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스크린'에 갇힌 현대인…휴대폰 걸어 잠근다
디지털 중독 사회문제 대두 도파민 디톡스 해결책 주목
#. 20대 후반 회사원 김○○씨는 하루에 7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쉬는 날에는 반나절에 가까운 시간을 스마트폰에 의존한다. 별다른 이유나 목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항상 손에 쥐고 있는 전자기기를 멍하니 들여다보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공허함을 느낀 김씨는 평소보다 연락할 일이 적은 주말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 노트북을 멀리하고 책을 읽거나 쌓아둔 집안 일에 전념하는 등 '전자기기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 대학생 최○○씨는 최근 유행한 '금욕상자'를 얼마 전에 구매했다. 금욕상자는 스스로 절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물품을 원하는 시간 동안 봉인하는 상자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담배 등이다. 한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이 스마트폰 중독 진단을 받아 금욕상자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이에 공감하며 주문 버튼을 눌렀다. 최씨는 "마치 내 상황 같았다"며 "스스로 의지로 전자기기와 떨어지는 것은 어려움이 커 물리적인 도움을 받아서라도 디지털 중독을 극복하고자 한다"고 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일정 기간 전자기기 사용을 중단하는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의 일환으로 쾌락과 순간의 자극을 멀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사람들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은 뇌에서 발견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기분과 보상, 집중력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이다.
이처럼 도파민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과도한 분비는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뇌는 보상을 통해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게임, SNS, 마약 등 일부 활동이나 물질은 도파민을 과도하게 자극한다. 이같은 과잉된 자극이 반복될 경우 사람들은 해당 활동에 대한 쾌락을 계속 찾고 이에 집착하게 되는 '중독'이 되는 것이다.
최근 인기있는 1분 남짓 영상으로 이뤄진 '숏폼(short-form) ' 중독이 대표적인 도파민 중독 원인의 예다. 짧은 시간 도파민 분비를 인위적으로 자극해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짧은 영상을 보고 도파민이 분비되고 자극에 점차 내성이 생기면서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주의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팝콘 브레인'현상이 대표적이다. 팝콘 브레인은 빠르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고 현실 세계에서 느리고 약한 자극에 무감각하게 변형된 뇌를 일컫는다. 긴 문장을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한 가지 행동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는 여러가지 행동 가운데 게임, 숏폼 등 비교적 보상을 얻기까지 장벽이 낮은 행동보다 독서, 운동 등 오랜 기간 노력 끝에 결실을 맺는 활동 추구가 행복감이 더 높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디지털 과잉 시대
디지털 기기와 해독하다라는 뜻을 지닌 '디톡스'의 합성어인 '디지털 디톡스'가 최근 한국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일정 시간 동안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거나 멀리하면서 우리의 뇌를 재설정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는 어릴 때부터 전자기기를 접하면서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확장됐다.디지털 디톡스는 어제오늘 나온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던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과부하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최근 잡코리아가 직장인 44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과부하를 경험하고 있는지 물은 결과 과반 이상인 63.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서도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3.6%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셈이다.
특히 만 10~19세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0.1%에 달했다. 2018년 29.3%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에 일상에서 디지털 디톡스(도파민 디톡스)를 실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의 불필요한 알람을 끄거나, 전자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정 시간을 설정하고, 휴대폰 성능을 낮추는 등의 방법이다.
이번 주말 잠시 밝은 화면에서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가족, 친구들과 해묵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