 빼고는 거의 유일하게 자연림형태로 남아있다.

특히 원목들이 잘려 나간 밑둥에서 자라난 여러 가지들이 보여주는 기묘함과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들은 천연분재를 보는 듯하다.

곶자왈지대가 왕성한 복원력을 갖는 것은 적절한 수분 보존과 지열영향 등이다.

땅이 숨을 쉬듯 곶자왈 지대는 바위와 바위사이에 물이 스며들어 수분을 함유하고 지열을 보존해 겨울에도 양치류를 비롯한 식물들이 자라는데 적합하다.

곶자왈은 또 지질특성상 제주지역 지하수 형성에 필요한 숨골역할을 한다.

최근 들어 지하수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커지면서 곶자왈 보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곶자왈은 이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땅이다.

한라산과 중산간 생태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곶자왈지대는 동식물 서식에 완충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한라산과 중산간-해안을 잇는 제주환경의 완성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곶자왈도 점차 개발영향으로 주변환경이 훼손되면서 고립된 환경섬으로 남게될 처지에 놓였다.

곶자왈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제주지역 중산간 생태계를 유지하고 한라산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완충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훼손을 막고 보호 방안마련이 시급하다.

새로운 눈으로 곶자왈이 갖는 가치를 바라보고 보전대책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글=김효철 기자·사진=서재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