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의 기억

[책 읽어주는 남자] 조앤 카스 「역사 속의 춤」

2024-03-18     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인간에게 춤의 역사는 오래다. 춤은 무용(舞踊)이나 무도(舞蹈)라고 불리면서 영어로는 댄스(dance)라고 일컫는다. 한자어인 '춤출 무(舞)'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춤을 추는 사람인 '무당'을 의미하는 '무당 무(巫)'에서 유래한 말이다. 어느 경우이든 춤은 생명의 욕구나 일상생활의 체험과 감정을 율동으로 표현하는 의미를 가졌다. 인간의 활동 중에서 가장 자연스런 감정의 신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춤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예술이며, 모든 예술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춤이 나타난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으나 인간이 집단으로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났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고대인들은 춤을 추면서 혼례를 치르고 풍요나 전쟁의 승리를 신에게 기원하기도 했다. 고금을 막론하고 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무아지경의 상태로 이끌 수 있었기에 모든 개인과 집단의 삶 속에는 어디서나 춤이 있었다. 

얼마 전 유행한 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싸이의 '말춤'일 것이다. 말춤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도 따라 했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세계인들이 따라 부르면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대에서의 춤은 때로 무당에서 사제나 왕을 통해 전수되고 이어지는 민속무용이 주를 이루었다. 민속무용 중에는 춤을 이용해 권력을 표출한 궁중무용도 있었다. 춤이 권력과 관계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왕이 프랑스의 루이 14세다. 그는 자신이 발레의 주인공인 태양신 아폴론의 역할을 했고, 이를 계기로 그는 '태양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춤은 삼바와 룸바이다. 삼바는 시간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5세기경, 당시 유럽은 해외 개척에 큰 관심을 가졌고 포르투갈 역시 해외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려 포르투갈의 페드로 장군이 브라질을 발견했다. 포르투갈 내에서는 인도의 향료 무역의 큰 이익에 극도의 소비 향락 풍조가 일어났고 브라질에서 금과 은이 난다는 소식은 식민사업의 열기를 돋구었다. 

삼바 춤은 브라질로 건너온 포르투칼인들이 원주민 인디오를 비롯하여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흑인들을 노예로 삼아 브라질의 목화밭에서 목화재배를 경작할 때 그들이 노동에 혹사를 당하면서 겪는 고통을 잊으려고 원시적이며 특유한 노랫가락에 맞추어 움직인 몸의 율동에서 발생하였다. 그 옛날 노예로서 수입된 아프리카 흑인들과 포르투칼 사람들의 매끈한 춤이 합쳐져서 발전하였으며 삼바(Samba) 어원의 모태는 흑인 여자란 잠바(Zamba)에서 유래된 것으로 백인과 인디오, 흑인 노예의 뒤엉킨 춤의 역사가 공존하는 것이 삼바춤이다.

무희들이 춤을 추면서 이동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어 무대 위를 반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춤을 춘다. 튕기는 듯한 동작과 강렬한 엉덩이의 움직임이 도발적이다. 가볍고 격렬한 튕김 동작은 반복적인 무릎과 발목 굽힘을 통해 만들어진다. 2분의 4박자에 분당 48~56소절의 빠르기의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며, 박자에 따라 온몸의 강세를 둔다. 무희들이 삼바를 추는 모습이다. 삼바는 그들의 삶에서 언제든지 살아 숨 쉬며 함께 하는 춤이다.

삼바 춤을 추며 즐기는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브라질에서는 매년 2월에 리우 카니발이 열린다. 리우 카니발은 브라질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이다. 리우 카니발에 브라질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삼바 춤을 춘다. 수많은 사람이 화려한 옷을 입고 거리에 나와 삼바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긴다. 삼바는 삶의 기쁨과 브라질의 찬란한 햇빛을 나타내는 라틴 아메리카 전통 춤이다. 

화려한 의상과 음악, 열정적인 춤, 그리고 아마존의 원시 자연과 어우러진 열정적인 삼바 축제는 전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누리는 축제이다. 그래서 브라질 사람들은 리우 축제를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지상 최대의 쇼'라고 자랑한다. 그들은 삼바춤을 출 때 행복을 느끼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