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2명만 참여해 본 '그림의 떡' 기업형  워케이션의 한계
제주 스케이션(Study+Vacation, 런케이션)으로 극복, 모델 선도 필요   

2024-05-01     김영지 도민기자

지방 소멸이 가속화 되는 가운데, 전국 지자체에서 생활(정주)인구 유입의 대안으로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 모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워케이션 인구 10만명이 되었을 때 직접 효과 344억원, 생산 유발 약 4,300억원이 발생될 것이라고 분석되었고 제주 도정 역시 민선 8기의 핵심 사업으로 2026년 연간 제주 워케이션 인구 10만명을 달성한다는 목표하에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지자체의 경쟁이 치열해 지는 가운데 목표 달성을 위해서 정부(지자체) 주도의 기업형 워케이션 모델의 한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 대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2023년 11월 대한상공회의소 설문 조사 결과, 워케이션을 희망하는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90%에 달하지만, 실제로 워케이션을 경험한 비율은 19.9%에 불과했다고 한다. 

워케이션의 기업 생산형 효과는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팬데믹이 끝난 현재 워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은 IT업계, 스타트업 등 리모트 워크가 가능한 회사로 매우 제한적이다.

한편 2024년 8월 워케이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잡플래닛 설문에 따르면 워케이션 비용을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면 참여자의 27%만이 워케이션을 떠나고, 73%는 차라리 그 비용을 휴가에 쓴다고 응답하였다. 참여 비용 대비 효용 인식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형 워케이션 모델은 정부(지자체) 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체적인 자금 조달 및 운영 능력이 부족하며 실제 워케이션에 대한 수요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이에 필자가 2021년부터 워케이션의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 스케이션 (Self-care, Study, Strengthen, Share + Vacation) 모델이다. 

안정된 일자리가 있는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의 욕구가 있는 모든 개인으로 그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 대상으로는 워케이션 참여자의 가족 뿐만 아니라, 제주 관광객의 44.1%에 달하는 가족 관광객, 제주 한달살이 방문객의 28.3%를 차지하고 있는 60대 이상의 액티브 시니어, 삶의 방향성과 의미를 찾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은 MZ세대의 이키가이 등으로 타겟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이들에게 자기 돌봄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 일-경험 기회로 다양한 일거리의 기회까지 제공한다면, 일회성 경험으로 미치는 워케이션에 비해 워케이션의 진짜 목적인 생활 인구 및 정주 인구 유입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콘텐츠 공급자인 도민 및 관광객에게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이 일어남과 동시에 인구 유출의 큰 요인 중 하나인 향유할 수 있는 문화.여가 프로그램의 부족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한국 관광공사가 2024년부터 배우면서, 여행하는 '런케이션'의 개념을 제시하였고, 강원도 횡성문화재단 등에서는 런케이션 모델을 선도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 역시 고향사랑기부금을 런케이션 활성화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움직임이고 적절한 타이밍이다. 

여기에 한 발만 더 나아가 관광 - 휴양 - 배움 - 일의 영역으로 관광 욕구 및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는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스케이션' 모델을 먼저 제안하고 시장을 선도하여 관광 도시 제주의 위상을 공고히 지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 남들 하는 것만 뒤따라 하기엔 제주 관광 시장, 특히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너무나 큰 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