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정신 되새긴다
27일 대정고을 추사문화예술제
숭모제, 휘호대회 등 행사 다채
27일 이른 시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주민과 관람객들의 발길이 제주추사관으로 이어졌다. 제22회 대정고을 추사문화예술제의 ‘숭모제’를 통해 추사 김정희 선생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대정고을 추사문화예술제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제주 유배 생활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2년째 대정읍에서 이어온 유서 깊은 축제다.
행사의 막을 올리는 숭모제는 선생의 학문 및 예술적 성취에 대해 존경의 의미를 담아, 제사를 올리는 의식이다. 숭모제는 △제례상준비 △제례(헌작, 축문낭독, 헌화) △참배 △생애 업적소개 및 다과나눔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휘호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대회 참가자들은 각자 자리에서 종이와 먹, 붓을 들고 고심하며, 한자 한자 글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채색도구를 이용해 꽃가지를 그리며, 여러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끌었다. 붉은 꽃을 피워낸 그림은 대회의 흐린 날씨를 날려버리듯, 온화하고 화사했다.
마을 주민회와 여러 단체가 참여하는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부스도 운영되고 있었다.
우유 치즈, 생탁 막걸리 등 먹거리 무료 시식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축제를 즐겼다.
숭모제와 휘호대회에 이어 개회식과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휘호대회도 열렸다. 추사 김정희선생의 유배재현행사와 전통혼례 퍼포먼스까지 합쳐지며 축제의 재미를 더했다.
예술제는 오후 5시,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조선 후기의 대학자이자 예술가로, 서예와 금석학 및 고증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정치적으로 평탄치 않았다.
누명을 쓰고 제주로 유배 온 추사는 절망하지 않고 학문과 예술을 깊이 연구하는 계기로 삼았다. 추사는 지역 사람들의 교육에도 힘 썼다.
추사가 제주 유배생활 중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 서귀포시 대정읍의 사적 제487호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다.
추사는 사적에서 국보 제180호 ‘세한도’를 그렸고, 독창성을 겸비한 추사체를 만들었다.
이런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주 예술인과 학자들은 1984년 추사유물전시관을 세웠다. 이후 2007년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가 사적으로 승격하며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2010년 지금의 제주추사관이 완공됐다. 추사관은 승효상(1952~) 건축가가 설계했다.
현재 추사관에서는 보물 제547-2호 ‘예산김정희종가유물일괄’을 미롯해 ‘세한도’ 영인본과 김정희의 글씨 탁본, 편지 일부를 소장, 전시하고 있다.