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성산면 씨름대회 사건 '청년 항일 의거'로 재조명되어야!

아! 어찌 성산면 청년의 그날을 잊으리오

2024-05-01     고기봉 도민기자

성산에 5월은 옛 어르신들이 강인한 민족정신이 느껴지는 달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5월 16일에 제주 청년의 굳건한 기상을 드높여 준 대표적인 항일 의거가 성산면 청년들에 의해 표출되었다.

제주 성산면 성산포 근처는 우도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황금어장을 이를 만큼 자원이 풍부하였다. 이에 옛날부터 왜구의 노략질이 심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 시기에는 일본 어부들이 제주 근처에 상륙하여 불법 어업을 감행하고 어장 침탈을 하였기 때문에 당시 성산포 일대의 청년들과도 자주 싸움이 일어났다.

심승구 교수의 "제주 씨름의 역사적 의의와 과제"에 의하면 제주 씨름과 관련한 첫 기록은 일제강점기에 나타난다. 

1927년 5월 16일 정의면(성산면) 고성리에서 중앙청년회가 주최한 운동회에서 씨름대회를 열었다. 속칭 '소금막 씨름판'에서 열린 씨름대회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성산포항에 정박하고 있던 고등어잡이 어부 수백 명도 관람하였다. 그때 참가했던 한 어부가 경기에 진 뒤 재경기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2백여 명의 어부들과 지역 주민 간에 집단싸움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2명이 죽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나오자, 광주지방법원에서 52명이 징역형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났다. 

고성리 씨름대회는 제주에서 확인된 첫 씨름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 사건은 당시 일본 어민과 어상들이 성산포 근해에서 불법 어업을 자행하던 시대 상황과 함께 더욱 극심해진 민족적 차별과 맞물려 청년들의 항일 정신이 분출되어 나타난 집단 항일 의거로 평가된다. 

하지만 8월 15일이면 광복절 79돌을 맞는 가운데 지난 97년 전 성산지역 청년들의 집단 항일 의거가 여전히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큰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성산 청년 항일 의거는 당시 일본 어민과 어상들이 성산포 근해에서 불법 어업을 자행하던 시대 상황과 1910년 8월 국권 피탈 이후 더욱 극심해진 민족적 차별과 맞물려, 청년들의 항일 정신이 분출되어 나타난 집단 항일 의거였다.

일제 경찰은 이 사건을 '성산포 소요 및 상해 치사 사건'이라 칭하고 전남 경찰부의 병력을 출동시켜 지역민들은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으나, 당시 싸움을 유발한 일본 선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도 내려지지 않았다.

일제가 당시 단순한 폭력 사건으로 규정한 성산면 씨름대회 항일 의거의 정신은 우도와 구좌 지역으로 확산하여 1932년 해녀항일운동의 도화선이 되었고, 이는 1932년 1월 제주 해녀 항쟁과 같은 해 추자 어민 투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옥고를 치른 52명은 97년이 지난 지금까지 폭력범 등 범죄자의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일제가 이 사건을 단순한 폭력 사건으로 규정하였으며, 또한 이후에도 항일운동으로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당시 옥고를 치렀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의 정당한 보상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10년 뒤 1937년에 다시 씨름대회를 열기 위하여 비밀리에 움직이던 오조리 청년이 일본 경찰에 연행되어 사망한 뒤, 시체도 없이 갈중이만 가족에게 전해진다. 서글픈 현실은 항일의 방식으로 씨름대회를 준비하던 청년의 죽음과 옥고를 치른 분들에 대해 독립유공자의 예우를 하지 못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유독 제주 섬에서 있었던 지역적인 대규모 항일운동에 대해 심각한 차별에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일본 경찰에 연행된 후 시신도 없이 관에 옷 하나만 담아 장례식을 했다는 가족의 한 맺힌 사연은 가족사가 모여 민족사다.

따라서 성산면 항일 의거는 새로운 역사적 사실로 조명받아야 할 것이며 그들의 항일운동이 범죄자·파렴치범으로부터 재조명(재심 청구)을 통한 이들의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 주민참여 예산사업을 통해서라도 성산 청년 집단 항일이 제대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학술 세미나를 통한 청년들의 명예 회복 및 상징적 조형물을 조성하여 지역 주민과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용기를 복 돋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성산면 씨름대회 재조명을 통한 성산 항일 의거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지도서나 지침서가 간행되어야 하며 성산, 우도, 추자도 등에서 이 땅· 이 바다를 지키며 외세에 저항한 의거는 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위대한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