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히기 위한 예술 활동, 자율 침해”

2024-09-26     고은리 기자
제주도가 26일 제주문학관에서 ‘제주문화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릴레이 오픈토크 종합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양승열 제주도 문화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고은리 기자

 

   제주도 26일 제주문학관에서
  ‘문화 릴레이 오픈토크 토론회’ 
   보조금 근본적인 문제 제언 등
   도, 기관 실직적 간섭 검토해야 


   문화예술인들이 도내 지원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예술을 펼치며, 자율적인 창작활동을 제약한다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6일 오후 2~6시 제주문학관에서 ‘제주문화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릴레이 오픈토크 종합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제주도청과 문화예술인 및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 문화예술의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토론회에서는 문화예술 보조금 및 문화예술인 지원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에 앞서, 박춘호 제주도 문화정책과 문화예술팀장은 ‘문화예술 민간보조사업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박춘호 팀장은 “보조사업은 청년·신진 예술인 참여 기회 제공과 도민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민권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지원팀장은 ‘재단예술지원사업’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천민권 팀장은 “올해 예술지원사업 공모에 예산 48억원을 투입, 90%는 예술인들에게 분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7개 광역재단의 예술활동지원 선정률은 평균 27.8%지만, 제주는 47.9%”라며 “충남 52.2%에 이어 전국을 상회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천 팀장은 “지원사업 유형개발과 제도 개선 절차 역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술인 의견 수렴 후 외부 전문가와 정책 연구를 실시하고, 도 문화정책과와의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화예술 분야 보조금 제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오성종 제주체임버오케스트라 사무장은 예술지원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오 사무장은 “예술가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지원 사업이 없으면 수요가 떨어지고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원사업공모에서 통상 2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 예술인들은 지원 받기 위해, 공모에 뽑힐 만한 예술을 하게 된다”며 “그렇게 해야만 예술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도민향유기회 제공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예술가를 위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선정되기 위한 것이 아닌,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예술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스테핑스톤 대표도 지원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김 대표는 “현재 예술인들을 위한 중복 보조금이 많다”라며 “지원이 어떻게 이뤄지고, 쓰이고 있는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e-나라도움 등 항목별로 지원 부분이 정해져 있어 제주도 및 관련기관의 실직적인 간섭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라며 “사업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문화예술을 공공재로 보고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보조사업 회의시 예술인 참여자확대를 통한 객관성·수렴 타당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제기됐다.

    또한, 독일·일본 등 선진국 지원 체계를 참고하고, 공모 제외 보조사업의 지정 절차 및 목록을 공개해 사업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좌장을 맡은 양승열 제주도 문화정책과장은 “수렴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양보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앞으로도 예술인들과의 소통의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고은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