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 위한 특례 '도민이 원하면 도민 손으로 만든다'
'특별자치시도에서 新 자치분권 미래를 보다' 9. 홋카이도 도주제
대도시권 집중, 지방소멸, 고령화라는 위기를 초저출생 국가가 된 우리나라 보다 먼저 겪은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홋카이도에 그 해답이 있다. 홋카이도는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 제도인 도주제 시범운영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며 지방소멸 등의 위기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특별자치시도에서 新 자치분권 미래를 보다'를 주제로 국내 최초 공동취재를 진행 중인 공동취재단(강원도민일보, 제민일보, 충청투데이, 전북도민일보)은 지난 8월 30일, 일본 북해도청을 현지 취재했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특례, 홋카이도 도주제
공동취재단이 북해도청을 방문한 8월 30일 오전.
북해도청의 사무실은 CRT 모니터와 칸막이가 없는 개방적인 사무실이었다.
북해도청 종합정책부 지역행정국 행정연계과 공무원들은 한국에서 온 공동취재단을 환영하며 북해도에서 시범 운영 중인 도주제 등 여러 현황을 설명했다.
오오야마 스스무 과장보좌는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자연환경이 우수한 곳으로 꼽히고 있어 청정 환경, 자연에 대한 동경 등에 대한 이미지를 자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홍보하고 있다"며 "이같은 강점을 활용해 각종 특구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홋카이도의 도주제는 도민들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지역에 대해서 공공기관보다 도민이 가장 잘 알고 있고, 해법 마련 역시 도민들이 중심"이라며 "한국과 홋카이도의 지방분권 차이는 발의 주체일 것이다. 한국은 정부에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한다면 홋카이도는 주민에서 시작해 주민으로 끝난다"고 강조했다.
홋카이도는 도주제특별구역을 추진하며 지방분권일괄법을 통해 정부로부터 다양한 권한을 이양받았다.
공동취재단이 취재과정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홋카이도 도주제의 주요 특례로 꼽히는 '삿포로 의과대학의 수용 정원 변경에 따른 학칙 변경과 관계된 문부과학대신에 대한 신고의 폐지'였다. 국내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며 지역공공의료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홋카이도의 이같은 특례는 4개 특별자치시도에 시급히 도입돼야할 핵심특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홋카이도는 2009년 의과대학의 수용 정원을 변경할 경우 문부과학대신에게 신고할 의무를 폐지했다.
이에 대해 오오야마 스스무 과장보좌는 "지난해 입학 정원을 102명에서 110명으로 변경하고, 2028년까지 수용 정원을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도내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 정원 변경을 위한 신고 의무가 사라져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특히, 홋카이도는 의대 정원 확대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정주 의사 확보를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 역시 특별함을 더하고 있다.
네기아사히 주사는 "마을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의사가 되면 장학금을 지급한 마을에 감사함을 느껴 은혜를 갚기 위해 지역에 정주하게 된다"며 "법을 통한 강제적 집행보다 스스로의 결정으로 지역에 남게 하니 머무는 기간도 길다"고 덧붙였다.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 이 같은 특례는 바로, 지역 소멸 문제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층이 지역에 정주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으로 이어지며 지역의 뿌리를 단단하게 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오오야마 스스무 과장보좌는 "인구, 산업, 지역내총생산(GRDP) 등 도주제 시범운영 전후 확실한 변화가 있다"며 "구체적인 목표 설정을 위해 연구 단계에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청년들이 우리 지역을 채워가면서 지역을 발전키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수도법과 관계된 수도사업 및 수도 용수 공급사업의 인가', '개발 도로와 관계된 직할사업' 등의 특례도 주민 요구를 수용하는 특례로 분류된다.
북해도청 관계자들은 "도주제의 핵심은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라며 "지방정부는 주민의 요구에 합리성을 추가할 뿐, 이양 받은 권한 대부분이 도민 발의로 시작됐다"고 했다.
이들은 "도주제특구추진법을 시작으로 홋카이도의 명칭을 특정광역단체로 바꾸고 도주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며 "지난 2007년 도주제특별구역기본방침과 도주제특별구역계획 책정, 도주제특별구역추진조례 제정을 통해 권한 이양과 입법권 확대 등 자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홋카이도는 독립성을 갖고 본격적인 개발계획 수립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도주제 시범 도입 과정을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 1993년 지방분권의 추진에 관한 국회 결의를 시작으로 제1차 지방분권개혁을 단행해 1995년 지방분권추진법 제정에 이어 2000년 지방분권일괄법 제정을 통해 지방자치법 등 475개 법률을 일괄 개정했다. 이후 2004년 본격적으로 도주제에 대한 의논이 시작됐고, 이와 맞물려 2006년 이후 제2차 지방분권 개혁을 추진했다. 당시, 2차 개혁의 핵심은 바로 도주제특구추진법 성립이었다.
이에 대해 오오야마 스스무 과장보좌는 "일본은 현재, 국내외 여건변화와 지역문화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현재 13차까지 진행됐으며, 곧바로 14차 지방분권일괄법 제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중심의 '북해도 도주제 특별구역 계획'
홋카이도의 도주제 시범운영과 관련, 공동취재단이 현지에서 만난 북해도청 공직자들과 홋카이도 시민들은 "홋카이도의 도주제는, 주민(도민)에서 시작해 주민(도민)으로 끝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민 중심의 도주제 시범운영에 대한 특별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홋카이도는 북해도 도주제 특별구역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도민)과 기초지자체로부터 제안된 460개 내용 가운데 최종 33건을 압축했고, 이 중 28건을 채택해 각 사업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제언 등을 중심으로 지방분권의 기본 방침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제도적 틀이다.
도주제특구제도 구조 및 절차에 대해 니시카와 아이 북해도청 분권계장은 "도민이 지방정부에 특구 추진 등 조례를 제안하면 도에서는 전문가 조사심의인 '제안검토위원회'에 자문을 받는다"며 "자문 결과,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으로 각 시정촌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의견 공모 절차를 통해 도의회의 의결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후에는, 중앙정부에 제안서를 전달하면 정부는 도주제특별구역추진본부에서 참여(뛰어난 식견을 보유한 자들 중에서 내각총리대신이 임명한 자) 회의를 열고 기본 방침안에 대해 의논해 기본 방침안의 변경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각 의사결정이 결정돼 기본 방침이 수립되면, 북해도청에서 이를 받아 다시 각 시정촌의 의견을 청취한 뒤 도의회 의결을 거쳐 법으로 공표된다"고 말했다.
■일본 유일의 푸드·콤플렉스 국제전략종합특구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식품에 대한 특구를 지정 받아, 홋카이도 푸드·콤플렉스 국제전략종합특구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다. 식품산업 연구개발·수출 거점형성 등을 발판으로 동아시아 식품시장의 대표성을 담보하고 있다.
홋카이도는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 2기로 나눠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세부적으로는 식품안정성, 식품 연계, 수산식품산업 거점 등 지역별로 핵심 산업을 육성해 도내 식산업 연구개발 및 제품화 지원 기능을 집적, 확충해 왔다.
사업 추진 10년 간 특구 운영에 따른 수출액 및 수입대체액은 총 1469억엔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농업의 연계 프로젝트는 26건, 기능성 소재 신규 개발 프로젝트는 74건, 수출에 필요한 국제인증 등록 75건 등의 실적을 달성했다.
일본 유일의 푸드·콤플렉스 국제전략종합특구는 생산 작물을 활용한 와인특구 운영과도 연계된다.
이에 대해 오오야마 스스무 과장보좌는 "홋카이도는 한국의 강원도처럼 일본 내에서 자연에 대한 동경의 이미지가 있다. 전국 각지에서 농사를 위해 홋카이도로 이주하고 있고 도에서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 등을 무상 혹은 저렴한 가격에 지원한다"며 "이들이 생산한 작물을 활용한 것이 와인특구다. 주조 규정을 개인에 맞춰 수정하는 등 소규모 농가들을 지원했고, 그 결과 일본 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와인 생산지가 됐다"고 했다.
■자치분권을 위한 특별한 재원
홋카이도는 자치분권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독특한 재원조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도주제특구제도에 필요한 소요 재원을 저금통에서 꺼내 쓰는 방식이다. 북해도에서 예산 소요가 발생해 중앙 정부에 요청하면 필요한 만큼 예산이 편성되는 구조다.
특히, 홋카이도는 일본의 타 지역에 비해 국고보조금 우대 조치를 적용받는다. 일본 전체 국토 면적의 22%, 인구의 4.4%를 점유하고 있는 홋카이도의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 중 약 9%를 차지한다. 이는 도주제 시범운영을 통해 자치분권을 실현하고 있는 홋카이도가 국가발전의 핵심축이라는 일본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자치분권 정책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돋보인다.
오오야마 스스무 과장보좌는 "도현마다 필요한 예산 규모가 다르다.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경우, 교부금을 통해 중앙 정부에 청구할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부분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예산 편성 시기에 북해도지사가 직접 중앙 정부에 예산을 요청한다. 사실상, 지방의 예산 규모는 도지사의 역량과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홋카이도 공동취재단/제민일보 윤승빈·강원도민일보 이정호·충청투데이 조사무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